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계신 어르신 대부분이 가볍거나 심각하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치매를 앓고 계신다.
그런데 그 치매환자일지라도 하루종일 이상행동만 하거나 하루종일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일과를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낸다. 요양보호사들과 농담도 하고 다른 어르신들 흉을 보기도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산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빛이 변하고 표정이 바뀌면 서서히 그분이 오시는 것이다.
이를테면 또다른 자아라고나 할까, 치매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80대초반의 향미어르신이 바로 특히 그런 경우다.
향미(가명)어르신의 딸은 제주도에 살기에 자주 와보지 않는다. 자주 올 수 없기때문인지도..
내가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제주도에서 오메기떡 몇 박스가 배송되었다.
알보 고니 향미어르신의 딸이 보내온 것이다. 종종 이런 일이 있다고 한다.
직원들 모두 그 떡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고 어르신들도 좀 드린 기억이 있다.
떡은 어르신들께 그리 추천할 만한 음식이 아니라 매우 조심스러워 하며 그나마 잘 드실만한 분들께만 드렸던 것같다.
향미어르신은 연세에 비해 신체 활력이 양호하여 틀니도 없고 보청기도 없으며, 무릎인공관절수술자국은 있으나 다행히 두발로 잘 걸어다니시고 아직까지 요실금팬티도 사용하지 않을정도로 양호하고 스스로 화장실을 다니시는등, 나이들어감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일정부분의 활동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이다.
다만, 치매가 요주의 상태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하루종일 치매상태인 것은 아니다. 무탈하게 종일 잘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상태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가 있다. 바로 그 조짐을 눈치채는 순간, 그분이 오셨다라고 한다. 이를테면 느닷없는 변화에 대해 요양보호사들끼리 주고받는 암구호라고나 할까.
누군가, 향미어르신 곁에 있다가 그러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분이 오셨네...선생님들, 향미어르신께 또 그분이 오신것같아요!'라고 말함으로써 다른 돌봄종사자들에게도 긴장하고 주의깊게, 혹은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분이 오시기 전까지, 향미어르신은 평소 얌전하고 깔끔하고 말씀도 조곤조곤 잘 하시는 천상여자이다.
원래 2인실이지만 다른 입소자가 없어서 혼자 독방처럼 사용하는 방을 얼마나 깔끔하게 정리정돈하시는지, 들여다볼 때면 침대시트나 이불자락을 각맞춰 정리하고 소지품이나 옷들을 담는 작은 수납장도 수시로 정리하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방문을 꼭꼭 닫고 이부자리가 흐트러질까봐 걱정스러운 듯 빳빳한 자세로 살포시 누워있곤 하신다.
그럴 때, 우리는 자주 들여다보며 나와서 간식드리라고 말씀드리거나 식사시간, 혹은 오전 프로그램시간을 알리며 방밖으로 나오시도록 유도한다.
대부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향미어르신도 간식이나 식사시간에는 두말 없이 식탁으로 나와서 교양있게 식사를 하신다.
특히 내가 보았던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한글을 아는 정도였으나, 향미어르신은 한글 뿐 아니라 영어 독해력도 있는 듯했다. 텔레비전에서 뉴스에 자막이 나올 때 향미어르신은 그 글자를 소리내어 따라 읽으셨다.
어쩌다 어떤 팜플릿 따위가 손에 들어오면 한글뿐 아니라 영문자도 섞여 있을 때도 그것을 읽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그럴때면 편견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좀 의외인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거기다 대고 어머나 영어도 아시네요! 할 수는 없어서, 그냥 속으로 저 분은 지식수준이 좀 있으신가 보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향미어르신의 청결정신은 거실에 나와서도 이어졌다.
자신이 머무르는 방 뿐 아니라 당신 눈에띄는 모든 공간을 훑어가며 보이는대로 손으로 정리정돈을 하고 먼지나 티끌을 주워모았으며 나중에는 한켠에 있는 간이싱크대(요양보호사들이 간단하게 컵을 씻거나 할 때 이용한다)까지 범위를 확장하여 설거지를 하려고 하거나 행주를 가져다가 당신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닦으려는 시도까지 이어지곤 했다.
그럴때 우리는 마냥 두고 볼수가 없어서 이렇게 말씀드린다.
어르신 , 청소는 저희가 할테니까 정리정돈은 그만 하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으니까 하는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호의를 베풀기라도 하듯, 자신의 의무이기라도 하듯 열심히 눈에 보이는 티끌을 이잡듯 주워내는 동안에는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그러다가도 간식시간이 되어 간식을 드리면 두말없이 자리에 앉아 맛나게 드신다.
그러면서 이렇게 맛있는걸 줘서 고마워요, 여기와서 같이 드세요.라는 인사도 항상 잊지 않으신다.
평소 향미어르신은 이렇게 교양있고 품위있으며 다른사람을 생각해주는 마음도 비단결같은 분이시다.
반면, 한번씩 화장실에 갈때면 휴지걸이에 걸려있는 두루마리를 풀어 제 주머니에 챙기는 버릇이 있다.
문제는 그게 한두 묶음만 챙기면 끝나지 않으며 휴지나부랑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종 방에 있는 수납장 서랍을 열어 보면 언제 그렇게 모았는지 알 수 없는 휴지뭉치가 수십개씩 쌓여있다.
우리가 꺼내 오려하면, 어르신이 불같이 화를 낸다.
왜 나의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느냐, 그건 우리집에서 가져 온 것이다. 너희들이 뭔데 남의 서랍을 뒤지느냐...해가며 평소의 모습과 다르게 돌변하여 빼앗기지 않으려 애쓴다.
뭐가 됐든 자기 것이라고 한번 마음먹고 보관해둔 것에 대해 엄청나게 집착했다.
사실 서랍장 안에 쌓여있는 것은 휴지만이 아니다.
언젠가 자신이 사용했던 스텐 물컵, 또 언젠가 간식으로 먹었던 얌얌주스 빈종이 팩, 떠먹는 요거트 용기 등등...정상적이라면 비좁은 서랍 안에 억지로 보관해둘 이유가 없는(버려야할)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때, 어르신이 보는 앞에서 그것들을 회수하려고 들면 싸움이나기에, 그때는 모른체하고 두었다가 어르신이 방에 없을 때 슬그머니 회수한다.
그러면, 나중에 자기 것이 없어진 것을 알고 펄쩍 뛰는것은 아닐까,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애틋하게 모아 자신의 서랍에 보관할 때까지는 자신의 의지로 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그뒤에는 그것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모조리 꺼내와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 찾지도 않는다.
다만, 화장실에 갈 때마다, 혹은 휴지만 보면 슬그머니 주머니속으로 접어넣거나 어느날 먹은 간식의 포장지가 마음에 들었다면 또 남몰래 챙겨넣는 행위만 무한반복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그런 사정을 알게된 우리는 어르신의 그런 행위를 그냥 두었다. 나중에 모르게 정리하면 되니까.
그나마, 이런 수집이나 정리벽은 우리가 그에 맞게 대처하면 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갑자기 다른 인격이라도 찾아온 것처럼, 그분이 오시는 때, 그때가 문제다.
그때는 매우 폭력적이 되고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앞에서도 어르신들중에서는 목욕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바로 향미어르신이 대표적으로 몸씻기를 끔찍하게 싫어하신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하는 목욕을 시켜드리려면 미리미리 한사람이 달라붙어서 이루말할 수 없이 다정하고 친근하게 어르신을 설득하고 구워삶아야 한다. 이를테면 이런식이다.
어르신, 오늘 날씨도 좋은데 저랑 같이 목욕하실래요?
목욕이요? 아유, 싫어요...목욕은 무슨 목욕?!
어르신 목욕하신지 2주일이나 지났는데 목욕 한번 하셔야죠, 제가 따뜻한 물로 잘 닦아드릴게요.
따뜻한 물...좋지요...아 좋겠네요, 그런데 목욕을 너무 자주하는 것도 안 좋아요(자신만의 신념에 찬 태도로 조곤조곤 말한다)...얼마전에 한 것 같은데....또할 필요없어요....
아니에요, 다른 분들은 1주일마다 하셔요. 얼마나 개운하고 좋은지 더 자주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요...(간절하게..)
그래요....?(할까말까....망설이는 표정 역력)
이렇게 머뭇거리기 시작하면 쐐기를 박는다.
그럼요! 그러니까, 오늘 같이 하세요, 자 사탕하나 드시고...(때마침 목욕이 끝난 어르신이 나온다면!)지금 들어가세요, 어르신!
이렇게 감언이설로 회유를 하여 간신히 목욕까지 성공적으로 끝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목욕실로 들어가기전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이런 목욕거부증상은 치매를 앓는 분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한번은 목욕을 거부하는데 억지로 끌고 들어가 목욕을 시킨적도 있다.
그때 어르신은 비명을 지르고 악을 쓰며 손에 잡히는대로 물건을 집어던졌다고 한다.
그와중에 땀을 뻘뻘흘리며 요양보호사들은 주먹에 맞아가며 목욕을 시켰다.
어찌어찌 다 씻고 나와서도 어르신은 몹시 분한 표정으로 욕설을 이어갔다....
그렇게 봉변을 당할 각오를 하고, 너무나 오래 안 씻어 위생상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그때는 목욕을 강제집행했으나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게 원칙이다. 그걸 알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여름, 또다른 여자어르신은 거의 두달가까이 목욕을 거부하여 가족들이 면회를 와서도 어머니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항의를 할 정도였다. 그럴 때면 자초지종을 설명하지만, 가족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시설에 불만을 품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위와같이 봉변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욕을 시켜야하는걸까 아닐까?
향미어르신이 이번 여름 놀라운 폭력성을 표출한 사건이 하나 있다.
원래 2인실인데, 다른 입소자가 없어서 1인실처럼 혼자 쓰시던 방을 옮겨야 할 때가 되었다.
또한 2인실은 3~4인실보다 추가 요금이 붙는데, 향미어르신은 그때까지 추가요금 없이 그냥 다른 분들과의 격리 차원에서 그 방으로 옮겨졌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르신이 혼자지내는 것을 꺼리지 않았던 것이다.격리란, 향미어르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을 힘들어하여 잦은 트러블을 일으키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고 했다.
입소자가 늘기 시작하면서, 부득불 향미어르신 옆 침대로 또 다른 2인실에 혼자 지내던 영자(가명)어르신을 옮기는 계획이 세워졌다.
어느날, 요양원 종사자들이 영자어르신을 그 방으로 모셔가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향미어르신이 자신의 방에 누군가 들어온다는 것을 눈치채고 예민해져서 물었다.
어르신, 오늘부터 영자어르신이랑 방을 같이 쓰실거에요. 혼자지내시는 것보다 낫죠?
뭐라고요? 왜 남의 방에 다른 사람을 들입니까? 나가세요!
그때부터 향미어르신은 인상을 쓰며 거칠게 팔을 휘저으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도 요양보호사들은 영자어르신을 모셔다 향미어르신과 마주보는 건너편 침대에 앉혔다.
의외로 영자어르신은 고분고분하게 따랐는데, 향미어르신은 결코 그 돌발상황을 용납하지 못했다.
당장 나가!!!! 내 방이야!
부르르 떨면서 영자어르신을 잡아 끌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영자어르신도 몹시 당황하여 누워 버티기를 시작했다. 이동을 돕던 요양보호사들이 향미어르신을 뜯어말리려 했으나 사태는 순식간에 악화되었다.
여기서 나가! 나가라고, 당장 나가아~~~~!!!!! 이XXX아~!
그 순간, 영자어르신에게 주먹질을 시작했다.
침대가에 모로 누워 나름대로 버티던 영자어르신을 퍽퍽 소리가 나도록 패고 발길질을 퍼부은 것이다.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 혼란에 빠졌다.
그 상황에서 뜯어말리던 요양보호사도 온몸을 두드려맞고 험한 욕설을 들어야했다.
향미어르신이 자신의 물건에 집착하는 성향은 자기 혼자 쓰던 방에 누군가 침입하는 것을 못견뎌 하는 모습으로 나타났고 격렬하게 그 상황을 거부하는 폭력성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후로...영자어르신은 여기저기 실제로 타박상을 입고 도로 쫒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향미어르신은 나중에 아예 다른 층으로(1층-->2층) 이동조치가 이루어졌는데, 그곳에서는 2인실이 아닌 3인실로 배정을 했다.
그뒤로도 오랫동안, 자신이 사용하던 1층의 2인실과 같은 위치의 2인실을 자기 방이라고 우기며 계속 그곳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와같은 생활실 이동 상황에서 일차적인 잘못은 요양원 측에 있다.
아무리 힘없고 의사능력이 부족한 어르신들이라 해도 자신이 오래 머물던 공간에 대한 애착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설명하여 이해를 시키고 그자신이 납득할 여유를 주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결정과 실행이 너무 빨랐고, 당사자에게는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갑작스레 합방을 추진하다 보니 일어난 사태이다. 향미어르신이 아무리 원래 3인실 비용으로 2인실을 오랫동안 쓰도록 배려해왔다고 해도 그 상황은 우격다짐이었다. 특히 향미어르신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갑작스레 폭력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음에도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양원 운영에 있어 섬세함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다른 층의 3인실로 옮길 즈음부터 향미어르신은 팬티에 소변실수를 시작했다.
어느날, 거실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일어나던 어르신이 갑자기 당황스레 중얼거렸다.
오마야....이게 무슨 일이지....아이고야.....
그와 함께 바닥으로 소변줄기가 흥건하게 쏟아졌다.
어르신은 그저 자신의 방으로 가기위해 일어선 것뿐인데 갑자기 소변이 쏟아진 것이다.
그후로 어르신은 요실금현상이 잦아졌다.
그때부터 우리는 요실금팬티를 착용시켰다.
그런데, 어르신은 요실금팬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전까지 일반 속옷만 입고 스스로 화장실에서 안전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던 일을 이제는 스스로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음에도 인정하지 못했다.
대체로 정상적인 인지상태를 보이는 분에게 자꾸 팬티를 보자고하면, 짜증을 내며 불쾌해하기에 무작정 노골적으로 확인할 수도 없어서 늘 조심스럽게 팬티상태가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러면 언제나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중에 화장실에 가있을 때 상태를 직접 확인하면 이미 일회용 요실금팬티는 흥건하게 젖어 있곤 했다. 그럴때는 팬티를 교체해주어야 했다.
그와 함께 대변처리도 점점 미숙해져갔다.
변을 보고 스스로 닦고 나왔으나 나중에 보면 마무리가 완전하지 못한 상태일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오전, 대형사고가 터졌다.
아침식사 후 화장실(그날따라 생활실에 딸린 화장실이 아닌, 거실에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 들어간 향미어르신이 아주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한 사람이 들여다보니 무언가를 손세탁하고 있었다고 했다.
가까이가 보니, 요실금팬티를 세면대에서 물에 빨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발견한 요양보호사는 경악했다.
어르신, 그거 왜 빨고 계세요?? 그건 일회용이라 망쳤으면 그냥 벗어 버리는 거에요. 저희한테 말씀하시면 새것으로 드릴텐데요...
그러나 어르신은 아랑곳하지않고 대답했다.
아니에요, 이거 깨끗하게 빨아서 입으면 되지, 아깝게 왜 버립니까...
열심히 계속해서 손빨래를 이어갔다.
간신히 손을 떼고 밖으로 이동시켜 방으로 가서 변이 묻은 아랫도리를 잘 씻기고 새것으로 입혀드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화장실 세면대가 변과 요실금팬티 속의 젤내용물로 꽉 막혀버린 것이다. 화장실사용이 금지된 것은 물론이고 막힌 하수구를 뚫기 위해 여러 방법이 동원됐으나 쉽지 않았다.
그 상황을 최초 목격한 요양보호사와 나는 그것을 해결하느라 몇 시간동안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정작 향미어르신은 그 일이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은 팬티에 설사변이 묻었기에 그것을 스스로 깔끔하게 세탁하려는 생각이었을 뿐이다.
그 팬티가 요실금팬티라는 사실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분이 오시면 성격이 돌변하는 치매가 있어도 화장실은 스스로 다니실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나자 그 일도 점점 어려워지는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아무리 정신이 맑고 활력이 넘치던 어르신도 함께 지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점차 변화되는 것을 알게 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참고:요양원 입소비용
장기요양등급이 없을 경우, 아래 사진의 왼쪽과 같은 총급여액 전부+식비(+간식비)를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비급여항목인 식비는 반드시 별도로 추가되는 비용이다.)
결국 매월 2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쉽지 않다.
최저임금 한달급여보다도 많은 액수가 아닌가.
그래서 요양원에 입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장기요양등급을 받는 것이다.
앞서 50대 초로기 치매환자인 미선어르신의 경우, 등급을 끝내 받지 못한다면 부모는 적잖은 요양원입소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했기에 결국 퇴소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2023년보다도 조금 오른 금액이다
그나마 등급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등급에 따라 총급여액의 20%를 부담하는 것이고, 거기서 나아가 조건이 되면 12%나 8%정도까지 감경을 받으면 그 부담은 조금더 낮아질 수 있다.
내 어머니 경우는, 3등급 (8~12%감경대상) 본인부담금+식비+간식비+2인실 추가비용(1일당 10,000*30일) 의 총액, 대략 월 100만원 남짓 지불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