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

동네를 걷다

by 때때로

며칠 전 내린 눈이 얼어 길이 미끄럽다.

산책로를 걷기는 어려우니, 동네를 걸어보자.


아무것도 없던 동네에 상점이 들어오고 있다.

제일 먼저 작은 마트와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들어왔고, 이후 미용실, 분식점, 치킨집들이 문을 열었다.


주변에 먹을 만한 식당이 적어, 한 달 전쯤 만두 가게가문을 열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만두집에서 뿜어 나오는 새하얀 연기는 자연스레 사람들을 줄 서게 만들고, 그 줄을 본 사람들이 또 줄을 서게 만들었다. 물론 나도 그 줄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고, 계속 새로운 가게를 찾고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간판만 달려있던 꽈배기 가게가 문을 열었다. 가게 조명이 너무 따스해서, 따끈한 꽈배기가 먹고 싶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음식은 주문 즉시 만들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흠~뭔가 믿음이 간다.


꽈배기 3개와 치즈 도넛 1개, 팥도넛 1개, 7,000원짜리 세트를 주문하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뒤 주방에서 누군가 슬며시 나온다.


"저는 반죽을 처음 할 때 올라오는 이게 가장 맛있더라고요. 한번 드셔보세요." 라며 사장님이 갓 튀겨낸 꽈배기를 꼬치에 끼워 건네주신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며 맛보는데, 이게 뭐지. 포근포근. 폭신폭신. 달콤하다. 너무 맛있다! 오길 잘했다!

어렸을 때는 동네 가게 사장님들과 안부를 전하며 지냈다. 우리 집 앞에는 작은 마트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들어오시는 시간이 늦어지면 마트에 가서 외상을 하기도 하고, 우리 집 현관등이 켜져 있으면 불이 켜져 있다고 말씀해 주시고는 했다. 부모님 심부름으로 종종 가던 정육점 사장님은 정성스럽게 고기를 준비해 주시며,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보셨다.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남아 있어 늘 마음속에는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꽈배기 가게 사장님의 다정함에 그런 작은 소망이 생각이 났다. 사장님은 가게를 연지 며칠 되지도 않으셨는데, 주방에서 나와 말 걸기가 얼마나 어려우셨을까.

사장님의 마음이 맛있고, 감사하게 나에게 전해졌다.


다음에 와서 안부를 전해봐야겠다.

“너무 맛있어서 또 왔어요. ”

(잘 되시죠?- 이 말은 참자. 혹시 슬퍼지실 수도 있으니까. )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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