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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Oct 31. 2024

13.어느날, 요양원일기_3

_ 리모컨을 지키는 청년

요양원의 주 입소자는 65세이상의 노인성질환을 앓는 어르신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노인이 되기도 전에 치매나 사고 등의 원인으로 노인성질환의 특성을 나타낸다면, 병원에서 정해진 치료를 다 받고도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가망이 희박할 경우, 심신의 안정을 위하여 요양원에 머무를 수 있다. 드물게는 한두달 요양기간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외, 회복이 어려운 노인성 질환의 진행속도에 밀려 결국은 대부분 생의 마지막을 요양원에서 보내게 되는 듯하다.

70~80대에 요양원에 들어가게되어도 가족에게서 버림받는 느낌때문에 어르신들은  괴로워한다. 하물며, 더 젊은 나이에도 직계가족이 없거나 회복불가의 질환때문에 요양원에 들어온 이들은 좀더 분명한 좌절감을 느낄 듯하다.


나는 2월말부터 4월말까지, 5월부터 8월말(수술때문에 휴직하기 전까지)까지 각각 두곳의 요양원에서 일했다. 앞서의 요양원은 어머니가 계시던 곳이고 두번째 요양원은 휴직전까지 4개월째 근무한 곳이다. 앞서의 근무지에는 대부분 입소자가 어르신들이었으나, 두번째 요양원에서 만난 가장 젊은 입소자는 40대였다.

40대라니! 아직 젊다는 말로도 부족할 나이에, 벌써 수년째 그곳에 있다고 했다.



40대 청년 제훈 님을 만났다.

정확히 올해 나이가 47세로 기록되어 있다.

처음 제훈(가명)어르신을 만났을때, 나는 당혹스러웠다.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침대에 누운 채,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당연히 기저귀를 착용한 상태였고 사지는 대체로 뻣뻣하여 누가 침대에서 일으켜 휠체어에 태울 때, 두 다리는 살짝 힘주어 버티는 정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였으며, 두 팔도 뻣뻣하고 손가락들도 제멋대로 뻗어진 상태로 굳어져 수저를 제대로 쥘 수 없는 상태라면 조금 설명이 될까.

40대이니 만큼 얼굴은 당연히 젊고 팽팽하다.

그러나 말투도 목소리도 어눌하고 하는 말도 몇마디 안 된다.

대체로 4시간마다 기저귀를 교체하기에 시간에 맞춰 기저귀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면 거의 언제나 티비리모컨을 곁에 두고 티비화면에 몰입해 있다.


그는 40세의 어느날 스포츠카라던가 뭐라던가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논두렁으로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그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것은 물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인지능력조차 현저하게 저하되었고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이 무너져버렸다.


현재 47세인 제훈님의 장기요양등급은 2등급이다.

출처 :장기요양등급별 혜택 노인장기요양등급 신청방법 : 네이버 블로그


논두렁에 처박히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남은 생애를 요양원 침대 한칸에서 다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신체적 능력은 물론 인지력에도 장애가 와서 어린아이처럼 먹을 것과 텔레비전 시청 등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상태가 되었다.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보는 것외는 아무런 낙이나 보람이 없는 듯하다.


매일 근무시간이 되면, 우리는 일을 시작하기 전 먼저 라운딩을 돌며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다.

안부를 묻는 말을 건네고,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본다.

어르신 대부분이 요구사항이 거의 없다.


제훈님의 경우는 그저 티비 리모컨을 제 손가까이 쥐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손가락이 뻣뻣하여 리모컨을 제대로 쥐는 것도 어렵지만 매우 불편한 상태일지라도 리모컨을 배 위에 올려두고 한두손가락으로 대충 눌러가며 방송을 선택할 수 있다.


이제 자신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숫자 몇개가 박힌 리모컨 버튼이 전부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일까.


리모컨 사수에 목숨을 걸었고 온종일 테레비전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일방적일지라도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들끓는 듯싶다.


그외 특이한 것이라면, 다른 입소자 어르신들에 비해 변을 아주 자주 잘 보고 양도 아주 많다는 점이다.

그것도 젊기때문에 나타나는 특징같았다.

내가 아침 일찍 근무를 하러 출근하면 보통 아침 식사가 시작되는 시간이라, 식사배식과 정리를 전날 야간근무자와 함께 진행한다.


제훈님은,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기에 비빔그릇과 같은 넓은 그릇에 밥과 갈찬(반찬을 모두 갈아서 건더기가 없는 상태로 만든 것) 서너가지를 넣어 비벼 한번에 먹을  있게 한다.

국은 따로 담아 주지만, 국과 밥그릇이 담긴 식판을 그 앞에 놓아주지 않는다.

밥을 떠먹여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먹을 수도 있지만, 제대로 쥘 수 없는 수저를 대체로 뻗친상태인 손가락사에 끼운 채로 수저질을 하다 보면 그릇에서 입으로 가는 동안 흘리는게 대부분이다. 특히 국을 스스로 떠먹게두면 일단 대부분 쏟아버리게 되므로 결코 권장하지 않는다.


식사시간이 되면 침상을 앉은 자세까지 이르켜 세운 자세를 취하게 하고 앞치마를 둘러준다.

팔이나 손, 손가락의 움직임이 매우 불편하고 부자유스러운 까닭에 스스로 식사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기에 대체로 떠먹여드린다. 그럼에도 스스로 손을 움직이는 연습을 이어가는 것은 필요하기에 가끔씩 스스로 떠먹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일손이 부족한 경우이다. 식사 때마다 반드시 떠먹여야 드려야만 하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돕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람이라도 덜 먹여드리면 우리가 조금이라도 짬을 더 낼 수 있기에 특히 바쁠때는 제훈님 스스로 천천히 잘 떠서 드시도록 하지만, 나중에 보면 앞치마에 흘려진 음식물이 더 많은 경우가 흔했다.


아직 젊은 40대의 그는 늘 배고파했다.

흘리지 않고 남김없이 싹싹 긁어 떠먹여드려도 더 먹고 싶어 할 때가 많다. 그래도 더 드리는 일은 거의 없다.

많이 먹으면 똥만 많이 싸지 뭐!(기저귀만 더 자주 갈아야 된다고!)

이를테면 경력자인 요양보호사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특히, 제훈님은 신기하게도 밥을 먹고 나면 빠르면 즉시, 혹은 반드시 한시간 이내에 변을 본다.

식사배식이 끝나고 마무리를 하며 다시 라운딩을 할 때면 어눌하지만 분명한 어투로 말한다.

똥 쌌어.

뭐라고요??(숟가락 빼자마자 저런 소리를 들으면 당황스럽다-.-) 똥 쌌어요?....-.-알겠어요....

4시간마다 기저귀를 교체할 때, 변을 본 상태인 경우, 당연히 갈아드린다.

의사표현이 가능한 제훈님같은 경우는 그 시간과 상관없이 자신이 변을 봤을 경우, 마침 요양보호사를 마주친 경우는 분명하게 그 사실을 알리면 즉시 처리해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사실, 자신이 변을 봤는지 어쩐지 모르는 것 같다.

중간중간 라운딩시 특정 어르신에게서 변냄새가 심하게 난다든지 하여 요양보호사가 먼저 확인해 보았을 때 변이 나와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사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변냄새가 나니 저어르신 기저귀를 확인해봐야겠다고 하면, 어느 경우에는 선임자에게 타박을 받기도 한다.

이유는? 어차피 4시간마다 갈아줄 걸 뭐하러 미리 확인해서 한번 더 고생을 하느냐는 의미이다. 열어봐서 쌌으면 모른체 할수는 없으니 말이다...

물론, 이런 종사자가 많지는 않겠으나 분명히 일을 만들어서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 단지 원칙만을 고수하자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때, 그 선임자에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그 선임자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가는 동안 자신만의 원칙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특히 제훈님처럼 밥만 먹으면 똥쌌어를 외치는 경우, 심할 때는(기저귀교체시간과 상관없이) 아침 먹기전에 기저귀를 갈아달라 해서 갈아주고 아침 식후 곧바로 갈아주고, 점심식사 끝나자마자 갈아주고...이렇게 하루종일 똥기저귀만 여러 차례 교체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는 당연한 일을 하면서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보통의 어르신들의 배변주기는 하루 한번 혹은 2~3일이나 3~4일에 한번 정도씩이다.


사고로 인해 인지력이 낮아졌음에도 제훈 님은 자신의 의사표현에 있어서는 적극적이다.

대변을 본 때에는 그것을 처리해 달라고 누구보다 강력하게 요구한다.

다만, 3인실 입소자인 제훈님이 간혹 식사를 끝내자마자 '똥쌌어'를 종종 외치곤 하는데, 문제는 옆 침대의 또 다른 어르신은 아직 식사중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도 제훈님은 빨리 해결해 달라는 뜻으로, 똥쌌어, 똥쌌어 를 외친다.

다른 때같으면 당연히 즉시 갈아드려야 하지만 그럴 때는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한쪽에서는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똥냄새를 풍겨가며 기저귀를 갈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렇게 타이른다.

제훈님, 동수 어르신이 아직 식사중이잖아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동수어르신 식사끝나면 갈아드릴게요...

그러나 그는 참을성이 없다.

오로지 그순간 자신의 불쾌감을 해소하는데만 관심이 쏠린 상태이기에 더욱 짜증스레 외치곤 하는것이다.

똥쌌어....똥쌌다구!(못 참겠으니 빨리 갈아달란 말이야!)

똥쌌다고 몇번을 말해도 먹히지 않으면 저렇게, 두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큰 소리로 투정섞어 내뱉는다.


어쩌면,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기능은 소멸되고 먹고 싸는 본능만 남아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쩌면 침상에 누운 채로, 하루이틀 일년이년...어느새 7년이 되도록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창가의 먼지더께처럼 쌓여가는 것을 느끼는 자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짐작하기도 어렵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런 미래를 꿈꿀 수가 없다.

언제 죽을지 그것조차 짐작할 수 없다.

어쩌면, 미쳐버리지 않고 그렇게 무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살아있는 것이 은혜일까,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쓸모가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는 어떤 도구로 쓰이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일까.

그를 볼 때면 종종 마음이 아프고 괴롭기도 했다.


더구나 내가 근무하는 4개월동안 가족들이 면회를 오는 것을 본적이 없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의 마음은 얼마나 쓸쓸할까 싶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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