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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Dec 13. 2023

옳은 일을 해도, 패배할 때가 있다. 그러나,

영화 <서울의 봄> 리뷰쓰

++ 본 글에는 영화 <서울의 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이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고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화가 치밀고, 분노를 느껴서 영화를 보는 동안 올라간 심박수를 인증하는 것이 유행할 정도로 빡치는 장면이 많다고 하던데..


2.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면서 분노가 치미는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내내 “잘 만들었네~"라는 감탄만 수차례 했달까?


3. 특히 영화에는 통화 장면이 굉장히 많은데..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하는 장면을 긴박하게 몰입하면서 본 영화는 굉장히 오랜만이랄까? 대체로 영화에서 통화 장면이 길어지면, 지루하기 마련이니까.


4. 그리고 사람들 중에는, 현실에서의 결말을 너무 알고 있기에 영화가 결국 비극으로 끝날 것이 뻔해서,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서 결말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영화를 안 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하던데..


5.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일수록 오히려 이 영화를 더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어느 지점에서 빌런이 승자가 될 때도 있겠지만, 아니 역사에는 그런 순간들이 넘칠 정도로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순간마다 빌런들과 맞서 싸운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영화는 굉장히 잘 보여주니까.


6. 그리고 대체로 역사는, 그게 설령 빌런이었다고 해도 승자를 중심에 두고 기록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선 패배했더라도 그 순간에 맞서 싸운 사람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사건이 전개되니까, 오히려 역사를 배울 땐 못 느낀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영화 자체가 판타지인지도 모르고.


7. 무튼 영화는 패배했더라도 맞서 싸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에, 어쩌면 승자만 기억되는 세상에서 오히려 더 봐야 하는 영화인지도 모른다.


8. 특히 짧은 분량이지만, 패배할 걸 뻔히 알면서도 웃으며 맞서 싸우는 오진호 소령(=김오랑 중령)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하고.


9.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영화나 스토리가 가지는 힘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구를 더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봐야 하는지를 재정의할 수 있으니까.


10. 무튼 살다 보면 권모술수를 쓰는 빌런이 승리할 때도 많고, 옳은 일을 선택해도 엄청 깨질 때도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장기적 관점과 역사적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11. 그리고 어쩌면 창작자의 역할은 단순히 결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패배했더라도 그 안에 존재했던 치열한 과정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인지도 모르지.


12. 게다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선 언젠가는 봄이 반드시 오기에, 시간이 지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고.


13. 실제로도 이 작품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진정한 역사의 승리자는 (맞서 싸운) 그분들이고, 그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외치던 그 사람들은 사실은 승리한 게 아니라, 역사의 패배자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더라.


14. 그런 의미에서 추운 겨울이고, 이 기간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지만, 그럴수록 어쩌면 더 장기적-우주적-역사적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리. 무튼 나 화이팅!


#오늘의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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