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 뜨고 꿈꾸는 사람

깨어 있는 채로 꿈꾸다

by 김은령


경계 위에서 기울어지는 감각




° 한 눈 뜨고 꿈꾸는 사람 ° _ 김은령







한 눈 뜨고 꿈꾸는 사람




유년 시절부터 나는
늘 걸쳐진 세계의 경계 위를 걷고 있다.
한쪽 발은 현실에, 한쪽 발은 이상에 닿아 있었고,
나는 그 접점 위에 걸친 채로 살고 있다.

이상은 늘 찬란했고,
현실은 때때로 무거웠지만,
나는 둘 중 하나를 버리지는 않았다.
아니, 버릴 수가 없었다.

내 안에는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공백,
말로는 다다를 수 없는 어떤 감응의 여운이 출렁이었고,
그 결핍은 나를 시선 너머의 세계로 기울게 했다.

문득문득,
그 '너머'를 향한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그곳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예감이
늘 내 안에서 은근히 부풀어 속삭였다.

그건 환상이나 도피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너머를 향해 기울어지는 감각이었다.

어느덧,
흑백의 만화 같은 유년을 통과하면서
색채를 흩뿌린 거대하고 광활한 바다를 마침내 만나게 되었다.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면서도 선명했다.
수평선은 형체를 잃을 만큼 넓었고,
그 위에는 침묵처럼 고요한 숨결이 부유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 멈춰 섰고,
무수한 이끌림에 의해 몸은 그곳을 향해
넘어지듯 기울었다.

그 순간,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깊은 고요 속으로 한 송이의 감각이 피어올랐다.

그 이끌림은 두려움 속의 희열이었다.
발끝에 맺힌 현실의 무게감이 나를 가까스로 붙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이미 그곳을 향해 흠뻑 젖어들고 있었고,
에메랄드빛 유혹은 내 다리를 감싸며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부드럽게 끌어당겨
심연의 깊이로 이끌었다.

그 피어나는 감각 속에서,
갑자기 등 뒤에서 세계를 깨뜨리는 간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돌아와."

그 한 마디가 경계를 다시 그었다.
순간 몸은 다시 무게를 되찾기 시작했고,
물결은 출렁이며 나를 조용히 위로 밀어내듯 멀어져 갔다.

나는 돌아섰지만,
그때의 감각은, 운동화 속 작은 바다 알갱이처럼,
잊히지 않은 미세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이따금 시간의 궤도에서 벗어난 듯,
흐릿한 의식의 물결 속을 떠돌게 된다.

나는 여전히 그 경계 위에 서 있고
바다와 육지, 유혹과 현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에서
나는 이상을 좇으면서도, 현실에 발을 디딘 채로
멀미 같은 흔들림을 변주하고 있다.

그러다가도 때때로 생각한다.
나는 온전히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그 심연의 부름 속에서 유영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오늘도 시간을 비껴가며 서성인다.
열망하고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은 채로.
그 경계 위에서, 한 송이의 감각으로 피어나고 있다.





한 눈 뜨고 꿈꾸는 사람은
현실을 딛고 이상을 향해 기울어지는 감각이며,
경계 위에서 흔들리는 존재의 울림이고,
삶과 이상 사이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의 감각이다.




° 심연의 부름 ° _ 김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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