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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May 17. 2023

가오갤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를 봤다

1.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를 봤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근래에 본 마블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 마블 시리즈 중에서 어벤저스나 아이언 맨보다 가오갤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가오갤은 팀의 구성이나 서사면에서 기존의 마블 작품, 특히 어벤저스 시리즈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 좀 다른 색깔이랄까?


3. 개인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어벤저스의 주요 캐릭터들은 거대한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구원하는 서사를 가지고 있는데..


4. 가오갤은 팀 이름에는 ‘갤럭시’라는 아주 거창한 표현이 들어가 있지만, 그들이 3편의 작품에서 보여준, 그리고 홀리데이 스페셜에서 보여준 서사의 핵심은,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점이다.


5. 가오갤 3도 마찬가지. 팀 동료인 로켓을 구하러 팀원 전부가 위험한 세계로 뛰어드는 이야기이고, 그렇게 동료들 덕분에 회복한 로켓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는 있는 생명체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니까.


6. 특히 가오갤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건, 가오갤 3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완벽하지 않는 존재들이 티격태격 거리면서도, 때로는 심하게 서로를 조롱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기 자신을 던진다는 점인데..


7. 이 부분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지점.


8.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완벽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오갤 멤버들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부족함이 많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나 할까?


9. 그리고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초능력이 생겨도 완벽한 세상을 만드는 건 불가능할지 모르나,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완벽한 우정은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10. 게다가 가오갤 멤버들은, 모두 저 마다의 이유로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외톨이가 된 존재들인데.. 그 외톨이들이 모여서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자기들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꽤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 그리고 엔드 게임이 이후, 가오갤 멤버들이 거주하는 곳은 ‘노웨어(Knowhere)’라는 공간인데.. 갈 곳 없는 우주 외톨이들이 모여서 우주 전체를 지키는 일은 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는 꽤 의미심장해보였다.


12. 바꿔 말하면, 인피니티 스톤이나 셀레스티얼처럼 절대적인 힘이나 능력을 가지고 우주를 지켜나가는 탑 다운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부족함이 많더라도, 바로 옆의 동료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집이나 부족 의식에 빠지지 않고, 자신들이 지키는 대상을 조금씩 넓혀가는 일, 어쩌면 이게 가오갤이 우주를 지키는 방식이 아닐까?


13. 절대적 능력을 갈망하거나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당장에 한 사람부터 구하는 일. 그런 존재들을 계속 넓혀가는 일. 어쩌면 이게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우주를 지켜나가는 방식이 아닐까?


14. 이런 생각을 하니 뜬금없지만, <인피니티 워>에서 스타로드가 "웨얼 이즈 가모라?"를 외치며 타노스와의 전투를 망친 것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됐다. 스타로드에게는 타노스를 무찌르는 것보다는 가모라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을 테니까.


15. 그런 의미에서,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을 하기 전에 자기 주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 한 명의 고객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 하는데..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야기 같은 건 허무맹랑할 수 있고, 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조차 제대로 돕지 못 하는데,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건 너무 거칠고 허황된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


16. 아니, 어쩌면 고객 한 명 한 명을 계속해서 만족시키고, 주변 사람 한 명 한 명을 돕는 것이, 그렇게 당장에는 더뎌 보일지라도, 꾸준히 그런 사람들을 늘려가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티핑 포인트가 오는 것인지도 모르고.


17. 그리고 큰 한 방을 만드는데 초능력이 필요하지만, 바로 옆 사람을 돕는 데는 조금의 의지와 열정과 애정과 우정만 있어도 되지 않나?


18. 그런 가오갤의 서사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그리고 나 또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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