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중 총 휴게시간인 7시간중 기본적인 휴게시간 1시간은 그렇다 치고라도, 나머지 6시간은 잠 또는 휴식시간이므로 근무로 인정하지 않는다.
바로 그게 모순이다.
나는 분명히 그 시간동안 근무지를 이탈하지도 않았는데, 근무가 아니라니!
그래서, 2인1조의 근무자들은 교대로 그 6시간 동안 자신의 권리를 찾아들고 휴게실로 들어가 쪽잠을 청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 두사람이 근무할때는 한사람당 4시간씩만 쉴 수 있다.
먼저, 한 사람이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쉬고 나오면 교대로 다음사람이 1시부터 5시까지 쉬도록 되어 있다.
5시부터 기저귀교체를 하며 새로 일과가 시작된다.
그시간만큼도 그러나 결코 충분히 잠들지 못한다.
잠들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내탓이라고 치더라도, 잠을 자보려 몸부림치는 동안 더불어 긴 잠에 들어야 할 어르신들 중 누구라도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선잠에 허우적거리던 몸은 자동반사적으로 일으켜세워진다. 이어서 고성능 청각장치도 장착되지 않은 얄팍한 귓바퀴를 쫑긋거리며 휴게실 바깥의 동정을 살피게 된다.
다행히, 나 대신 혼자서 불침번을 서는 근무자가 조용히 불시의 소란을 진정시키고 잠재운다면 그나마 그토록 불완전한 휴식이나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게, 어쩔 수 없이 커다란 소동이 되어버리거나 한다면?
뭐, 불을 보듯 당연한 결과가 이어진다.
뛰쳐나가야 한다.
불침번 근무자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허둥거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밤시간의 근무에는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상주한다.
돌발상황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겪은 일은 치매가 심한 어르신들의 경우였다.
한 번은, 치매가 심하여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주위를 끝없이 배회하는 여자어르신을 마주했던 경험이다.
어느 밤, 밤 9시 기저귀교체가 끝나고 어르신들의 잠자리를 점검한뒤 소등을 하며 취침시간임을 알려드렸다. 그후, 나와 또 한 명의 근무자는 케어포를 작성하고 마무리할 일을 점검하였으며 10시가 되면 한사람이 휴식을 하러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두운 거실 소파에 눕거나 기대앉아 나는 적어도 앞으로 4시간 동안 어르신들이 아무 문제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며 불침번에 들어갔다.(이론상으로는 6시간씩 나누어 쉴 수있으나 실제로는 4시간씩만 쉰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방 문이 슬그머니 열리며 어르신 한분이 나타났다. A어르신이라고 하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어둑한 거실의 동정을 살피며 걸음을 내딛는다.
깊은 밤, 습관적인 배회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 근무자들은 당연히 그 어르신의 잠자리도 봐드리며 잘 주무시도록 해드렸다. 그러나 그 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혼자 침상에서 뒤척이다 결국 털고 일어난 것이다.
나는 조용히, 황급히, 그분께 다가가 방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드리며 주무시도록 단도리했다. 그러나 다시 반복된다.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어둠속에 등장하기를 몇번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날이 새도록 어르신과 나는 그 상황을 무한반복할 수도 있기에, 몇차례 반복 끝에 마지막 수를 써야한다.
손목억제대를 이용하는 것이다.
억제대. 양쪽 손목을 침상 양쪽 난간에 묶어두는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누워있게 된다.
제 손을 제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제마음껏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대란 얼마나 끔찍한 도구인가.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경우, 그걸 써야 한다.
맞다, 비인간적이다. 그럼에도....
혹자는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냥 혼자 나와서 거실을 배회하도록 두면 될 것 아닌가.
배회는 그냥 혼자 돌아다니는 행동만이 아니다.
의자를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다른 어르신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기웃거리거나, 구석구석 다니며 열리는 문들은 열어 보고 닫아 보고, 무엇이든 잡히는 대로 손을 대는 까닭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만약 그분이 배회하도록 놔두려면 뒤따르며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어떤 위험한 행동이 돌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배회현상은 언제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내포한다. 밤중이라면 당연히 더욱 소란스러울 뿐 아니라, 곤히 잠들었을 어르신들의 잠을 방해하게 된다.
손목억제대에 묶인 어르신은 그나마 묶인채로 혼자 중얼거리며 뒤척이다 잠이 들었던것 같다.
그런 상황을 겪다 보면 근무자의 심신은 극도의 긴장상태가 된다.
피곤이 몰려오고 지치게 마련이다.
그러고 나서 교대자와 교대로 휴게실로 들어간다한들 잠이 오지 않는다.
피곤하고 지쳤으니 잠이 와야 맞을텐데, 아니었다. 두눈은 뻑뻑하고 몸은 늘어지지만 결코 잠들지 못한다.
또 다른 치매 어르신 B도 밤 10시가 넘도록 잠들지 못하고 어느 날, 거실에 죽치고 앉아계셨다.
그분은 요실금팬티를 착용하시는 분으로, 스스로 거동하시며 화장실도 다니시며 실금하시면 스스로 갈아입을 정도로 인지가 비교적 있는 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치매가 조금씩 진행되고 우울증이 있었다. 낮동안에도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지 않으며 온종일 잠만 자거나 한 번씩 깨어나면 방 밖으로 나와 거실 의자에 멍하니 오랫동안 앉아 계시곤 했다.
물론, 그럴 때 요양보호사들은 그분께 다가가 말을 걸어 상황을 살핀다.
대화가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으나 그전까지 그분의 상태는 대체로 양호했다.
그런 어느날-그 밤, B어르신은 아주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계셨고, 밤이 깊었으니 들어가 주무셔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알았다고만 하고 계속 같은 모습이었다.
하는 수 없이 거실의 전등을 모두 꺼버렸다. 그러면 어쩔 수없이 방으로 들어가실테니까.
정말로 곧이어 자신의 생활실로 들어가셨다. 뒤따라 들어가 자리에 눕도록 도와드리고 나왔다.
그러나 얼마 후...다시 나오셨다.
잠시 안도하던 우리는 그 분을 다시 방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그랬더니, 방바닥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요실금팬티에 무른 변을 보았고 그게 불편하여 벗어서 바닥에 던져둔 상태였다.
바닥 여기저기 똥이 묻어있었다. 그제서야 자세히 살피니 어르신의 신발에도 똥이 묻어서 여기저기 똥자국이 번져있다. 당연히 바지에도 똥이 묻었다...
그러면, 갑자기 비상이다.
서둘러 어르신의 옷을 벗기고 화장실로 모셔가 샤워기로 씻겨 드린다.
다른 한사람은 방바닥의 똥자국과 똥팬티를 수습하여 처리하고 침상을 확인하고, 새로 갈아입힐 옷과 요실금팬티를 가져다주고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휴게시간을 찾아먹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변실수로 인한 돌발상황은, 다른 분들의 경우에도 밤 뿐아니라 낮 동안에도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외에도 밤근무 중 가장 큰 돌발상황은 어르신이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란, 대체로 그 이전부터 조짐이 보이고 몇번의 위급함으로 징조를 나타내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고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던 그 두 달여 동안, 다른 야간 근무자가 그런 일을 겪었다.
평소 와상상태이며 의사소통도 어렵고 식사도 거의 떠먹여드려야하는 상태의남자 어르신C께서어느 밤,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사망에 관한 어떤 기미도 그전까지 보이지 않았기에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늘 그렇듯 식사를 거부하시면 뉴케어와 같은 대체식으로 보충해 드리면서도 기력을 잃지 않도록 근무자들이 신경쓰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 밤 갑자기 얹혀있던 무언가를 토하듯 입을 통해 뜻밖에도 고약한 오물을 토하고, 그것을 온통 뒤집어쓴 채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더구나 너무 당혹스럽게 돌연 사망에 이른 어르신을 발견한 그날 밤의 근무자는 이미 사망하신 상태임에도 목욕침상으로 어르신을 옮겨가 욕실에서 몸을 씻겨 드리기까지 했다고 전했다....몹시 당황스럽고 근심스러웠으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처참하여 차마 그대로 보내드릴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날밤, 그 근무자는 더더욱 안타까움과 걱정으로 휴게시간을 지키기는 커녕, 밤을 지샐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후유증또한 충분히 예상할 만했다.
이와 같은 의외이며 충격적인 경우는 드물겠지만, 이러한 돌발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 모든 돌발상황을 감당하고 수습하는 것은 오롯이 야간근무자들의 몫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무급이라니?
물론, 야간근무는 주간근무와 달리 1.5배라는 추가수당으로 책정되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위와 같은 돌발상황을 예견하고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도록 하면서 해당시간을 무급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아무리 되돌려 생각해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무급으로 처리했으니, 그 6시간 동안에는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모른 척하면 될까.
아니지, 결코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결코 모른 척 할 수 없는돌발상황은 말그대로 돌발적이기에 매일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므로 일관된 보수를 책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그런 의미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공단-건강보험공단은, 요양원운영자는, 요양보호사라는 극한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요양원은 24시간 365일 운영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집을 떠나 제2의 집으로 삼아 상주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주말이나 공휴일이라고 해서 일상의 일과가 줄어들거나 소홀해도 되는 것은 없다.
다만, 굳이 따지자면 평일에는 인지/신체활동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정도.
주말이나 휴일에는 그런 활동을 하는 강사들도 쉬어야하기에 빠져있을 뿐이다.
대신, 주말과 공휴일에는 어르신들을 찾는 면회객들이 있다.
가족이나 친지들이 어르신들의 근황을 살피러 방문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면회를 위해 어르신의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를 빗기고 휠체어 옮겨앉히는 등의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또 생활실과 그에 딸린 화장실 청소도 그때 해야 한다.
평일에는 일정이 빡빡하여 생활실과 화장실 청소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말이나 휴일에는 근무인원을 줄이는 것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는 일은 줄어들거나 축소되지 않는데 오히려 근무인원을 줄이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래저래 요양보호사들은 혹사당하고있다.
기본적인 급여체계가 최저시급이라는 것부터 애초에 문제인 것이다.
자꾸 돈얘기만 하는듯 보인다면 유감이지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하고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아무도 쉽게 달려들 수 없는 일에 성의껏 임하는 이들에게 적정한 처우라고 보기엔 터무니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정확히 하자면, 모든 근무시간은 야간이든 주간이든 정확하게 급여를 책정해야 한다.
즉, 나의 불만사항인 야간근무 중 6시간을 강제 휴식으로 명명하여 무급으로 처리할게 아니라, 오후6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로 통상적인 9시간 근무만시키면 된다.
그러면, 총 7시간의 무급시간 중 정해진 1시간 휴게 이외의 6시간을 무급 휴식이나 쪽잠따위로 강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 이후, 새벽 3시부터 낮12시까지 9시간에 해당하는 근무자를 정당한 보수로 추가 투입하면 되는게 아닌가. 그러지 않을 거면, 야간근무 15시간에 적정한 급여를 정확하게 책정하면 된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새벽-밤시간은 어르신들이 모두 주무시는 시간이므로 근무자들은 불침번 외에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할 일 없이 밤을 새는 일에 왜 돈을 주어야 하느냐는 사고방식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정확하게 9시간씩 쪼개어 근무자를 투입할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아무리 어르신울 위하고 어르신만 생각한다고 외쳐도, 결국은 모두들 남는 장사를 원한다. 안건비는 한푼이라도 줄여야 제 호주머니가 조금이라도 불어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