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이 아닌, 피어남으로 가는 항해
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중
“수평선과 함께 홀로 있다. 파도는 하나하나 참을성 있게 눈에 보이지 않는 동쪽에서 온다. 우리 있는 데까지 왔다가는 또 참을성 있게 미지의 서쪽으로 하나하나 다시 떠나간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기나긴 전진 (...) 내와 강은 지나가지만 바다는 지나가고도 머문다. 바로 이렇게 변함없으면서도 덧없이 사랑해야 하리. 나는 바다와 결혼한다.”
° 미지의 항해 °
내와 강은 흘러가지만
바다는 지나가고도 머문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말없이 수평선을 건넌다.
언어를 헤아릴 수 없어
바람의 바깥에서 귀 기울인다.
내와 강은 흘러가지만
바다는 그 지나감을 품는다.
고요의 결에서
시간은 물결처럼 숨 쉬고,
바람은 이름 없는 노래를 부른다.
몽상의 배는 노래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파도처럼 숨쉰다.
이름 없는 섬들이
빛의 방향으로 떠오르고,
물결은 아직 닿지 않은 하늘을 향해
조용히 몸을 기울인다.
멈춤 아래,
하나의 떨림이 지나가고
결 위에서
숨 하나,
희미한 길 하나가 피어난다.
삶은 대지에 머물고,
대지는 바다 위에 겹치며,
그 위에서
시간은 항로를 더듬는다.
끝에서 도착한다 —
그러나
그곳 또한 또 다른 바다였다.
멈추는 자리마다
새로운 항로가 피어나고,
바람은 그 위를 스쳐
다시 이름 없는 길을 만든다.
머묾의 자리는
멈춤이 아니라
피어남이었다.
빛은 잎맥 속으로 흘러
꽃을 틔우고,
배는 땅이 되어
새로운 나무를 품었다.
닿았으나,
아직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 줄기 숨이 이어져
끝나지 않는 항해가
다시 미지의 연안으로 번져간다.
끝도 없이 밀려오며,
끝내 머무르는 —
사랑의 바다를.
° 숨을 고르는 항해 °
『나는 바다와 결혼한다』는 미지의 항해의 심장부를 품은 시다. 끝이 있는 여행이 아니라, 도착의 순간조차 또 다른 출항으로 이어지는 존재의 순환에 관한 기록이다.
카뮈가 말한 “지나가고도 머무는 바다”처럼, 나는 이 항해 속에서 움직이며 머무는 생의 이중성을 바라본다
이 시의 바다는 단지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사랑의 형태이자 시간의 얼굴이다.
멈춤은 쉼이 아니라, 다음 바다를 품은 정박이며, 나는 그 바다와 결혼하듯 변함없으면서도 덧없이
삶을 사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