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하게 _ 생의 시간을 쥐다

by 김은령



무라카미 하루키 ​ 『먼 북소리』 중


나이를 먹는 것 그 자체는 겁나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떤 한 시기에 달성되어야만 할 것이
달성되지 못한 채 그 시기가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나는 정말 알알하게,
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생의 시간을
자신의 손으로 쥐고 싶다




루이즈 부르주아를 그리다
생의 시간을 손으로 쥐듯, 알알하게


° 알알하게 _ 생의 시간을 쥐다 ° _ 김은령








생의 시간을 쥐다




나이를 먹는 일은

내가 선택한 적 없는 흐름이다

시간은 나를 통과한다


그러나 지나가게 할 것인가,

붙잡아 둘 것인가는

내 손의 몫이다


모두 가는 길

빠르게 가는 이도, 느리게 가는 이도 있지만

결국 닿는 곳은 같다


다만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

그 알알함이 나에게

살아 있었음을 말해준다


나는 이 손으로

하루의 무게를 만진다

쥐면 아릿하고,

놓치면 쏘듯 긴 파장이 남는다


그래서

부서질 만큼 세게 쥐지 않고

흘려보낼 만큼 느슨하지도 않게

꿈의 씨앗을 손의 온기로 틔운다


모두가 가는 길이지만

스쳐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꿈이 손 안으로 솟아오른 몽상가

한 시기에 붙잡고 싶은 것을


쥐려 한다

지금

알알하게





2010년, 지나가 버릴까 두려웠던 생의 시간을
2026년의 지금, 그 일부를 걷고 있다


2010년의 다이어리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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