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미디어-콘텐츠 업계에는 독특한 현상이 2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종이 신문의 광고 매출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2. 한국 역시 전반적으로는 줄어드는 모양새이긴 하나, 그래도 한국의 신문사들은 이를 비교적 잘 방어하고 있다는 점.
3. 디지털 시대에 신문 광고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전 세계 신문사들 중에는 신문 광고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아예 폐업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4. 한국의 주요 메이저 신문사들은 별다른 디지털 혁신 없이도 연매출이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고, 심지어 한국의 경제 신문들 중에는 전체 매출이 상승 추이에 있는 곳도 있다.
5. 바꿔 말하면, 외국 신문사들은 급격하게 신문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반강제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광고비가 집행되고 있는 셈.
6. 디지털 혁신에 대한 말은 많으나, 개인적으로 한국 레거시 미디어들의 디지털 전환이 느린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
7. 한국에서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광고비가 집행되다 보니, 뉴욕타임즈가 십자말풀이를 팔고, 요리 콘텐츠도 파는 등 살아남기 위해 온갖 것들을 하는 것에 비하면, 한국 레거시 미디어들은 좀 덜 다급하달까? 별다른 혁신 없이도 네이버와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잘 전파할 수 있기도 하고.
8.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종이 신문 광고 매출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것만큼이나,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독특한 현상은, 대스트리밍 시대에 역설적으로 한국에서는 음반 판매량 및 수익이 전반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9. 음반이 굿즈화, 경품화, 레벨화되는 동시에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음반 밀어내기 등의 기현상이 계속 벌어지면서, 한국은 스트리밍 시대임에도 과거보다 물리적 음반이 더 많이 팔리고 있는 나라. 물론 최근 들어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추세는 상승 중.
10. 바꿔 말하면, 한국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놀라운 현상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인데, 좋게 보면 디지털 시대에 한국에서는 나름 아날로그의 반격(?)이 일어나는 셈이고, 나쁘게 보면 한국은 레거시 사업자들이 업계 전체를 꽉 쥐고 있는 셈.
11. 그래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막상 현실은 거의 바뀌지 않는달까? 그도 그럴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내 변화는 날카로운 비판이나 지적으로 인해 만들어지기보다는,
12. 시장 안에서 더 뛰어난 사업자가 더 뛰어난 프로덕트와 더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의 레거시 사업자를 대체할 때, 비로소 파괴적 혁신이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13. 즉,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을 하는 건 너무나 좋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지만, 결국에는 창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기존 레거시의 문제를 파고들어 더 나은 대안을 더 세련된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고객들 역시 새로운 방식에 더 열광적으로 호응할 때 비로소 변화의 가능성이 조금씩 생긴달까?
14. 돌이켜보면, 신문사가 망할 것이라는 말은 20년 전에도 있었는데, 외국에선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경우는 일어난 적이 거의 없지 않나? 물론 신문사들이 건설사에 팔리는 경우는 꽤 있었지만.
15. 그래서 음반 밀어내기 등이 지속되면 K-팝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요즘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그 의견에는 별로 동의하지는 않는 편.
16. 더 나은 대안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변화가 촉진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레거시가 더 견고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않나?
17. 그런 의미에서, 이런 독특한 현상이나 문제를 비판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뿐 아니라, 오히려 이 문제들이 건강하게 해결될 때 비즈니스적으로 더 큰 포텐셜이 생긴다는, 이를 ‘기회’로 보는 사람들이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부디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많기를. 그래야 진짜 더 좋은 생태계가 만들어질 테니까. 무튼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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