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탄은 모두에게 오지 않는다

지금, 나는 세계의 두근거림을 감지하는가?

by 김은령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다.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차가운 피부』


눈이라는 것은 보는 것이지만
관찰하는 눈은 드물고,
보고 깨닫는 눈은 더더욱 드물다.






지금,
나는 세계가 막 태어나려는 기척을 듣고 있는가?


첫 시선을 당기다


° 첫 시선을 당기다 ° _ 김은령







경탄은


모두에게 오지 않는다




앙드레 지드는 말한다.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 바라보라고.

순간마다 새로워지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라고.


그러나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말로 덧붙인다.

눈은 많지만

관찰하는 눈은 드물고,

보고 깨닫는 눈은 더더욱 드물다고.



두 문장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하나는 문을 열고,

다른 하나는 그 문턱의 높이를 말한다.


같은 하늘을 본다.

같은 나무를 마주한다.

같은 그림 앞에 선다.

같은 책을 읽는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미 본 것이라 말하고,

어떤 이는

지금 막 태어나는 듯 바라본다.


경탄은

눈앞의 대상이 아니라

눈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알고 있다는 확신을 내려놓는 일,

익숙함에 기대지 않는 일,

대상이 다가올 찰나에 눈을 놓지 않는 일.


그래서 경탄은

감정이 아니라 자세에 가깝다.

모두가 눈을 뜨지만,

모두가 문을 열지는 않는다.

문을 열지 않은 채

세계를 다 보았다고 말한다.


지드가 말한 현자는

특별한 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같은 것을 보되

매번 처음처럼 보려 애쓰는 사람,

저녁을 볼 때

하루가 스러지는 숨결을 느끼고,

아침을 볼 때

만물이 밀려오는 기척을 허락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경탄은

모두가 할 수 있으나

모두에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선택이고,

연습이며,

눈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하루의 의식이다.


세계는 늘 거기 있지만,

경탄은

준비된 마음의 눈을 통해 불현듯 찾아든다.




지금,


나는 세계의 두근거림을 감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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