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치는 마음, 볕에 널다

° 고요의 볕 °

by 김은령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우리를 갉아먹는 까닭 모를 내적인 고통을 잠재우려면
그저 말을 멈추는 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그 고통은 우리가 내뱉는 말로 자라기 때문이다.”




° 고요의 볕 ° _ 김은령







는 마음,

고요의 볕에 널다




너울치는 마음,
비뚤어진 주름들을
바람 따라 털어 내어
빨랫줄에 널다.

여전히 젖은 채로
줄에 매달린 마음 위로
은은한 볕이 내려앉고,

젖은 침전물들이
온기를 끌어당긴다.

고요는
볕의 또 다른 이름.
빛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젖은 마음을 포근히 안아줄 뿐이다.

말보다 먼저
햇살이 다녀가고,
시간보다 먼저
고요가 깊어져

아우성은
물기가 되어 스며들고,
고요는
결처럼 영근다.


입에 머금은 말들—
그 여운이
차츰 잦아든다.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의 무늬로.








고요의 볕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의 무늬


° 고요의 볕 ° _ 김은령


말하지 못한 마음을
고요의 볕에 널다.
빛은 말하지 않지만,
젖은 마음을 안아
침묵에 무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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