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won Sep 08. 2020

잘 모르고 쓰는 테넷 리뷰

이해 안 되는데 재미있는 이상한 영화

영화의 내용에 대해선 거의 이해하지 못 했지만, <테넷>을 보고 나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이런 영화는 오로지 크리스토퍼 놀란 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것인데요. 


(사진=워너브라더스)


<테넷>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테넷>을 본 사람들은 아마 알 겁니다. 이 영화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리지널리티가 가득 담겨 있고, 이런 영화는 오직 크리스토퍼 놀란 밖에 만들 수 없다고요.


심지어 영화의 내용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살면서 적지 않은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영화가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를 모르겠는데,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은 건 <테넷>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용은 이해가 잘 되지만 재미 없는 영화보다는, <테넷> 같은 신선한 영화가 어쩌면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고요.


(본 글에는 영화 <테넷>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에 대해 살짝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개선이 되고 발전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합니다. 존버, 1만 시간의 법칙 등등은 이를 암시하는 대표적인 표현들이죠.


<테넷>은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영화입니다. 축적의 힘은 대단하지만, 사실 마냥 시간이 흐른다고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시간은 많은 것들을 소멸시키고, 때로는 파괴합니다.


잘 가요, 채드윅 보스만. Rest in power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 오염은 심해지고, 생태계 파괴도 가속화되고 있죠.


<테넷>의 이야기도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과거 세대로 인해 파괴된 자연 생태계로 고통 받던 미래 세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과거 세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시간을 거스르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테넷>의 이야기가 촉발되니까요.


솔직히 ‘인버전’이니, ‘알고리듬’이니 하는 내용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산소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행위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요. 과연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 몇 번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거스른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행동 자체가 리와인드되는 것도 기괴하긴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유치하다고 느꼈고요.



다만, 영화에서 하나 분명한 것은 주인공이든, 사토르든, 미래 세력이든, 테넷이든,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들은 늘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행동하며, 심지어는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까지 본인들이 추구하는 신념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행동하죠.


그런 의미에서 영화 <테넷>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스르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과거의 과거를 계속 거스르는 등장인물들의 욕망 때문에 이야기는 한없이 복잡해지지만요 ^^;;


영화의 모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굳이 다 이해할 필요가 없는 저로서는, 이 영화를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행동하고 노력해야 조금이나마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 <테넷>은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시간까지 거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말이죠.


영화와는 무관하지만 없지만,



일론 머스크 또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술이 자연스럽게 발전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대단한 착각이에요. 기술은 스스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이 보다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자신을 갈아넣어야 그나마 발전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기술은 퇴보합니다”라고요.


사실 마냥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건 거의 없습니다. 삶의 많은 부분은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행동하고 노력해야만 조금의 개선이 이뤄질 뿐이죠. 



잘은 모르지만, 물리학자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엔트로피가 높아지고 무질서가 가중되다 되면, 종국에는 모든 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영화 <테넷>은 엔트로피의 증가를 거슬러가면서까지 무언가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요.


등장인물의 관계를 살펴보면, 심오한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당최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주인공과 달리, '닐'은 처음부터 자신의 비극적인 결말까지 감수하면서 끊임없이, 그리고 적극적으로,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달려든다는 점인데요.


그리고 닐의 이런 모습에 주인공조차도 막바지에 이르려서는 새로운 의지와 목표를 가지게 됩니다.


보통의 영화처럼 이야기의 초반부터 목표나 의지, 지향을 가진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계속 가중시킨 다음에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서야 주인공이 의지나 목표를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테넷>은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서 벗어나는데요.



그래서 처음부터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는 닐이,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진짜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닐과 악역인 사토르조차 이름이 있는데, 주인공은 이름이 없습니다. 원래부터 기존의 장르나 문법을 뒤집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크리스토퍼 놀란이 좋아하긴 하지만, 저는 이게 나름은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왜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런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왜 그는 주인공에 흔한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을까요?



물론 제가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하고, 제가 알 수도 없습니다. 다만, 흔한 방식으로 해석하면 감독은 이런 주인공과 관객을 동일시 시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모르지만, 그저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죠.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등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서 이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시간을 거슬러 갈 정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할 것인가?”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Tenet’이라는, 그러니까 ‘신조’라는 뜻의 제목도 나름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어쩌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주제 넘게도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2시간 30분 동안 시간을 거슬러가면서까지 무언가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봤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주인공조차도 결국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바로잡기 위한 선택을 내리게 되고, ‘테넷’이라는 조직까지 만들게 됩니다”


“그럼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겠습니까? 아니면 신념을 가지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겠습니까? 주인공처럼 주도자가 되시겠습니까?”



썸원의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010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