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중
“그는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평범하거나 추하거나 잔혹한 장면들과 마주친다. 그때마다 그 장면을 만들어 내는 주역들 중 어느 하나를 날개로 툭 건드린다.
그러면 대뜸 장면은 독창적이고 우아하고 다정해진다.”
도시의 회색빛에 스며든 은밀한 떨림
어느 봄날이었다.
밤의 비가 손님처럼 스쳐간 뒤,
벚꽃 잎은 이미 다 떨어져 버린 도시의 가로수 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보도블록은 물기를 머금어 은은히 빛났고,
가로등 불빛은 힘겹게 고개를 떨군 채 거리에 흩어져 있었다.
어디에도 특별할 것 없는,
잿빛 도시의 저녁 풍경 속에서
그저 하루의 끝자락을 스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멀리서 작은 흔들림 하나가 다가왔다.
먼 하늘에서 벚꽃 잎 하나가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낙하가 아니었다.
춤을 추듯, 노래하듯,
바람의 장난에 실려 내려오는 생생한 몸짓이었다.
마침내,
붉게 상기된 꽃잎이
코트 자락 위에 사뿐히 내려앉듯 —
짧은 인사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남기고는
살랑살랑 흔들리며 사라졌다.
그때,
도시의 회색 표면 아래에서
아주 은밀한 결 하나가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길 위에서
도시는 잠시 멈추어 서 있었고,
엉뚱한 날개에 기대어
은밀하게 스며오르는 비밀 하나가 입 끝에 걸렸다.
그리고 다시,
이전과는 다른 — 도시의 일부가 됐다.
벚꽃 한 잎이 남긴 찰나는
일상의 표면을 가볍게 뒤집어
작은 변주의 흔적을 남기며 스쳐갔다.
그로 인해,
걸음이 조금 더 우아해지고,
마음은 한층 더 다정해졌으며,
풍경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장난스런 독창성이 스며들었다.
세상은 그대로였으나
내면에서만 조용히 울리는 변화 —
그 은밀한 떨림이
입 끝에 작은 신비의 미소를 — 살포시 번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