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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l 23. 2024

8-1.인간을 돌봄에 있어 지극히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

-당연한 요구와 당연한 의무사이의 충돌에 관하여

세상에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배변훈련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생후 18개월에서 36개월사이에 이루어진다.


배변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 제 똥오줌 뒷처리를 할 수 있어야 장래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인간은 나이들면 다시 아기가 된다는 말은 어쩌면, 배변훈련을 거쳐 평생 스스로 해왔던 대소변 뒷처리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진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도 망설였던 이유중 가장 큰 문제도 어쩌면 바로 그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만한 해답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막연히, 냄새나는 타인의 대변을 치워야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 넘어야 하지만 과연 넘어설 수 있을지 너무나 막막한 큰 산처럼 느껴졌다.


요양보호사자격취득을 위한 이론과정에서 기저귀를 교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을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그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지금 내가, 현장의 모든 요양보호사들이 자연스레 기저귀교체시 따르는 룰(혹은 순서, 아니면 절차라고 해야할까..)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로서는 나와 함께 살던 시기의 내 어머니가 신체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과정에서 밤중에 이부자리에 변실수를 해버린 것을 치우고 씻겼던 서투른 몇차례 기억만이 경험의 전부였다....그런 몇번의 돌발적인 경험은 충격으로 누적되었고 그럴수록 요양보호사로서의 자격에 스스로 의문이 가중되었음은 물론이다.


어느덧, 그 모든 막연한 두려움과 근심을 넘어서 이제는 놀랍게도 그 일 자체가 그저 일과의 하나인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어머니가 마지막 시간을 보내신 요양원, 그곳에서 마침내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너무나 간단히, 그저 바닥에 그려놓은 선을 성큼 건너는 것처럼 기저귀케어의 두려움을 넘어선 나는 스스로도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깨달았다.


내어머니가 갓 태어난 나를 돌보았듯, 지금 나는 다시 아기가 되어버린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상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그저, 인간이 인간을 돌봄에 있어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똥을 쌌느니 오줌을 쌌느니 하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수 없기에 냄새나 칭얼거림이나 울음따위의 신호로 돌보는 이에게 기저귀교체의 필요성을 전달한다.

아기를 돌보는 이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그 사실을 알아차린 즉시 기저귀를 갈아준다.


지금 내가 돌보는 이들, 평생 제스스로 뒷처리를 문제없이 해왔으나 이제 다시 아기가 되어버린 노구의 경우는 어떤가.


1~2개월차의 햇병아리요양보호사 시절, 나는 바로 그들의 당연한 요구 요양보호사의 당연한 의무사이갈등과 충돌현장을 목격하며 적잖이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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