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빌런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선택이 중요할 뿐
++ 본 글에는 <로키 시즌 2> 및 기타 마블 작품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1.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 시즌 2>를 봤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인피티니 워>와 <엔드 게임> 이후 마블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2. 물론 <스파이더 맨 : 노 웨이 홈>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도 꽤 좋았지만, 이 작품들은 뭔가 선물 같은 느낌의 작품이었다면, <로키 시즌 2>는 ‘이게 마블이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랄까?
3. 특히 <로키 시즌 2>의 엔딩 시퀀스는, <아이언 맨 1>에서 토니 스타크가 “I am iron man”를 말하는 장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꽤나 인상적이었다.
4.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는 왠지 로키의 서사까지는 마블이 인피티니 사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완성해놨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실제로도 로키 드라마는 <엔드 게임>에서 로키가 테서렉트를 들고 도망가는 순간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6. 그렇기에 마블이 로키 드라마를 영화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서 극장 개봉해도 왠지 마블 팬들을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리. 이야기도 <엔드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정복자 캉이나 멀티 버스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으니, 어쩌면 <엔드 게임> 이후 가장 중요한 작품이 로키 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7. 더불어, <엔드 게임> 이후 개봉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사실 곁가지(branches)인 느낌도 없지 않고. 마블이 최근 인정했듯이, 엔드 게임 이후 만든 작품들 중에는 급조해서 만든 작품들도 많으니까. 그런 작품들보다는 완성도나 중요도 면에서 로키 드라마가 마블의 넥스트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한 작품이지 않을까?
8. 무엇보다 한때 빌런이었던 로키가 온 우주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는 과정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서사보다도 멋있었다. 특히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구할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자기애와 사랑받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한때 빌런으로까지 흑화해버렸던 로키가 자신을 버리며 이 둘 모두를 구하는 장면을 아름답기까지 했다.
9. 그리고 어설픈 추측일 수 있지만, ‘장난의 신’에서 ‘시간의 신'이 된 로키가 앞으로의 이야기들에서 자신의 특기인 ‘분신술’을 활용해 멀티버스 곳곳에서 위기에 처한 히어로들을 돕거나 이끄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10. 마지막으로, <로키 시즌 2>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빌런일 수 있는데, ‘내가 지금 누군가에 빌런이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고.
11. 빌런이라는 상태 그 자체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12.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로키라는 캐릭터는 이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았고, 피지컬적으로 넘사벽인 형의 그늘 속에서 제대로 사랑받은 기억조차 없는, 그래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기애로 똘똘 뭉쳐있던 한 존재가 여러 우여곡절 경험하면서 가족애와 우정과 사랑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렇게 내가 아닌 타인과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신이자 히어로가 되니까.
13. 그런 의미에서,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빌런이 되었다고 자책하거나 속상할 필요는 없다. 올바른 선택을 해도, 누군가에게 빌런이 될 수 있고, 지금은 모자라고 부족한 자신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빌런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14. 다만,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로키처럼,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실행한다면 그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지 않을까?
15. 그리고 어쩌면 그런 선택들이 쌓여 우리 자신의 캐릭터와 자신만의 서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한때 빌런이었다 해도, 그런 선택들이 쌓이면 운명조차 바뀌는 것인지도 모르고. 무튼 로키 화이팅, 나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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