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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l 16. 2024

8.첫 걸음_주간근무 일과에 대하여

-기저귀교체

요양보호사의 업무내용은 케어포라는 노인장기요양 관리프로그램 앱을 통해 기록되는데, 휴대전화에 앱을 저장하여 이루어진다.


케어포-노인장기요양 관리프로그램 (carefor.co.kr)


근무시작 전 요양원 측에서 케어포를 휴대폰에 깔도록 하고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여 나를 직원으로 등록하면서부터 즉시 접속이 가능해진다.

그로써 일과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요양보호사의 모든 업무내용기록과 출퇴근관리까지 가능하다.




첫날, 첫 주간근무는 아침 9시부터 시작이다.

초보 요양보호사로서, 첫 발을 떼기 전 숨고르기에 이어 9시30분 무렵부터 첫 번째 기저귀교체와 라운딩에 돌입했다.

생활실이라고 불리는 방에는 1인용 침대와 간이수납장이 최소한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4인실이면 각각 4개씩, 2인실이라면 각각 2개씩이다.

물론 화장실은 모든 방마다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기저귀를 차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계시는 어르신이라면 화장실을 이용할 리는 없다.


내가 경험한, 요양원 주간근무조의 업무에 대해 정리하자면 이렇다.


1.오전 9시 출근 이후 1회차 기저귀교체

2.10시 반쯤 오전 간식 제공

3.10시반 무렵부터: 오전간식 제공과 1시간 남짓, 어르신들 목욕일정 병행(그날 근무인원이 4명일 경우, 두 명이 목욕담당, 한 명은 침상교체정리를 맡고, 다른 편에서 한 명이 간식준비와 배식활동을 한다)

3-1.10반~11시반:오전 정서/인지프로그램:(요일에 따라 오후에 프로그램이 있을 때는 14시 반부터 1시간정도)

4.11시~12시 반: 점심식사를 위한 준비와 배식, 마무리

5.12시 반~13시 반: 요양보호사 점심식사, 휴식(대략 1시간)

6.13시 반부터: 2회차 기저귀교체

7.14시~14시 반: 오후간식 제공(기저귀교체가 끝나는대로)

7-1.14시 반~15시 반: 요양보호사들 막간 휴식과 저녁식사를 위한 준비(물컵과 앞치마 등 테이블세팅)

8.16시 무렵: 3회차 기저귀교체

9.16시반~17시 저녁식사 배식과 마무리(기저귀교체 직후)

10.17시 이후 뒷정리와 휴식, 퇴근준비 

11.18시 5분전까지 출근하는 야근조와 인수인계/근무교대 

12.18시 퇴근


첫 근무지에서 주주야야식으로 두달 남짓한 주간근무일이면 무한 반복했던, 그래서 저절로 몸으로 익힌 요양원의 일과다. 이것은 그후 5월에 옮겨앉은 현재의 요양원과 저절로 비교하게 되었는데, 반드시 동일한 스케줄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근무시간의 시작과 끝이 다르기 때문이기도하고 각 시설과 근무자들의 역량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이해가 가능했다. 아무튼 이 일정표는 요양보호사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던 그곳의 경우임을 밝혀둔다.


위와 같은 일정에 대하여, 내가 현장에서 실제로 체험하며 느꼈던 소회를 덧붙여 부연해본다.


첫번째 기저귀교체-사실, 근무 첫날에는 기저귀교체를 직접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이론적 지식만 가득할뿐 실전경험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배들이 나에게 기저귀와 물티슈를 쥐어주는 대신, 뒤따라 다니며 견습을 하도록 배려했다. 그것이 배려인 것은 분명했다.

나로서는 집에서 내 어머니의 배변실수상황을 뒤처리해 본 몇 번의 경험과, 와상상태가 되어 요양원에 재입소한 이후 요양보호사들이 어머니의 기저귀를 교체하는 모습을 슬쩍슬쩍 지켜본 경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코를 막고 돌아서거나 가림막 사이로 얼마나 깨끗하게 하는지 감시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곤 했다.


함께 조를 이룬 선배요양보호사가 첫번째 생활실로 들어가며 친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OO어르신~ 기저귀 봐드릴게요...."

완전한 와상이든, 혹은 대체로 약간의 거동은 가능하나 다리의 힘이 부족하여 스스로 자유로운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로만 이동이 가능하신 분, 혹은 팬티형기저귀를 착용하고 자유로이 거동하시지만 치매가 심하여 스스로 화장실에 드나들며 볼일을 보긴 하지만 그 뒷처리가 완벽하지못한 어르신들이 그 대상이다.

가장 힘든것은 완전 와상상태인 어르신들임에 틀림없다.


그곳의 완전 와상의 경우는 대체로, 내 어머니처럼 비위관을 삽입한 상태로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으며, 말을 걸면 눈을 깜빡이거나 말씀을 하시기도 하나, 스스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경우이다.

그분들은 뇌졸중이나 파킨슨 환자이다. 뇌혈관이 터져 언어능력이나 신체의 많은 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 혹은 파킨슨의 진행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온몸이 굳어지고 꼬여버린 경우도 있었다.

어떤 여자 어르신은 어쩌다가 웅크린 자세로 몸이 굳어질 때까지 진행된 건지 알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분의  기저귀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가장 큰 노력이 필요한 경우였다. 선배가 기저귀교체작업을 용이하게 하도록 나는 보조자로서 굳어지고 엉켜버린 사지를 잡아 벌리는 역할을 했다. 그때, 나는 팔에 적지않은 힘을 주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웅크린 자세는 결코 펼쳐지지 않으므로 보호사 한사람이 그일을 해야 할 때는 요령이 필요했다.

두 사람이 조를 이룰 만큼 근무인원이 많을 때는 둘이 협력할 수 있지만, 야간근무를 할 때는 사정이 달랐다.

야간근무는 달랑 두사람이 밤을 지켜야하므로 각자 생활실을 돌아야 했다.

첫 출근 며칠후인 야간 근무시간부터 실제 기저귀교체 작업을 직접 하게 되면서부터 나도 혼자서 그분의 기저귀를 교체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힘들었다.

손이 두 개뿐인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순간인지 모른다. 채워져 있던 기저귀를 어찌어찌 풀어보면 주로 소변이 한가득이거나 가끔은 대변이 퍼져 있다. 물티슈를 이용해 앞에서 뒤로 닦아내고 몸을 뒤로 돌려 엉덩이에 묻은 대소변을 닦아내며 기저귀를 걷어내야 한다.

바로 그럴 때, 나는 온힘을 다해, 온몸을 사용하여 그 작업을 해야만 했다.

웅크린 자세인지라 몸을 옆으로 돌려놓아도 곧바로 돌아오려 하기에, 두 손만으로 기저귀를 갈기 위해 나로서는 발까지 사용해야 했다.


웅크린 몸을 옆으로 돌려 등이 보이게 한뒤, 한 발을 들어 등을 조심스레 밀어 버텨야 했다. 그렇게 해서 잠깐이라도 등이 침상에서 떨어진 상태, 엉덩이가 드러나게 한 상태로 그곳의 오물을 닦아내고 오염된 기저귀를 빼내고 새 기저귀를 펼쳐 대고 제대로 자리잡도록 위치를 잡은 다음 조심스레 원위치로 몸을 돌려눕힌다.


그리고 앞쪽에서 다시 기저귀를 채우는데 밤이면, 밤새 소변이나 대변이 기저귀 밖으로 새지 않도록 기저귀를 한두장 더 덧대거나 방수매트를 깔거나 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그렇게 하고 나면 온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한여름도 아닌 2~3월에도 날씨와 관계없이 그분의 기저귀교체만 하고 나면 땀이 뻘뻘 났다.  

그 당시, 그 어르신을 돌보는게 가장 힘들었다. 식사도 당연히 스스로 할  수없어 매끼니 먹여드려야 했다. 그러나 인지력도 있고 말씀도 하시지만, 실제로 그분의 말을 알아들은 적은 거의 없다. 식욕이 좋아서 죽식을 드리지만 한번도 남긴적 없이 끝까지 드시곤 했다.


어느날, 나는 한심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번 기저귀교체하기도 저렇게 힘든 어르신을 계속 돌보아야 하다니...너무 힘들다. 그만둬야 하나???

그러나, 얼마 후 그분은 돌아가셨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그런 생각을 잠깐이라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때, 나는 그 어르신이 평생 그상태 그대로 머무를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요양원에 오는 어르신들은 사실상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될 리가 없는 분들이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상태로 요양원에 오셨다가 다행스레 회복되어 기운을 차리고 말소리도 못내던 사람이 말을 하고 걸음을 뗄 정도로 호전되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80~90대의 고령으로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대부분 거의 회복이 어려운 경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온몸이 웅크린 채로 굳어진 그 어르신이 평생을 살기라도 할 것처럼, 기저귀 가는 일이 고되다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걱정을 했던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최선을 다해 돌보아드려도 끝내 결국은, 내어머니처럼 그분처럼 마지막 길을 가고야 말 것인데 말이다.

겨우 한두 달남짓, 그 얼마동안에도 고단했던 일과를 푸념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한없는 자괴감을 느꼈다.


맨처음, 기저귀교체에서 막연히 가장 두려웠던 것은 냄새였다.

냄새....특히 변이 담긴 기저귀를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뜻밖이었다.


처음 이 일을 하기로 결심을 굳히는 과정에서 나는 요양보호사이며, 내 어머니와 같은 이분들을 성심껏 돌보아드리자,는 마음만 품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엄마, 나에게 용기를 주세요. 가장 낮은 자세로 엄마를 돌보듯 진심으로 그분들을 살필 수있도록 저를 지켜주세요.라고 날마다 일을 시작하기전, 마음 속으로 간구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뜻밖에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문제였다. 그까짓 냄새따위를 막연히 두려워했다는 사실이 어리석게 느껴졌고, 그런 내가 스스로도 놀랍게 느껴졌다.


몇번의 견습 이후 실제로 직접 내손으로 기저귀교체를 하던 초기에는 눈물이 자꾸 났다.

번번이 내 어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그리 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또 한 사람 온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진 채 누워지내는 여자어르신이 있었다. 치매가 있어서 종종 심한 망상으로 헛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의사소통도 될정도였다.

다만 몸을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뿐이었다. ...어쩌면, 잠수종에 갇힌 몸처럼 정신만은 온전하여 그 괴로움이 더 크리라는 짐작만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담담하게 기저귀를 갈아드리자, '고맙습니다' 소리를 수십번씩 하셨다.


그날, 처음 그분의 기저귀를 갈아드릴때 나는 눈물을 삼켰다.


나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쩌다 나는 내어머니의 기저귀는 한번도 갈아드리지 못했나, 내가 직접 한번도 해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고 후회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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