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의 볕 °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중
“우리를 갉아먹는 까닭 모를 내적인 고통을 잠재우려면
그저 말을 멈추는 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그 고통은 우리가 내뱉는 말로 자라기 때문이다.”
너울치는 마음,
비뚤어진 주름들을
바람 따라 털어 내어
빨랫줄에 널다.
여전히 젖은 채로
줄에 매달린 마음 위로
은은한 볕이 내려앉고,
젖은 침전물들이
온기를 끌어당긴다.
고요는
볕의 또 다른 이름.
빛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젖은 마음을 포근히 안아줄 뿐이다.
말보다 먼저
햇살이 다녀가고,
시간보다 먼저
고요가 깊어져
아우성은
물기가 되어 스며들고,
고요는
결처럼 영근다.
입에 머금은 말들—
그 여운이
차츰 잦아든다.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의 무늬로.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의 무늬
말하지 못한 마음을
고요의 볕에 널다.
빛은 말하지 않지만,
젖은 마음을 안아
침묵에 무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