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된지 딱 3개월을 가득 채웠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잘 다니던 회사도 때려치고, 하던 퀴어 운동도 잠시 접어두고. 이제는 뭘 해야 하나 생각이 많아진다. 포켓몬고나 하러 동네를 돌아다니다, 독립 서점에 들어갔다.
세상에 참 책도 많지. 생각해보면 나는 책을 내는 게 언제나 꿈이었다. 어릴 때의 꿈도, 지금의 꿈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참 일관적이다. 남들 눈에 어줍잖게 글 좀 쓰는데, 사실 난다긴다 하는 작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뭐 간단히 말하면 세상에 많은 문창과 국문과 졸업생 1이란 소리다.
대충 독립영화 롤 중에서도, '아, 저도 한 때는 작가가 되고 싶었죠.'라는 대사를 치며 우수에 찬 눈을 과장스럽게 흉내내는 엑스트라 정도가 아닐까. 내 삶은 실제로도 세상에서 딱 그 정도의 비중으로 흘러가고 있다. 저도 심장 속에 삼천 원 어치 로망 정돈 있습니다.
아무튼 다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다. 슬슬 취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내 삶의 팔 할은 재미로 굴러간다. 백수 놈팽이가 천직이다. 좋게 말하면 '심장이 뛰는 일에 반응해요'고 솔직히 말하면 사회 부적응자나 다름 없다. 그러니 남은 백수 생활 동안 마저 재미있게 놀기나 하려고 한다. 뭐, 대충 써보려는 게, 내 일기다. 내가 뭘 보고, 뭘 생각했고, 뭘 고민하는지.
퀴어 페미니스트의 눈으로 읽는 세상읽기
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그냥 ... 퀴어 1의 방백이라고 하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내 글의 관객이다. 안타깝게도 1인극인데, 표는 공짜로 받으셨으니 중도에 나갈 수는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의식의 흐름으로 쓸 예정이다.
서른이다. 사회 운동을 한다고 이리저리 찔러보고 다니는데, 딱히 남은 것은 없이 궁핍하기만 하다. 시스센더 여성. 바이 섹슈얼. 동성 연애 다회 이성 연애 물회. 개인적으로 나는 연어회를 좋아한다. 느끼하지만 맛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