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리뷰
1. 사피 바칼이 쓴 책, <룬샷>은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탁월한 책이었습니다.
2. 굳이 ‘탁월하다’는 표현을 선택한 이유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구조적으로' 잘 설명하기 때문인데요.
3. 그동안 혁신적인 제품이나 창의적인 결과물에 대해 설명할 때, 비교적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됐던 논리 중 하나는 '존버와 행운의 결합'이었습니다.
4. 자신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비전을 품고 존버를 하다 보면, 언젠가 세상이 그걸 알아보게 되는데, 그 순간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죠.
5. 그리고 행운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많은 창업가와 창작자들은 '존버'를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조차도 “정말 위대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는 데는 보통 10년이 걸린다”고 말할 정도였죠.
6. 이에 대해 사피 바칼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존버나 행운 같은 인문학적인 요소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하는 지에 살펴본 것이지요.
7. 그리고 그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아이디어(=룬샷)은 언제나 초반에 기존 세력에 의해 배척되고 거부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요.
8. 그래서 그는 물리학에서 통용되는 ‘상분리’라는 개념을 가져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룬샷)'는 기존의 생각과 따로 분리해서 관리해야 하고, 룬샷이 숙명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3번의 죽음을 이해하고 가짜 실패에 현혹되지 않으면서도 그 아이디어를 지킬 룬샷 수호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9. 그리고 이렇게 상분리가 되지 않고,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고 방치하면 룬샷은 죽게 되며, 룬샷을 죽게 내버려두는 조직나 회사는 반드시 몰락한다고 말하죠.
10. 여기서 더 나아가, 사피 바칼은 룬샷을 죽게 내버려두면 심지어 국가와 문명까지도 멸망 혹은 몰락했다고 주장합니다.
11. 이런 사피 바칼의 주장은 다소 급진적인 면이 있는데요. 기존의 관행이나 체제, 구조를 잘 수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사회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기술적, 문화적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 때로는 미쳤다고 느낄 정도의 아이디어까지도 숨 쉬고 자랄 수 있는 구조를 갖춰져야 한다고 말하니까요.
12. 물론 물리학에서 시작하다가 다소 극단적으로 논리가 전개가 되는 면이 없진 않지만, 하나의 구조에서 출발해 문명의 몰락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사피 바칼을 천재라고 부르는지도 이해가 됐습니다.
13.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이나 조직이 변하지 않거나 도태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삶이 정체되는 이유도 어쩌면 비슷할 수 있다고요.
14. 지금 자신의 삶이 역동적이지 않다면, 어쩌면 그 이유는 스스스로가 먼저 자신이 가진 룬샷이나 창의적인 생각을 먼저 무시하거나 방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요.
15. 그래서 제가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삶을 바꾸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한 명의 실존하는 존재로서 창의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첫 번째 방법은, 어쩌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자신의 미친 생각(=룬샷)을 스스로가 방치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그 아이디어가 자라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인지 모른다고요. (=상분리)
16. 그렇게 스스로가 키우고 보호한 그 생각이 언젠가는 '상전이'를 일으키며 자신의 삶을 바꿀지도 모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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