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느 날,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세상을 떠났다.
J. D. 샐린저 『NINE STORIES』 중
❝한쪽 벽이 다른 한쪽 벽한테 뭐라고 말했게요?❞
❝이건 수수께끼예요!❞
나는 생각에 잠긴 채 천장을 향해 눈을 굴리며
그의 물음을 따라 했다.
잠시 후, 나는 당혹한 표정으로 찰스를 바라보다가
결국 대답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고조의 음량으로
한 방 먹이는 듯한 대답이 터져 나왔다.
❝모퉁이에서 만나자!❞
나는 위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샐린저의 발상 앞에서 은밀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벽이 있지만
벽과 벽이 만나는 모퉁이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모퉁이는 존재하지만
그곳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샐린저의 죽음은
내 삶에서 하나의 거대한 모퉁이가
사라진 듯한 상실을 남겼다.
이 글은
어딘가의 벽 너머에서
❝모퉁이에서 만나자.❞
라고 외치고 싶은
한 벽을 향한
그리움의 기록이다.
2010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 충격적인 소식 앞에서 한동안 시간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의 머나먼 변두리에서 그의 흔적을 삶에 남기기 위해 펜을 든다.
사람들은 그를 은둔자라 부른다.
그의 침묵은 심연으로의 침잠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을 더 투명히 비추는 칠흑의 우물이었을까.
나는 그를 떠올리며
내 안의 깊이로 향하는 길을 캔다.
나의 은둔은 펜과 함께 시작된다.
일상의 껍질을 벗겨내고
삶의 무게와 가벼움을
서로 바꾸어 앉히는 리듬.
펜이 춤을 춘다.
선을 따라가다 보면
손끝에서 펜끝으로
미세한 전율이 흐른다.
거침없이 겹쳐지는 선들,
점점 빨라지는 선의 궤적.
그때
하늘의 커다란 숨결이 불어와
나를 세상의 언저리로 밀어 올린다.
드디어
그의 두터운 침잠에
물살이 스치듯 닿는다.
긴 오열 같은 소리가 밀려온다.
겹겹이 싸인 먼지층을 가르며
창이 오래 눌린 숨처럼
서서히, 힘겹게 열린다.
묵은 어둠이 밀려나고
창틀은 낮게 떨린다.
한 사람이
창 끝 어둠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다.
그는 고독을 움켜쥔 채
빛으로 충만한 세상과의 거리를
길게 늘이며 바라본다.
가까이 가지도,
완전히 돌아서지도 않은 채.
그 시선의 끝은 닿지 않는다.
다만 한 줄의 선이
먼 해의 죽음 위에
가만히 얹혀 있을 뿐이다.
2010년 어느 날.
그리고 2026년 어느 날.
기억해야 할 것을 다시 기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