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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Sep 29. 2022

픽사, 동류 의식, 그리고 멤버십

1. 픽사의 창업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을 몇 가지 발견할 때가 있다.


2. 그중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픽사는 팀이 구성되고 토이 스토리가 개봉하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놀랍게도 상당수의 구성원들이 그 긴 시간을 함께 견뎌냈다는 점이다.


3. 이를 두고 혹자는 '픽사의 창업자인 에드 캣멀의 리더십이 빛났다'거나 혹은 '아무리 힘들어도 픽사에는 스티브 잡스 같은 그들의 꿈에 베팅한 든든한 스폰서들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픽사 구성원들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조직의 비전에 모두 몰입되어 있다'고들 이야기하는데..


4. 그런 설명이 당연히 틀리진 않았겠으나, 그런 설명보다는 에드 캣멀이 픽사의 조직을 설명하면서 했던 말이 더 와닿았다. ‘픽사 구성원들에게는 동류 의식(kind consciousness)이 있다’고.


5. 동료 의식을 넘어, 구성원들이 서로를 같은 종류의 인간(=동류)이라고 믿는 정서가 픽사에는 있었다는 것이다.


6. 이런 에드 캣멀의 설명은, 서로 차이가 있고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그렇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순간이 있더라도, 팀 구성원들이 결국에는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믿음, 그 최소한의 존중이 픽사에는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렸고, 왠지 그런 조직이라면 오래 믿고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으니까.


7. 무튼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때때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래서 멤버십에 가입을 하면 얻는 게 뭐죠?”라는 질문을 자주 듣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는 페인 킬러 같은 대답을 듣길 원하지만,


8. 그런 질문에 대해선 늘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일개 개인이 만드는 멤버십 따위가 뭐 얼마나 대단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용자들의 시간을 줄여주고, 독자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주는 솔루션 같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그럴듯한 답을 하기를 원하지만,


9. 내 기준에서 그건 부수적인 기능일 뿐, 핵심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저 좋은 콘텐츠가 더 잘 생산되고, 좋은 콘텐츠가 더 잘 경험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나는 더 관심이 많고, 그래서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나는 멤버십을 모집할 때나 이벤트를 열 때 이걸 결제를 하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표현 같은 건 일절 쓰지 않는다.


10. 그보다는, 왜 이런 시도가 필요한지, 나는 어떤 생각과 문제의식(why)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할 뿐.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말도 안 되는 멤버십과 어이없는 이벤트에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


11. 그리고 최근에는 멤버십이나 이벤트에 가입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지를 하나하나 알려달라고, 그런 게 있어야 신청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타당한 말 같으면서도 괜히 기분이 어색했다.


12. 그런 즉자적인 혜택과 효과를 위해, 멤버십에 가입하고 이벤트를 신청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13. 멤버십에 가입하면 유명한 누구누구를 만날 수 있고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훨씬 더 멤버십을 잘 팔 수 있을지는 몰라도, 왠지 나와는 그런 방식이 맞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14. 그보다는 잘 팔리지 않더라도 그냥 묵묵히 더 잘 버텨서, 멤버십에 가입하면 적어도 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그렇게 동류 의식을 느낄 수 있는 멤버십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5. 가장 기본적으로는 텍스트에 대한 애정이 있고, 도도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리 초라한 상황에서도 도전 의식을 잃지 않고, 좌절하고 깨지고 무너지는 순간들조차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그렇게 아침 해가 뜨면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모인 멤버십.


16. 뭐 대단한 목표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런 걸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나.


17. 나는 그저 그걸 만드는 사람이 나이길 바라는 것이고, 그러니 어떤 일이 있어도,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든, 웃으며 넘길 뿐이지.


썸원 프라임 멤버십 : https://somewon.notion.site/2022-10-0c3b3a1b716d464687323adc28a69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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