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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Aug 05. 2024

로드 킬Roadkill-

-안타까운 레퀴엠_진노의 날

어제, 이른 아침 출근길.


늘 다니는 도로를 달리다 멀리 앞쪽에 갈가리 찢기고 흩어진

육신의 조각들을 발견했다.


완전히 갈아없진 것도 아니고,

틀림없이 이 새벽이 밝기 전 어느 때쯤 자행되었을 핏빛 붉은

도륙의 현장.

그럼에도 실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을 테지만.


로드 킬-


그즈음 라디오에서는 뜻밖에도 레퀴엠이 흘러나왔다.

모차르트가 미처 다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진혼곡 진노의 날.


오, 주여~저 가여운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소서!


뜻밖에도 한 생명의 죽음을 한탄하는 듯 격정적인 연주가 들려오고,

나는 다만 성호를 그으며 부지불식간 처참하게 생을 희생당한 가여운 저 짐승_강아지를 위한 화살기도를 뇌까릴 뿐이었다.



도로를 달리며 수많은 로드킬을 목격한다.

그들은 그저 길을 건너려 했을 뿐, 그들은 그저 살기 위해 가로지르며 달려 나갔을 뿐...


그럼에도, 어떤 생명들은 끝내 그 순간을 가로지르지 못한 채 도로 위, 그 자리에서

뜻모를 찰나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왠지 모르게, 어제의 일이지만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언제부턴가, 도로에서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 가여운 동물(흔하게는 강아지, 고양이 혹은 자유로에서 보았던 고라니의 사체...)을 목도할 때면, 성호를 그으며 저 가여운 영혼을 천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화살기도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혹은 대체로 외면하고 떠올리려 하지 않을

저 안타까운 죽음들에

나라도 한 마디, 하릴없는 축원이나마 해주고 싶어서.





모차르트 레퀴엠_진노의 날


https://www.youtube.com/watch?v=_jBLyIQvNf0

레퀴엠_진노의 날



||진노의 날(dies irae)

오스트리아 작곡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의 유작이자 미완성작이다.

레퀴엠(진혼곡/위령곡)의 수록곡 총 5부 14곡 구성 중, 2부(부속가 ; Sequentia)에 속하는 진노의 날은, 죽은 이의 안식과 자비를 비는 1부(입당송)에 이어져, 예수가 강림해 모든 영혼의 죄를 심판하종말을 배경으로 죽은 자의 영혼을 가엾게 여겨 달라 청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레퀴엠(Requiem:1791)은 오스트리아 빈 남서쪽 슈투파흐의 영주였던 프란츠 폰 발제크(Franz von Walstegg)백작이 죽은 아내를 애도하기 위하여 모차르트에게 거액을 조건으로 작곡을 의뢰한 작품이다. 

당시 모차르트는 생활고와 건강악화 속에서도 9월에 초연을 앞둔 오페라 '마술피리'와 '티토의 자비' 막바지 작곡 작업에 매달려 있었다. 마침내 백작의 의뢰를 받고 작업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에, 35세의 모차르트는 끝내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후 제자인 쥐스마이어(franz Xaver Süssmayr :1799-1803)가 완성하였으나, 결과적으로 모차르트 자신을 위한 미사곡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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