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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Aug 08. 2024

8-3.기저귀교체의 딜레마

-부끄러운 고백

기저귀교체에 관하여 조금 더 써야겠다.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끝까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기저귀 교체문제는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쌍방의 합의 혹은 갈등에 관한 이해는 나에게는 어느 것보다 큰 숙제였다.


주간근무시 4시간마다로 정해진 기저귀교체 시간.

그 사이에 한번 더 갈아달라고 요구하시는 어르신들에 대한 대처는 어쩌면 어느 정도 요령껏, 깐깐한 선배들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해결해드릴 수 있었다.

또, 당연히 '언제든지 한번 더 를 외치는 어르신에겐 당연하게!'의 입장을 고수하는 선배들과 짝을 이루게 된 날에는 그 일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문제는, 습관적으로 한번 더를 외치는 어르신도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오후 1시반경에 주간근무 두번째 기저귀교체를 했는데 그로부터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번 더를 외친 어르신에게 즉시 쫓아가 확인했을 때, 어르신의 느낌과 달리, 대변은 물론 소변도 나오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괄약근의 기능 또한 다른 신체기능과 마찬가지로 나빠지고 감각이 둔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소변이 나오는지 대변이 나오는지 스스로 정확하게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요실금팬티(팬티형기저귀)나 환자용 기저귀(반복착용가능한, 속기저귀를 덧대어 오염된 속기저귀만 여러번 교체가능하도록 만들어진)를 착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본인의 느낌상 '소변이 나온 것 같다' 혹은 '대변을 본 것 같다'며 기저귀를 갈아달라 요구하게 되는데, 그런 느낌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소변이 나왔으니 갈아달라고(1시간 전에 새로 갈아댄 기저귀에)하여 확인해 보면 실제로 소변이 또 나와 있는 경우, 잔소리를 덤으로 채워서라도 바로 즉시 갈아드리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때, 어떤 근무자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어르신, 조금밖에 안 나왔으니 더 싸셔도 됩니다. 지금 기저귀 갈아드린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조금 젖었다고 갈아달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아깝잖아요...이 기저귀는 몇 번 더 싸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으니 걱정말고 더 싸세요!


나도, 그렇게 말했다...그것은 어쩌면 룰이었다.


만약에 소변이 흥건히 새 기저귀를 적실 만큼 또 나온 상태라면 더 이상의 핑계없이 갈아드린다.

만약에 대변이 그렇게 나와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갈아드린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좀더 참고 그 상태로 다음 기저귀교체시간까지 버티시라고 냉정하게 말해야 한다.

그러니까, 깐깐한 근무자들은 틀림없이 새로 교체한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한번 더를 외치는 어르신들게는 애시당초 야멸차게 구는 작전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순순히 어르신의 말대로 기저귀를 확인했더니 만족스럽게 배설을 한것이 아니면 그냥 닫아주어야 하는 그 순간의 난처함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실은 그렇게  하기가 마음 한쪽이 무척 불편하고 괴롭기에.

차라리 아예 확인을 안 하는 편이 그 자신 양심이 덜 괴롭기에 매정하게 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이해했다.

어쩌면 이 또한 인간과 인간의 일이기에.

냉정한 요양보호사도 실은 부모가 있고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애초에 그 일을 시작했기에.


기저귀교체에 관하여, 거의 매일 딜레마에 봉착했다.

특히 갓 초보시절의 나에게는 피할 수 없는 절차이며 피하고 싶은 부담이 날마다 존재했다.

그것은 특히 야간근무시에 더욱 크게 다가왔다.


야간근무 일과도 주간근무 일과와 비슷하다.

다만 아침 9시가 아니라, 오후 6시에 일과가 시작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주간처럼 프로그램이나 목욕서비스나 가족 면회스케줄도 없다. 그러니까, 어쩌면 더 쉽고 놀고 먹는 일일까.


오후 6시에 출근한 야간근무조의 일과표를 대략 작성해본다.

1.오후6시 출근

그시각에 퇴근하는 주간근무조와 인수인계-낮동안 있었던 어르신들의 동정에 관하여 정보를 주고받는다.

어르신들의 방을 한번 돌며 상황을 살핀다.

2.오후6시~9시까지 각방의 물병을 수거하여 세척하고 새 물을 받아 다시 돌린다. 

그외 기저귀교체시각이 되기전까지 마무리 해야할 일이 있으면 해결한다.

그리고 야간근무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3.오후9시에 야간근무 첫번째 기저귀교체가 이루어진다.

주간근무조가 오후 4~5시경 마지막으로 교체한 기저귀를 점검하는 것이다.

대부분, 그로부터 4시간여가 지난 시점이므로 기저귀는 이미 소변 혹은 대변으로 흥건하다.

(물론 이 정해진 기저귀교체시각까지 참지 못하고 중간시점에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외치는 어르신은 있을 수있다. 그럴 때도, 대부분 마찬가지로, 조금 참으시면 9시에 갈아드릴게요...라고 해야 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얼마나 참기 어려우면 참지 못하고 요구를 할까 싶으면서도 매정하게 굴어야 한다. 그때도 또한 마찬가지로, 갈아줄 때까지 '징징-'대는 어르신에게는 잔소리와 투덜거림을 덤으로 얹어주며 요구사항을 해결해 드리기도 한다.)

그후, 어르신들은 취침준비에 들어간다.

근무자(2인1조)들은 케어포를 작성하거나 누가 먼저 4시간의 휴식(잠을 자라고 하지만, 그밤 결코 잠들 수 없다)을 취하고 교대할 것인지를 정하는 등의 논의를 한다.

4.새벽 1시 두번째 기저귀교체

5.새벽 5시 세번째 기저귀교체

5-1.5시반부터 양치와 세안, 아침식사 준비 등등

6.오전7시 무렵 아침식사제공

7.오전 9시 야간조 퇴근/주간조와 교대


첫번째 기저귀 교체시각인 밤 9시 이후, 대략 10시즈음부터 2시까지 4시간의 휴식시간을 한사람이 갖는 동안, 불침번을 서는 한사람의 임무는 고요히 잠든 생활실을 이따금 라운딩하며 어르신들이 편히 잘 주무시는지 문틈으로 확인하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비교적 거동이 가능하신 어르신들의 동태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또하나, 밤 9시이후 4시간 간격으로 예정되어있는 두번째  기저귀교체를 해야 한다.

그 시각이 새벽 1시다.


그러면, 혼자뿐인 불침번 근무자는 홀로 잠든 어르신들의 방을 돌며 기저귀를 갈아드릴까.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새벽 1시의 기저귀교체 일정은 케어포에만 존재하는 허구였다.


밤 9시 기저귀교체를 할때, 근무자들은 단단히 밤을 지낼 준비를 했다.

어르신들의 기저귀에 한두 개씩 이리저리 덧대어 밤새 대소변을, 잠결에 몇 번씩 싸더라도  차고 넘치지 않도록, 차고 넘치더라도 매트리스 커버를 적시지 않도록 방수매트까지 깔아드리며 철통방어진을 친다.


일을 시작한지 하루이틀째 야간근무시에는 정말 멋모르고 어영부영, 선배 근무자를 따라 일과를 따라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처음이라, 거의 하나하나 물어 가며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새벽 1시의 기저귀교체가 일정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당연히 건너뛴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다.

케어포를 작성하다 보면 밤 9시 새벽1시, 5시로 기저귀교체 시간이 정해져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나는 한번도 새벽 1시에 기저귀교체를 해드린적이 없었음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주간조 근무시에도 일과중 총 세차례 기저귀를 갈아드린다. 야간근무시에도 원래는 세번으로 정해져있다. 그러나 그중 한번을 의도적으로 건너뛰는 것이다.


처음엔 그저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단잠에 빠져계실지도 모를 어르신들을 기저귀때문에 깨우는건 아니될 일이라는 뻔뻔한 명분아래 숨어 책임을 회피했다.


그런데, 길고 잠 못 드는 밤이 지나고 새벽 5시에 기저귀교체를 하러 어르신들 방을 돌기 시작하면, 대부분 기저귀들은 엄청난 소변이나 대변으로 차고 넘치기 직전의 상태였다.

자칫 간밤에 제대로 방어진을 치지 못했던 어르신이라면 옷은 물론 침대매트리스커버까지 죄다 갈아드려야하는 대참사가 벌어져 있기도 했다. 그러면 일이 많아진다.. 투덜거림도 커진다.


그 긴 밤 시간 동안에도 가끔 '한번 더- '기저귀교체를 외치는 분이 있었다.

잠들기전에 변을 보았거나 소변을 많이 보았거나의 이유로 도저히 잠들 수 없었던 그 어르신은 대략 밤 11시에서 자정 무렵에 우리를 불렀다.

지금 한번 더 갈아달라고.

그럴 때 갈아 드린다. 역시나 심심하지 않도록 투덜거림을 배경음악으로 섞어서.


하루이틀이 지나고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 나역시 그런 역할을 했음을 고백한다.


아무리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러면 안 되는게 아닌가. 

자유로이 자신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나 편하자고 밤시간동안 기저귀교체를 한번 빼먹으면, 어르신들은 무려 8시간동안 그 상태로 견뎌야하는 것이다.


젊을 때와 달리, 나이 들면 밤에도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마련이다.

바로 곁에서 지켜본 내 어머니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니 오히려, 잠 못 들고 밤새 자주 소변을 보게 마련인 어르신들의 기저귀를 한번이라도 더 갈아드리는게 맞다.

하물며, 건너 뛰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끔찍한 학대를 자행한 것인지. 육체적 정신적 학대에 다름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자마자 요령부터 터득한 셈이었다.


나중에, 내가 그 첫번째 요양원을 그만둘 무렵 그때까지 함께 근무했던 선배가 아닌 다른(다른 층에서 근무하다가 그 무렵 그만두었으나, 하루만 대타로 근무를 해준) 요양보호사 선배와 함께 야간근무를 한번 했었다.


그분은 의외로 새벽 1시의 기저귀교체 일정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날, 1시가 다가오자 그분이 말했다.

기저귀 갈아드려야지요...건너뛰고 새벽 5시까지 그냥 두는건 좀 아니잖아요...

뜻밖에도, 나를 가르치던 선배와는 다른 말을 하는 그분께 이렇게 반문했다.

어르신들이 주무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마치, 불을 켜면 잠을 방해할까봐 걱정된다는 듯 교활한 질문이었다.


나는 그때 이미 새벽 1시 일정을 건너뛰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고, 솔직히 말해서, 그때까지 안 했던 그 일을 갑자기 해야 한다는게 은근히 언짢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실까, 건너뛰면 쉬울텐데라고 생각하며 코웃음을 치기까지 했다.


일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만져봐서 기저귀가(소변이 가득차서) 두둑하거나 변냄새가 나는 분들만이라도 열어서 확인하고 갈아드리면 되죠....

거부할 수 없는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 그때까지도 나는, 부끄럽지만, 몹시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따라 할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르신들께 얼마나 죄스러운지 모르겠다.




핑계라면 핑계가 되겠지만, 그전까지 처음부터 나를 끼고 잔소리해가며 가르치던 선배 요양보호사 Y선생은 요령과 잔머리로 무장된 사람이었다. 그 요령 중에는 일을 좀더 쉽고 편리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기저귀교체와 관련한 그분의 요령과 태도는 지금 생각해도 다소 지나친 면이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그분은 어르신들을 자신의 부모라고 생각하고 돌본다고 수없이 뇌까렸다.

허나, 정작 어르신들이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요구나 태도를 보이면 사정없이 거칠게 대했다.

심지어는 치매가 심한 여자 어르신과 서로 대거리를 하며 싸움을 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어르신과의 쌈박질이 처음도 아니라고 했다.

그분에 대해 쓸수록 비난과 험담만 하게 되는 것같아 안타깝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렇게 과격하고 안하무인격인 요양보호사를 보았고 함께 일했다는 점이다.

그분은 또한, 함께 일하던 두달 동안 나하고도 몇 번의 갈등을 빚었었다.... 초보였던 나와.

또 그전부터 여러 동료들과 잦은 충돌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내가 퇴사한 뒤에도 어떤 문제로 분란의 주인공이 되었고 결국 그곳을 그만두었다는 얘기까지 전해들었다...




내가 그곳, 내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그 요양원을 떠나온지도 벌써 넉달 째이다.

그곳에서 요양보호사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두달넘게 근무하다가 현재의 요양원으로 옮겨앉은 것이다. 

첫 시점으로부터 헤아리자니, 어느새 6개월째 요양보호사로서의 일상에 익숙해졌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새벽 1시의 기저귀교체를 건너뛰는지 어쩌는지 알 수 없다.

또 그것이 모든 요양원의 관행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이곳에서는 적어도 내가 주로 근무하는 낮시간동안, 기저귀교체에 있어서 나중이란 없다.

기본적으로 4시간마다 기저귀교체가 이루어지지만, 그전에 언제든지 어르신이 요구하시면 갈아드린다. 그점에 대해 누구하나 반기를 들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며 오래지 않은 지난 시간 속에서 한없이 어리석었던 초보 시절의 나를 반성한다.

그저 한 사람의 반성으로 끝날 뿐 아니라, 그런 그릇된 관행이 이어진다면 이제라도 고쳐지기를 기대하는 심정도 있다.

가끔, 이 일, 거동불가능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덜 힘들고자, 을 사리는 경우를 볼 수도 있다. 

덜 힘들고자 한다면, 본인이 좀더 움직여야한다는 사실은 간과하는 것이다.


좀더 쉽고 편하게 일하고자 한다면, 빨리 손을 털고 나가는게 그 사람 본인은 물론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문득 떠오르는 또 한가지, 내 어머니가 계실 때, 마지막 임종을 앞둔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동생이 오기 전 하루이틀 밤 내가 어머니 곁에 있었던 적이 있다.

당시 요양보호사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가 새벽에도 기저귀 갈아드리러 올테니까 걱정마세요.

그런데 그 새벽에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었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다음 날이 밝았을 때, 그들이 기저귀를 갈아드리러 나타난 시각은 역시나 새벽 5시 무렵이었다.

말은 새벽1시경에도 갈아드린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당일 야간근무자 누구도 그시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때 한편으로는 밤새 교체 간격이 너무 길다는 생각만 막연히 하며 무심히 지나쳤던 것이다.

그즈음 나는 요양보호사가 생각이 없었기에 그러한 교체주기에 대해서도 무지했던 것이다.



숲으로 들어오니,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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