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행정기관사칭 보이스피싱
지난 19일이다.
남편이 01097399017라는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다.
(이하는 실제통화 내용으로, 휴대폰 통화 자동녹음 기능으로 녹음된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여 간추린 것이다)
그는 이렇게 첫 마디를 건넸다.
아 예 안녕하세요? 서울 합정동 주민센터인데요. OOO 선생님 맞으실까요?
네네.
아 예 다름이 아니라 김정수라는 지인분이 그 선생님 위임장과 신분증 사본 지참해서 대리인으로 등본 초본을 요청하는데 확인차 연락을 드렸어요.
아니 무슨 소리예요. 저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
아 모르시는 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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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안 그래도 여기 뭐냐, 신분증 사본 보니까 그 OO시 쪽으로 돼 있어서, 저희도 관할 지역이 아니라 연락을 드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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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 이거 대리 위임장도 작성을 안 하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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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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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희는 그냥 이제 선생님 그 도장이 찍혀 있어서 이제 돼 있는 걸로 확인이 되는 거고요...
제 도장이 찍혀있고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이런 게 써 있어요??
어 저희가 메모를 해놨는데 그 OOO 님이시고 6X년 8월 XX일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그... 서류가 어떤 서류인데요.
어, 그 법인 사업자에 필요하다고 등본 초본 2부를 요청했고요...
그, 요청한 사람이 누구예요?
어, 85년생 김정수라는 남자예요.
그 사람 저.. 신고하세요! 내 정보와 주소를 어디서 입수했는지 몰라도 그런거 위임한 적 없으니까 그거 신고하세요.
남편이 이렇게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확언하자, 그는 "아 예 안 그래도 지금 선생님께 확인 전화하는 중에 (그사람)급하게 나갔는데...",라고 얼버무리면서 신고를 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남편은 다시 한 번 알려 달라며(나에게 받아적도록 하며) 되물었다.
잠깐만요. 아 예, 어디에 신고하라고요? 한국신용정보원이요?
그러면서 남자는 자신도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우연히 모든 통화를 엿듣게 된 나는 어쩐지 의심스러워서 보이스피싱일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은 전혀 의심하지 못한 채 오히려 내 말을 의아하게 여겼다.
일단, 인터넷으로 확인 먼저 하자, 확인하기 전에 그 번호로 전화부터 걸면 안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인터넷에 합정동주민센터 보이스피싱을 쳐서 검색하니, 아래와 같은 블로그가 나타났다.
블로그 주인장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합정동 주민센터 사무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개인정보 확인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블로그주인장은 주민등록증 발급을 대리로 요청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한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남편의 경우는 무슨 법인사업자등록을 위한 서류 대리발급요청 문제로 확인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또 블로그주인장과 남편이 받은 전화에서, 위임서류를 받으러 왔다는 인물의 이름이 김정수 라는 공통점이 확인 된다. 게다가 우리와 같은 날인 3월19일에 전화를 받았는데, 우리는 오후에 전화를 받은 반면 그분께서는 오전에 그런 일을 겪으시고 즉시 블로그에 정보를 공유하신 덕분에 우리가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통화가 종료된 후, 우리는 한국신용정보원 사이트에도 들어가보았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아래와 같이 실재하는 기관이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 행정기관 사칭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대문짝만하게 박혀있다.
남편에게 알려준 이 번호도 <보이스피싱 의심번호 목록>에 있음을 확인했다.
모든 것이 확인되자 남편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자신은 절대로 보이스피싱에 걸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성과 이성을 확신해 왔는데 부지불식간에 현혹당했다는 사실이 적잖이 충격적인 듯했다.
독자님들 모두 잘 대처하시겠지만,
무방비상태의 어느날 갑자기 행정기관을 들먹이며 김정수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며, 한국신용정보원에 전화하도록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라도, 절대로 전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