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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재 Nov 27. 2023

4. 새댁! 문 열어!

feat. 새벽 5시

[ 사진 출처 : pexels ]

“띵동 띵동-! 쾅쾅 쾅-! 새댁 문 열어~!”

남편과 한 주간의 피곤함을 치맥으로 달래고 꿀잠을 자던 토요일 아침이었다. 처음에는 비몽사몽 간에 소리를 듣지 못했다. 점차 희미하게 들리던 시끄러운 소리에 선잠이 깨는 중이었다.

“따라라라~” 익숙한 휴대전화 벨 소리에 눈을 떴다. 이름을 보니 ‘집주인 사모님’.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

“.... 여... 보... 세요...?”

“새댁! 나야, 집주인! 문 좀 열어봐! 왜 문을 안 열어?”

“... 네에...? 지금 집 앞에 계세요...? 아... 지금 몇 시지? 사모님, 잠시만요.”     


본능적으로 벽시계를 보았다. 새벽 5시였다. 순간 벽시계 건전지가 다 되어 시간을 잘못 본 줄 알았다. 다시 휴대전화 속 시계를 보았다. 화면상에 보이는 숫자는 ‘05:03’.

잠이 아직 덜 깬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얼른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어제는 치맥까지 하지 않았나.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그 잠깐의 시간에도 그녀는 계속 벨을 누르고 쾅쾅 문을 두드렸다.

‘무슨 급한 일이길래 이 시간에 온 거지?’     




문을 열었다. 자는 도중에 그녀를 맞이했으니 내 꼴은 잠옷 바람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신발을 벗고 우리 집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새댁! 집에 있으면서 왜 문을 안 열어?”

나는 황당했다. 조금 짜증도 났다.

“사모님, 지금 새벽 5시예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신데요?”

“새댁이 누수 고쳐 달라며! 그래서 왔잖아. 내가 지금 이 새벽에!”

“새벽 5시에 누수를 고치러 오셨다고요? 제가 오시기 전에 미리 연락을 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나 요새 바빠 죽겠는데 새댁 집 물 새는 거 고치러 이 새벽에 온 내가 안 보여?”

“그러니까 왜 지금 이 새벽에 오시는 건데요.”

“내가 바쁘다고 얘기했잖아! 아, 그건 그렇고. 새댁, 현관문 손잡이 바꿨어? 밑에 열쇠가 안 맞더라? 아니 그걸 왜 바꿔서 사람 헛걸음하게 해? 내가 지난번에 와보니 안 맞던데 그걸 왜 바꿔서 사람 두 번 오게 하는 거야?”     


‘문을 열어봤다고.....?!’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사모님! 저희 집 문 열어보셨어요?”

“내가 지난번에 새댁한테 비상키 달라고 얘기했잖아. 내가 마침 시간이 있어서 여기 왔는데 아니 왜 손잡이를 바꿔서 못 보고 그냥 가게 하느냐고! 그때 업자랑 같이 왔는데!”     

진정 이 사모님이 미친 게 아닐까?

“사모님, 그러면 저희가 없을 때 문을 열려고 하셨다는 건데,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리고 사모님이 저희한테 왔다고 전화하신 적이 없는데, 왔다가 그냥 가셨는지 저희가 어떻게 아나요?”

“그러니 내가 이렇게 주말 새벽에 온 거 아니냐고! 이 새벽에! 새댁 만나러!”     


아, 새벽에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르는 이 사모님, 아니 이 여자. 이 여자 머릿속에 상식이라는 것이 과연 들어있기나 할까? 만약 우리가 현관문 손잡이를 안 바꿨다면? 그래서 이 여자가 집으로 들어왔다면? 범죄가 성립되어 신고까지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을 본인은 정녕 모르고 있는 건가? 정말 이 여자를 이해하려야 할 수 없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방까지 성큼성큼 들어간 그 여자는 천장을 이리저리 둘러본 후 휴대전화로 누수 사진을 몇 장 찍어댔다. 저 천장 밑에 대고 있는 바가지 속 물이 저 여자 눈에는 보였을까? 그러더니 그녀는 조만간 업자를 보내줄 테니 그런 줄 알고 있으라고 했다. 누수가 생긴 지 두 달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도대체 그 업자는 언제 오는 거냐 물었다. 곧 보내줄 테니 제발 좀 가만히 있으란다. 그러면 이번에는 오기 전에 제. 발. 연락을 꼭 미리 달라고 다시 말했다. 누수를 고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그 여자는 우리에게 말과 행동으로 분명히 알려주고 있었다.    


너희는 철저히 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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