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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Dec 28. 2023

리텐션은 그래프로 표현해야 진실에 가깝다

1.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기자 시절에 굉장히 잘못 알고 있었던 개념들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리텐션'라고 한다.


2. 여러 책이나 기사들에서 ‘사업에서 리텐션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스타트업 관련 기사를 쓸 때  “리텐션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꽤 있는데..


3. 그러면 기업들은 70%니, 80%니, 90%니, 이렇게 개별 수치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땐 뭣도 모르고, “아, 대단히 높군요"라고 말했는데, 막상 사업을 해보니 그 말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꽤 있는 대답들이었더라.


4. 사업을 하고 나서, 리텐션은 단순히 %라는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꽤 복잡하고 다이나믹한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달까?


5. 좀 더 풀어 설명하면, 리텐션은 '기존 고객이 재구매 혹은 재방문 등으로 유지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는 '그 고객이 언제 유입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첫 방문 이후 얼마의 시간을 기준으로 리텐션을 측정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수치.


6. 예를 들어, 어떤 구독 서비스를 처음 구독한 고객이, 그 구독을 2달 유지하는 비율, 3개월 유지하는 비율, 6개월 유지하는 비율, 1년을 유지하는 비율, 3년을 유지하는 비율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기본적으로 리텐션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7. 그래서 리텐션은 단순히 하나의 수치로 말하는 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반영한 그래프의 형태(retention curve)로 표현해야 그나마 진실에 가깝고,


8.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앤드류 첸'에 따르면, ‘리텐션 커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시점에서 커브가 수평을 이루느냐’라고 한다.


https://articles.sequoiacap.com/retention


9. 즉, 리텐션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리텐션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망하는데, 어느 시점에서 리텐션 커브가 수평을 이루는 회사에는 뭔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런 회사들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0. 바꿔 말하면, 2달 리텐션 수치가 90%에 육박할지라도, 그 서비스를 1년 뒤에도 이용하는 사람이 0에 수렴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선 2달 리텐션 수치는 아무리 높아도 별 의미가 없는 데이터인 셈.


11. 이런 관점에서 앤드류 첸은, 리텐션 커브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서 ‘웃는 모양(smile graph)’이 되면, 진지하게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한 회사라고도 말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리텐션 수치가 올라가는 회사는 굉장히 희귀하기 때문.


https://articles.sequoiacap.com/retention

12. 암튼 사업을 하고 나서, 그래프가 아니라 개별 수치로 리텐션 지표를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거의 믿지 않게 됐고, 그래프가 아니라 수치로 단순히 리텐션이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면, “아.. 이 사람은 사업을 직접 해보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리.


13. 유의미한 지표로서 리텐션은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니까.


14. 또한, 사업을 하면서 ‘비즈니스의 근본 = 리텐션 + 순수 고객 추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잘 하는 것보다 ‘리텐션'과 ‘순수 고객 추천'을 만들어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


15. 근데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더라. 그래서 이에 대한 이야기도 곧 풀어볼 예정쓰.


16. 물론 아직도 사업에 대해 잘 모르고, 사업을 잘 하고 있지도 못해서 면구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 또한 어쩌면 사업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리. 무튼 나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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