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시즈오카 8화
시즈오카시는 시즈오카현의 중심 도시다. 시즈오카시를 중심으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이 많지만, 전날 꽤 이동했던 탓에 마지막 날은 멀리 가지 않기로 했다.
‘미호노 마츠바라’는 바다 너머로 후지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은 보통 근처의 에스펄스(S-Pulse) 드림플라자와 묶어 구경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JR을 타고 시미즈 역까지 가서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지만 글자의 모양이나 한자의 모양을 보고 버스를 찾곤 한다. 미호노 마츠바라는 종점이라서 三保로 시작하는 버스를 찾는 것이다. 그래도 확신이 들지 않을 때엔 기사님께 "아노, 미호노 마츠바라와...?" 까지만 하면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주말이어서인지 차가 밀렸다. 한 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소나무 길을 쭉 따라 걸어가야 해변까지 갈 수 있다.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많았다. 검은 모래 해변이 특이했는데 제주도를 생각나게 했다. 해변 끝까지 걸어갔지만 아쉽게도 후지산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많고 흐린 날은 아니었는데 역시 먼지 탓이었다. 눈을 아주 크게 뜨고 자세히 보면 신기루처럼 보일 듯 말 듯했다. 어제 하루 종일 실컷 봤어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산책로를 한 바퀴 걷고는 미련 없이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혼자 하는 겨울 여행 8일째. 외로움에 익숙해졌지만 손자를 데리고 버스를 타는 할머니, 주말 데이트를 하는 커플들, 교복을 입은 친구들을 버스 뒷자리에 앉아 보고 있자니 얼른 내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졌다. 시즈오카 시내로 돌아와 이치란 라멘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늘어나버린 짐을 차곡차곡 다시 싸고 목욕을 하고는 일본 넷플릭스에서 영화 <캐롤>을 오랜만에 봤다. 왜 여기까지 와서 호텔 방에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누워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행이 꼭 이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시간이 흘러서 나중에 시즈오카를 떠올렸을 때 맥락 없이 봤던 영화의 음악이 생각날 수도 있고, 영화를 떠올렸을 때 시즈오카 거리가 연상될 수도 있는 거니까. 나는 이런 나만의 알약을 가능한 한 여러 곳에 많이 심어 두고 싶다.
2018년이 가기 전에 올해 다녀온 두 번의 일본 여행의 기록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네요. 지난 여행들에 대한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키보드 앞에 앉아보자고 새해를 핑계 삼아 마음먹어보았습니다. 열심히 다니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