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thingnewri Nov 08. 2022

[썸띵 뉴: 강릉] 프롤로그

강릉 한달살이


2월의 어느 날, 부산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 강원도 강릉에 도착했다. 버스에 탄 인원은 기사님을 포함해 단 4명. 나는 거의 누워, 버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7번 국도를 달리는 버스에서는 잠결에도 푸르른 동해를 볼 수 있었다. 잠깐 들린 허름한 휴게소 역시 바다를 품고 있었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 버스와 휴게소라니! '강릉에서의 한 달'이란 설렘으로 가슴이 들떴다.



  








나는 부산에서 바다를 자주 보곤 해서 더 이상 부산 바다엔 감흥이 없다. 강릉으로 가기 전 나의 가장 큰 염려는 동해 바다였다. '동해가 나에게 설렘을 가져다줄까?' 하는 쓸데없는 그런 고민.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바다는 내게 별똥별 같았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오히려 나를 더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도착해서 만난 강릉은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내 생각에 못 미쳤다. 강릉은 그냥 작은 동네였다. 강릉은 커피로 유명하다던데, 이곳저곳을 다녀보니 서울과 부산에 훨씬 맛있는 곳이 많았다. 작은 동네치고 커피가 나쁘지 않았던 거였다. 바다도 그저 그랬다. 광활한 망망대해서 쏟아지는 거센 파도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강원도의 첫인상은 실망으로 가득했다. 












그랬던 나도 점점 강릉살이에 적응해가면서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는 순간이 생겼다. 추억을 담았고, 해맑게 웃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는 하늘에 박힌 수많은 반짝이는 작은 것들을 보았고, 조나단처럼 푸른 하늘을 날기도 했다. TV에 나오는 배우와 술을 진하게 마셔보기도 하고, 처음 보는 낯선 이에 이끌려 손수만든 저녁 식사에 초대받기도 했다. 모든 건 인연과 우연의 향연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Something New in 강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