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는 '도우미'가 아니다.

누가 이들의 이름을 지우는가

by 순시미
"그냥 도와주시는 분이에요."



부모님의 집에 요양보호사가 방문할 때, 가족들이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다.

공식 명칭은 '요양보호사'지만, 실제로는 ‘도우미’, ‘말벗’, ‘식사 도와주는 분’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된다. 때로는 이 단어들 뒤에 불편함을 감추려는 눈치와 죄책감 섞인 설명이 따라붙는다.


왜 그럴까?


‘돌봄’을 이야기하는 순간, 많은 가족들은 본능적으로 ‘간병’이라는 단어를 피하려 한다.

간병이라는 단어는 곧 ‘더 이상 혼자 할 수 없다’는 선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부모도, 자식도 이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간병인’은 ‘도우미’, ‘요양보호사’는 ‘집에 오는 분’으로 표현된다. 이름을 바꾸면 감정이 덜 상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호칭의 변형은, 직업에 대한 인식과 대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냥 도와주는 분’이라는 말은 ‘자격증이 있는 전문인력’의 존재감을 지운다.

정식 교육을 받고,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 의료·복지의 경계에서 수많은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을 ‘가사도우미’처럼 간주하게 만드는 현실.


이 글은 그 모순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가 요양보호사라는 이름을 어떻게 부르고,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왜 이 중요한 직업이 여전히 그림자 노동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요양보호사의 하루는 생각보다 더 전문적이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심부름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침에 방문하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은 건강 상태 확인이다. 혈압을 재고, 식사 전에 기력 상태를 살핀다. 이어서 약 복용 여부, 대소변 상태, 전날 잠은 잘 주무셨는지까지 체크한다. 이런 정보들은 가족에게 간단한 메모로 전달되지만, 사실상 기초 건강 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식사 보조, 위생 관리, 간단한 스트레칭과 재활운동, 말벗이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본 감염관리 지식, 낙상 예방 대응, 심리적 접근 방법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


“요양보호사님이 안 계셨으면, 저희 부모님은 아마 계속 병원에 입원해 계셨을 거예요.” – 서울 양천구 A씨, 80대 부모님 돌봄 중


전문성이 필요한 일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가사도우미’처럼 여긴다.

왜일까?



2. '가족'이 먼저 인정하지 않는다 — 직업 정체성의 모순


많은 가족이 요양보호사를 ‘전문인력’이 아니라, ‘도와주는 분’ 정도로 소개한다.

이는 ‘간병’이라는 단어에 대한 감정적 회피이자, 돌봄을 외부에 의뢰한다는 죄책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언어 선택은 요양보호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현장의 위계를 만든다.

돌봄을 받는 어르신보다 가족이 더 권력을 갖고 있고, 그 가족은 ‘감정’을 이유로 직업의 이름을 지운다.


“나는 돌봄받는 사람인데, 왜 우리 딸이 ‘그냥 가끔 들러서 집안일 도와주는 분’이라고 설명하지?”

– 경기도 용인 B씨, 장기요양 3등급 대상자


이 모순은 요양보호사의 노동 환경에도 이어진다. 낮은 대우, 낮은 권한, 낮은 기대.



3.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현장은 이탈자 속출


2024년 기준, 요양보호사는 약 180만 명 이상이 자격증을 땄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 인력은 30%도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2024년 요양보호사 활동현황)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감정노동의 반복 때문이다.

특히 가족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요양보호사를 파트너가 아닌 하청 인력처럼 만들며 이탈을 가속화시킨다.


“요양보호사라는 게 꼭 자격증만 따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가보니, 어르신도 가족도 저를 ‘종’처럼 대할 때가 많아서 그만뒀어요.” –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후 이직한 50대 여성 인터뷰



4. 처우 개선의 핵심은 '존중받는 파트너'로의 인식 전환


단순히 ‘월급을 올리자’는 문제가 아니다.

요양보호사를 가족과 동등한 돌봄 파트너로 인식하고,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


방문일지에 단순 기록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 변화에 대한 의견이 반영되는 시스템

어르신, 가족, 요양보호사가 정기적으로 ‘미팅’하며 케어 방향을 조율하는 프로세스

‘도우미’가 아니라, ‘요양 전문가’로서 소개하고 존칭을 사용하는 문화


정부 차원에서는 적정 활동시간 보장, 휴식권 보장, 장기근속 장려 정책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5. 요양보호사에게 필요한건 자격증보다, 존중일 수 있다.


요양보호사는 국가 자격을 갖춘 ‘전문직’이다.

하루 몇 시간, 때로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노인과 함께 보내며 식사를 돕고, 몸을 일으켜주고, 목욕을 시키고, 말벗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도우미’ 혹은 ‘헬퍼’로 불리며, 그 역할은 축소되고, 처우는 열악하며, 이름은 종종 지워진다.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 돌봄을 맡은 사람에게 사회적 존중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자격증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정서 노동과 육체 노동이 공존하는 이 일에 우리가 보태야 할 것은,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존중이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우리는 요양보호사를 가족처럼 믿고 맡기면서도, 왜 그들의 노동을 ‘가볍게’ 부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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