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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 Sep 30. 2015

제 자리

변화가 두려운가요 

난 뭐든 위치의 변화가 없는 것 같은 자리가 좋다.


위치의 변화가 있거든 언제든 누가 되었건 퍼즐 맞추듯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그런 거.

결벽증은 아니지만 지저분한 난장판은 정말 싫다.


그렇다고 깔끔하진 않다. 
무엇이든 제자리에 있다고 주위가 깨끗하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일단 박스나 통 같이 몰아넣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서랍도 좋고. 
그리고 공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애들을 묶어 몰아 넣는다.


난 컴퓨터 바탕화면이 까맣다.
아무런 폴더도 바로가기 아이콘도 없다.
무조건 D드라이브에 자기 집 만들어서 몰아 넣는다.
이름은 00부터 99까지 내가 부재중일 때 내 컴퓨터를 처음 만지는 사람도 길을 찾아 원하는 문서를 볼 수 있도록. 


제자리가 있고 그 규칙을 지키면  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건들은 물론, 사람 사이도 관계도 내 위치도.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끼여 있으려면  쓸데없는 분노 에너지가 생긴다.
그 자리는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걷고 일하고 자고 먹고 뭘 하는 도중에도 자꾸 물음표가 떠오르면
지금 나는 제자리에 잘 끼여 온전하게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인생의 신비를 살겠다는 것도 아닌데
내 자리를 찾는 건 왜 이렇게 항상 난코스인지 모르겠다.

그저 별 거 아닌 하루 잘 살아보자 그 뿐인데
아침의 다짐과 잠 들기 전의 다짐이 왜 이리 다른지.


행복이란 의무를 행하는 것. 의무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행복은 그만큼 더 큰 법이라고 조르바 아저씨가 그랬는데,
그럼 난 지금 행복해서 미쳐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있어야 할 제자리가 어딘지는 모르겠다만
어디 멀지 않은 주위를 맴돌고 있는 중이면 그거라도 충분히 좋겠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또 얼마나 많은 변화로 나를 놀라게  할지.

가끔은 뚝심 있게 제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그립다. 



/오늘 제목의 음악 : 제자리(화요비)/


나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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