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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geous Apr 28. 2021

I Like Me Running

망고의 글: 런데이 1~3주 차를 마치며



오늘부터 시작! (feat. 런데이 8주 도전기)   


런데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운동에 '관심'은 있는 사람이군요.

그럼, 런데이에 도전해본 적은 있나요? 해봤다면 운동에 '의지'가 있는 사람입니다.

시작은 그럴듯하게 해보겠습니다. 망고와 골져스의 런데이 8주 도전기! 


1. 세 번째 런데이 도전

벌써 런데이에 세 번째 도전한다. 처음은 작년 겨울 1월 정도였을까. 운동을 하고는 싶은데 헬스장도 요가도 킥복싱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운동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저 내 몸과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하던 차에 런데이를 알게 되었다. 8주 간의 훈련 후엔 나도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걸까 하며 두근 대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2주를 못 넘겼다. 해외 출장때문이었다. 출장 중에도 러닝을 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시차 적응에 업무에 쉽지 않았다. 그렇게 첫 번째 시도는 보기 좋게 끝!

두번 째는 최근이다. 올해 2월 헬스장이 영업을 재개하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유산소를 그냥 하면 심심하니 런데이를 병행하기로 했다. 런닝은 여전히 상쾌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한 곳만 응시한 채 트레드밀 위를 달린다는 게 무료했다. 그러다보니 드문 드문 한 주에 한 번 정도 했을까. 그렇게 서서히 포기!

이제 마지막, 세번 째 시도다. 지난 월요일인 4월 5일부터 다시 달렸다. 어제부로 2주차 첫번 째 달리기를 마쳤다.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달리면 상쾌함을 넘어 춥기도 하다. 하지만 달리면 기분이 좋다. 그냥 좋다.


2. 골져스와 함께

골져스가 우리 집에 놀러온 게 지난 토요일. 친구를 초대했으니 재밌을 걸 해야겠다 싶어서 일요일 아침에 런닝을 하자고 했다. 쾌활한 골져스는 역시나 승낙했고 우리는 일요일 아침을 달렸다. 그 전날 마신 와인 숙취로 온몸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지만 무거운 다리를 끌어 올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그 날 골져스가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 정도로 사상 최악의 숙취였지만, 역시나 달리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몸은 무거웠으나 마음은 가뿐했다.

골져스도 재밌었는지 런데이에 관심을 보이더니 그제부터 달린다고 한다. 오늘 두번 째 달리기를 마친 그녀가 함께 런데이 도전기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골져스는 나에게 늘 좋은 영감을 불러넣어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같이 달린다면 이번엔 정말 8주의 끝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3. 8주 후가 오긴 할까

그래서 오늘 출발점을 크-게 찍어본다. 앞으로 7-8주 후는 6월 초. 그 때 까지 달려보자. 그 날이 언젠가 오긴 올테지만 정말 30분을 달릴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슬며시 올라온다. 그러나 도전이 있어야 기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괜히 거창한 말로 다짐을 욱여넣어본다. 

앞으로 매주 달리기를 하며 든 단상들을 차근히 적어보겠다. 8주 후엔 나의 달리기 실력에도 마음에도 변화가 있겠지. 

그럼, 시작!      




2주차 I LIKE ME


2주차의 마지막 달리기는 2분 달리기 다섯 번. 드디어 2분 달리기에 입성했다! 그 전날 (또) 와인을 마셔서 숙취가 있었기에 -주말 달리기는 역시 와인 숙취와 함께가 제맛- 평소보다 천천히 달려보기로 했다. 

평소 5'20"-5'40" 가량의 페이스로 달렸다면 이 날은 6'00" 정도로 아주 가볍게 달렸다. 달리기 시간이 늘었고 컨디션도 최상은 아니었는데도 이전보다 덜 힘들었다! 점차 내 속도를 찾아가는 것 같다. 


달리면서 노래를 듣는다. 에너지 뿜뿜하는 밝은 노래들을 주로 듣는데, 민수의 'I LIKE ME'는 꼭 챙겨 듣는다.

-

I like me oh look at my smile

아아아아

나는 내가 너무 좋은 걸

아아아아

I like me oh living so green

아아아아 아아

가장 빛날 거야

-

풀빛처럼 상쾌한 목소리와 멜로디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주변 공기를 싱그럽게 바꾼다.

내가 너무 좋다고, 가장 빛날 거라고 하는 외침들을 듣다보면 나도 그처럼 내가 아주 많이 좋아진다.       




3주차 30초의 고통


그래, 죽기밖에 더하겠어. 내가 쓰러지면 누군가 도와는 주겠지.



3주차의 마지막은 2분 30초 달리기 5번 반복. 드디어 30초가 추가되었다. 2분까지는 이정도면 달릴만 한데(훟)이었다면 2분 30초부터는 그냥 앞서 쓴 말처럼 죽겠네(앜)싶다. 


30초. 일 분은 두 번의 30초로 이루어져있고, 한 시간은 백이십번, 하루는 이천팔백팔십팔번. (이게 암산이 안되어서 계산기를 썼다) 그니까 내 말은, 30초는 정말 짧은 시간이라는 거다. 근데 그 30초가 더해졌을 뿐인데 달리기가 '즐거운 일'에서 '즐거운 고통'이 되었다. 중간 중간 2분씩 걷는 거로는 거침없이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기 어렵다. 몸은 걷지만 심장은 아직도 달리는 중이다. "잠시 후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라는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따라 다시 몸도 달린다. 가쁜 숨을 참을 수 없고 마스크를 내던지고 싶고 인중 위로 흐르는 땀을 닦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달리기가 끝나고 다시 걷는다. 


준비 걷기와 마무리 걷기까지 다 하니 30분 30초가 지나있었다. 61번의 30초 동안 여러 생각이 나를 지나갔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들다가도 문득 어떤 관념이 머리를 콱 찍어 내리기도 했고, 그 생각으로 혼미해져 풀린 눈으로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갈수록 하나의 생각만이 남았다. '오늘의 달리기를 끝마쳤다.'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다른 물음들은 이 마침표 찍힌 문장에 밀려 힘을 잃었다. 그의 완전 명료함에 몸을 맡기고 끝까지 달렸다. 


죽기보다 더한 일은 없었다.



To 골져스, 

3주차 달리기를 끝낸 마음이 어떨지 궁금하다. 똑같이 와인을 마신 후에도 숙취 하나 없이 잘 자던 너, 그 다음날 가뿐하게 달리던 너를 생각하면 나에겐 고통이었던 30초가 너에겐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너에게 30초는 어떤 의미가 될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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