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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Jul 04. 2024

'팬'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강력한 단어가 아니다

1. 최근 나영석 PD는 유튜브 채널에서 모교를 찾아가는 콘텐츠를 찍었다고 한다. 소통력을 키우기 위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 추억 여행을 하고 청강을 하는 등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콘텐츠였는데,


2. 이 콘텐츠를 보면서 뜻밖의 포인트가 흥미로웠다. 그 부분은 나영석 PD가 팬이라고 말하는 학생이나 과후배들보다 “(저) 구독이에요!"라고 말하는 학생을 더 반갑게 마주하고, 심지어 먼저 다가가기까지 한 장면이었는데,


3. 이 모습을 본 후배 PD는 이렇게 말했다. "구독이에요. 저게 제일 강력한 단어네"


4. ‘구독이'는 나영석 PD가 주축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채널 십오야’의 구독자들을 지칭하는 팬덤명 같은 것인데, 


5.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고 있는 지금의 나영석 PD에겐 ‘팬’이나 ‘선배’라는 말보다 ‘구독이'라는 말이 더 반갑고 따스한 표현인 셈.


6. 여담이지만,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다 보면, 오프라인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에서 “팬이에요"라고 말하며 먼저 연락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부족함이 많은 일개 개인에게 ‘팬'이라는 말은 너무나 감사한 표현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팬이다’, ‘오랫동안 응원해왔다'는 말 뒤에 이런저런 부탁이나 요청이 뒤따라오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7. 그래서 찐팬 이론 등이 유행하며 마치 ‘팬'이라는 단어가 엄청 신비한 것처럼 설명하는 이들이 세상에 많지만, 이 일을 오래한 사람들에게는 ‘팬'이라는 단어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써서 그 진짜 의미가 헷갈릴 때가 더 많은 단어.


8. 실제로도 그 사람이 진짜 팬인지, 뭔가를 부탁하고 요청하기 위해 팬이라는 단어를 쿠션어로 쓰는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울뿐더러, 사람마다 팬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다 다르지 않나? 몇 번 글을 본 것뿐인데, 친밀감 형성을 위해, 일단 팬이라고 말하고 보는 경우도 없진 않은 것 같고. 


9. 돌이켜보면 나 또한 어색해서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고.


10. 무튼 그래서 팬이라고 말하면 엄청 친밀감을 느끼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창작자 입장에선 팬이라는 말은 너무 흔하고 누구나 하는 말이라 엄청난 임팩트를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나름의 독특하고 특별한 팬덤명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것인지도 모르고.


11. 게다가 멤버십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강력한 표현은 “팬이에요”나 “응원해요”보다는, 그냥 심플하게 “저 멤버십 회원이에요”일 때가 더 많다.


12. 그리고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을 수동으로 운영하고 있고, 멤버십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멤버십을 오래 이용한 분들은 실제로 뵙지 않아도 이름 정도는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13. 아니면 속이 좁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팬이에요. 진심으로 응원해요”라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요구하고 때로는 다소 무리한 요청까지 하는데, 실제로는 멤버십을 단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는 사람의 요청인 경우에는 괜히 기분이 어색하더라.


14. 물론 아무리 팬심이 있어도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멤버십이라 한 번 이용하고 별로여서 멤버십을 더는 이용하지 않을 수 있으나, “정말 팬이고 썸원 님을 진심으로 응원하다"고 말하면서 멤버십은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말이 진실인지, 정말 진심인지가 다소 의문스러워진달까?


15. 물론 비즈니스 매너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런저런 쿠션어는 충분히 쓸 수 있어서 지나치게 예민할 필요는 없지만, 진심이 아닌 상태에서 팬이라는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이 강력해질 수는 없지 않을까?


16. 아니, 생각해보면 그게 어떤 표현이든 진심이 아닌 상태에서 그냥 하는 말이 강력한 힘을 가지긴 원래부터 힘든 것 같고.


17. 무튼 사람들은 혼자서 멤버십을 운영하는 것을 보며 신기해하고 또 걱정하기도 하지만,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세상을 보는 기준은 좀 더 심플해졌다. 멤버십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세상 사람은 딱 2종류로 나뉘니까. 멤버십을 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


18. 그리고 멤버십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 사업의 가장 큰 과제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꾸준히 멤버십을 이용하는 분들이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더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멤버십을 이용하지 않을까? 


19. 다시 말해, 멤버십 회원분들이 사업자로서 지금 나에게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분들인 셈. 그래서 나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심플하다. 9900원짜리 멤버십을 이용하면 되니까. 연간 멤버십을 이용해주시면 더 좋고.


20. 그리고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독자분들 입장에서도 “팬이에요”라는 말보다 “저는 멤버십 회원입니다"가 더 도도한 것 같고. 


21. 무튼 나영석 PD의 말을 빌려서 정리하면, “멤버십 회원입니다"라는 말이 지금 나에게 가장 따스한 단어랄까? '팬'이란 말보다 훨씬 더!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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