-낯설고도 험난한
마침내, 요양보호사로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오늘 현재, 4개월을 넘긴 나는 그 시초 몆 주간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지금와서 얘기지만, 나는 그 첫 근무지에서의 2개월 남짓한 기간을 '인턴시절'이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주주야야휴휴의 첫 인턴 근무가 시작되었다.
[주주야야휴휴란, 이틀간의 주간근무와 이틀간의 야간근무, 그리고 이틀간의 휴무가 반복되는 것이다.
주간근무는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야간근무는 오후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패턴이다.]
나는 설레임과 두려움 속에 앞치마자락을 정돈하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장착하며 첫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이미 내가 알고 나를 아는 그들-선배 요양보호사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 대략적으로 어르신 돌봄의 원칙들을 먼저 숙지했다. 이미 2년여전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해 공부하며 달달 외운 지식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마음속으로 대차대조해가며, 선배이며 동료인 요양보호사 한명과 짝을 이루어 기저귀 교체용 카트를 끌고 나섰다.
요양원은 주간보호센터와 달리 주로 침상에 누워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곳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기저귀를 착용하게 된다.
그나마 운신이 자유로운 건강한 이들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배설(배뇨,배변)의지에 따라 화장실을 드나들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나 그것이 전혀, 혹은 거의, 불가능한 한 케이스가 있다.
바로, 그런 상황....내어머니도 수개월간 겪었던 그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다.
몸이 불편해 침상에서 스스로 내려오지 못하는 상태(이런 상태를 와상臥牀상태, 와상환자라고 지칭했다)가 되었다고 해서 배설욕구가 줄어들거나 배설량이 크게 변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드물게는 배설량이 감소하거나 반대로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 것같기는 했다.
배설량이 감소하는 특이한 경우는 그렇다치더라도, 내부기관의 문제로 설사를 하루에 수차례씩 하는 경우처럼 횟수와 양이 증가할 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쏟아져나온 배설물이 기저귀에 가득 담긴 채로 잠시라도 버티어야 하는,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요양원에 오게 되는 어르신들은 노화와 질병에서 비롯한 신체기관의 기능적 문제 외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치매를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80~90대의 고령이며 치매가 아니거나 경도의 치매상태이면서도 스스로 움직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신체상태인 어르신들, 혹은 신체의 다른 기능은 비교적 정상적이며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은 60~70대이면서도 치매가 심각한 상태로서, 가족들이 생계를 팽개치고 돌보기에는 힘들고 불가능한 어르신들이다.
그러니, 이래저래 요양원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기저귀를 착용하는게 순서였다.
요양보호사, 즉 돌봄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워커를 짚고 스스로 움직여 화장실을 오갈 수 있어서 기저귀착용을 거부하는 어르신들께 이렇게 설득했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서 화장실에 오가다 낙상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고, 그렇게 되면 더이상 회복하기가쉽지 않기에 밤에는 특히 기저귀착용이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내 어머니, 퇴행성변화로 인한 허리와 다리의 오랜 고통과 낙상으로 인한 허리뼈 골절로 인해 워커 없이는 걷기가 힘들게 된 상황에서도 인지는 정상상태인 당신은 스스로 걷고 본인의 걸음으로 화장실을 다니려 애쓰고 있던 요양원입소 당시, 내 어머니를 처음에 설득할 때도 바로 이런 논리였다.
보호자로서 입소상담과 절차를 비롯한 모든 상황을 어머니 곁에서 함께한 나로서는 그들의 논리를 반박할 수도, 어머니의 의지를 꺾을 수도 없어서 괴로웠다. 그럼에도, 나는 더이상의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어머니를 설득해야 했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내 어머니뿐 아니라 인지가 있고 스스로 한발짝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스스로 여전히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어르신들은 처음 기저귀를 착용하고 침상에 누운 채 대소변을 배설하고 타인의 손을 빌려 뒷처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결코 쉽게 인정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워 거부감이 매우 컸다.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이해되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기저귀 교체는 일정시간 경과시마다 실시하도록 되어있었다.
어르신들 중에는 기저귀를 하고 침상생활을 주로 하더라도 의식은 정상이며 의사표현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분들은 정해져 있는 시간과 상관없이 기저귀 교체를 요청할 수 있다.
기저귀 교체를 요청하실 때면, 요양보호사는 지체없이 갈아드려야 한다.
하루 일과 중 기저귀 교체시간은 대략 이렇다.
1.09시반 무렵--9시 주간근무 출근조
2.13시 무렵
3.17시 무렵
4.21시 무렵--18시 야간근무 출근조
5.01시 무렵
6.05시 무렵
1회차부터 6회차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매일 반복된다.
1~3회차까지는 주간근무조가 담당하고, 4~6까지는 오후6시에 출근하는 야간근무조가(익일 퇴근시각인 09시전까지)맡는다.
그런데 여기 트릭이 숨어 있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할 때 4시간에 한 번씩 총 6회를 교체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총 5회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적어도 요양보호사들만의 묵시적 약속인 듯했다.(나로서는, 요양원 대표나 장기요양시설을 관리하는 공단측에서도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케어포는 노인장기요양관리 프로그램이다. 요양보호사 개개인은 휴대전화에 미리 설치한 케어포 앱을 통해 장기요양급여제공내역을 기록하게 되어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기저귀 교체를 위한 시간간격은 최대 4시간 정도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더 자주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것은 내가 주주야야 근무를 함으로써 알게 된 사실이다, 바로 첫 야간근무를 하던 날.
야간근무를 하러 18시(오후 6시)에 출근하면, 21시 무렵에 첫 기저귀 교체와 라운딩이 이루어진다.
더불어 요양보호사는 어르신들의 취침을 유도한다.
어르신들은 그제야 길고 지루했던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시각의 기저귀 교체는 좀더 단단한 준비가 더해져야 했다.
즉, 밤새 자는 동안 소변이나 대변을 싸고 또 싸더라도 기저귀 밖으로 넘치지 않도록 낮보다 기저귀를 한두 장씩 더 대거나 침대 위에 방수매트를 깔아서, 혹시라도 기저귀 밖으로 새어나올 수 있는 대소변이 침대커버를 망치지 않도록 방비를 하는 것이다.
심각한 와상으로 누운채 스스로 몸을 전혀 뒤척이지 못하는 경우 외에는 자는 동안 밤새 스스로 몸을 뒤척일 수 있는 어르신들이 있기에, 그럴때는 대소변의 누출위험이 높고, 실제로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야간근무중 01시(익일, 즉 새벽1시)에 하기로 되어 있는 두 번째 기저귀 교체 업무를 건너뛰는 것이다.
이유는, 어르신들이 주무시는 시간이기에 기저귀를 갈아드린다며 잠을 깨게 할 수는 없다는 논리, 아니 핑계였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마음이 착찹합니다...
이 글은 저를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해 주고 제 어머니가 마지막 시간을 보내신 시설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기에, 저로서는 남다른 감회와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던 곳에서의 체험기록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가 보호자로서 한 걸음 밖에서 바라보고 느끼던 것과는 사뭇 다른, 요양원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간 실제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은 어쩔 수 없는 고발과 비평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히 인턴시절을 보냈다고 할만큼 스스로에게는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보낸 장소에 대한 기록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저로서는 제 어머니께 최선을 다한다고 했음에도 이제 보면 너무나 부족하고 미흡했던 그 시간들을 참회하고, 그러한(요양원의) 현실이 다만 한없이 나약한 한 인간의, 어쩌면 그 생의 마지막 여정이 될 수도 있는 가장 절박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진정으로 존중하며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변화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이 글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글을 시작한 이상 멈추거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감출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제가 겪었고 현재도 진행중인 현장에서의 경험을 그저 솔직하게 기록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