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란, 쉽게 말해 인공항문이다. 우리 몸의 항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장내용물이나 대변 배설을 위해 소장이나 대장의 일부를 몸 바깥쪽으로 꺼내어 고정시킨 구멍이다. 그로써 항문의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수술을 통해 장의 일부분을 복벽에 고정시켜 몸 밖으로 대변을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장루는 악성 종양, 염증 장질환, 신경계 질환, 외상성 손상 등을 치료하는 과정 중에 시행하게 된다.
그 모양과 크기는 개인마다 다른데, 수술 초기에는 부기가 있으나 6~8주 정도가 지나면 부종이 줄어들면서 선홍빛을 띄며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장루는 장의 어느 부위에 만들었는지, 형태가 어떤지, 영구적 또는 일시적인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한다.
장루는 장의 일부분이므로 점액이 분비되어 촉촉하며, 색깔이 붉고, 동그랗거나 타원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신경이 없기때문에 만져도 아프지 않지만,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가벼운 자극으로도 출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공적 구조물이기에 배변 조절 능력은 물론,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나 통증 감각이 없다. 장루 조성술을 받은 후에는 개인적, 사회적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며 삶의 질 측면에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올해 77세의 성자 어르신을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5월부터 두번째 요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첫 날, 아마도 기저귀교체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성자(가명) 어르신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을 때, 언뜻 느껴지는 것은 먼저 구릿한 냄새였다.
다른 어르신들의 방에서는 흔치 않은 냄새가 유독 그방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은 변냄새다.
성자 어르신, 기저귀 갈아드릴게요!
선임 요양보호사A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며 기저귀 카트를 곁으로 끌어당겼다.
어르신은 누운 채 팔과 상반신을 버둥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아 답례한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곁에선 나도 어르신께 첫 인사를 건넸다.
처음이기에 성자어르신의 기저귀교체과정은 일단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선임 요양보호사 A선생은 먼저 상반신이 약간 올려져 있던 침상을 일자로 조정한다. 그리고, 어르신의 상의를 살짝 들추어 배부분이 드러나도록 했다.
그곳에는 장루가 있었다.
방에 처음 들어설 때부터 느껴지던 냄새의 근원지가 그곳이다.
성자 어르신은 장루주머니가 있어요. 그러니까, 장루주머니를 먼저 치워야해요.
A선생이 이렇게 알려주며 먼저 변과 공기가 가득 들어있는 장루 주머니를 열기 시작했다.
나는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이과정을 지켜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주머니는 눈에 보이는 웃면은 투명한 비닐이고 뒷면은 불투명한 비닐로 된 팩이었다. 그 한쪽에 몇번 접어서 말아 붙이거나 여는 식으로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몇시간동안 변이 쌓이면 치우는 것이다.
주머니에는 변만 차는 게 아니고 가스도 찬다.
항문이 있다면 장에 차는 가스는 방귀를 뀌어 배출할 것이나, 성자 어르신의 경우는 그게 안 되는 것이다. 가스 조차도 장루주머니에 모여 있게 된다.
그후로 내가 직접 성자 어르신을 담당할 때 보면, 종종 그 주머니가 거의 공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장루 주머니를 먼저 정리한 다음, 기저귀를 교체한다.
장루가 아닌 항문으로 정상적인 배변활동을 하는 어르신의 경우라면, 기저귀에 대변과 소변을 모두 해결하시기에 기저귀만 확인하면 되지만, 성자 어르신은, 변은 장루 주머니에, 소변은 기저귀에 해결하게 되는것이다. 따라서 기저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저귀를 사용하는 어르신들은 변을 아무리 많이 보았더라도, 기저귀를 갈고 세정제를 뿌려 깨끗하게 닦아드리고 나면 더이상 냄새는 나지 않는다. 그러나, 성자 어르신의 경우는 다르다.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를 해도 주위에는 항상 구릿한 냄새가 감돌았다.
또한 우측편마비 증세와 치매 등의 질환으로 2년전 입소한 어르신은 오른쪽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져 있고 나머지도 그리 자유롭지않은 상태이며, 말을 하려고 열심히 입술을 달싹여 소리를 내지만,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바람빠지는 소리정도로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어르신은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출근하여 방마다 돌며 우선 라운딩을 하게 되면, 어르신들께 인사를 건넨다.
성자 어르신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이렇게 말을 건네면, 어르신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느라 애쓰며 입을 오물거리며 무어라 말을 건넨다.
하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처음엔,
네? 뭐라고요?
하면서 필사적으로 알아들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못 알아들었으니 다시 말해 달라고 하면 몇 번이고 더 열심히 온몸에 용을 써가며 말을 하신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이고, 나는 안타까운 심정이 되곤 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들은 체를 하게 되었다.
저렇게 열심히 말씀하시는데, 내가 도무지 못 알아듣는다니, 당사자는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인사를 건넸으니, 어르신도 그에 적당한 인사를 건넸을 것이 아닌가.
그래, 그 마음이 통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처음, 어르신의 장루주머니에 쌓인 변을 직접 배출하게 되었을 때는 나도 적잖이 긴장을 했다.
잘못해서 아프게 하면 어쩌나, 하면서 조금 떨리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장루주머니를 소제하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상의를 위로 살짝 올려, 장루가 있는 복부가 드러나게한다.
-그 다음, 변이 얼마나 찼는지 투명한 주머니를 확인한다.
보통의 경우 무른 변이 차있는데, (일회용 비닐을 끼고 작업한다.)가스도 함께 차있는 경우가 흔하다.
-주머니 밑으로 휴지나 배변패트를 적당한 넓이로 대준다.
이것은, 변을 눌러 짜낼 때 다른 곳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참, 변은 언제나 대체로 물변상태이다. 식사를 죽으로 드시기도 하지만, 변이 물변이 아니라면 그 주머니에서 짜내는 것도 문제가 되는 지, 의도적으로 물변이 되도록 유지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눌러 짜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머니의 한쪽에 두어 번 접혀 안쪽으로 고정되어있는 비닐을 풀어 배출구를 꺼낸다.
-비닐 배출구를 벌리고 위쪽 주머니를 손으로 눌러 배출구쪽으로 변과 가스를 밀어낸다.
손으로, 따스한 체온이 변으로부터 전해져온다.
그 과정에서 힘 조절을 잘못하면 사방으로 튈 수도 있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최대한 밀어내고 주머니를 납작하게 만들어준 다음, 배출구 안팎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배출구를 다시 두어 번 접어 말아 넣고 원래대로 고정시키면 끝난다.
그 순간, 냄새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냄새가 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장루 주머니에 찬 변과 가스를 제거할 때의 개운함과 안도감이 너무 커서, 냄새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유, 개운하다(나혼자 중얼거림)... 어르신, 다 치웠어요. 개운하시죠?
네....(아주 힘들게)!
아주 힘들게 대답하는 소리는 알아 들을 수 있다.
장루 주머니는 어르신이 목욕을 하는 날마다 교체를 한다. 자료에는 3~4일에 한번씩 교제하도록 되어있다는데, 내가 실제로 본 경우는 대략 1주일 간격이었다.
장루 주머니 교체는 간호사가 담당한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제시된 장루교체 과정 순서도
어떤 이유로 자신의 항문을 잃어버린 채 인공항문을 갖게 되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으나,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깨끗하게 닦고 숨겨도 냄새는 지울 수가 없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일까.
한 번씩 그 방에 드나들게 되면 언제나 그곳에서는,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방과 다른 냄새가 떠도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