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툴을 만드는 회사가 핀테크 회사보다 더 큰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최근 인튜이트가 무려 120억 달러(약 13조원)에 뉴스레터 솔루션인 ‘메일침프'를 인수했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의 눈에는, 메일침프가 고작 뉴스레터 솔루션 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이번 인수 과정에서 메일침프는 한때 한국 핀테크 업체들이 롤모델로 삼았던 ‘크레딧 카르마’보다 훨씬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어요.
크레딧 카르마는 지난해 인튜이트에 70억 달러에 인수된 바 있어요.
한국으로 치면, 스티비가 웬만한 핀테크 회사들보다 훨씬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셈인데요.
물론 재무 관련 서비스를 주로 만들고 서비스해온 인튜이트가 뉴스레터 솔루션인 메일 침프를 인수한 것을 두고 의아해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뉴스레터 솔루션은 기본적으로 B2B 서비스에요.
한국에서는 유독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개인 창작자나 미디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뉴스레터 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뉴스레터는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툴이고, 실제로 돈을 내고 뉴스레터를 쓰는 곳은 대부분 기업이고요. 스티비조차도 기업 고객이 훨씬 많다고 해요.
게다가 미국의 경우, 개인 창작자들은 서브스택 등으로 이미 많이 옮겨간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는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메일침프의 유료 고객 중 절대 다수는 기업일 것 같고요.
(참고 - 서브스택은, 창작자가 가진 고민을 해결하는 회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튜이트는 메일침프의 고객과 고객의 데이터를 산 셈이죠. 게다가 B2B SaaS 서비스로서 인튜이트는 기존의 고객들에게 메일침프를 보다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수도 있게 되었고요.
특히 기업 입장에서 보면, 뉴스레터는 양질의 내러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툴인 동시에, 일대다 커뮤니케이션과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다 할 수 있는 툴이에요. 소셜 마케팅처럼 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 없고, 비용마저도 합리적이고요.
따라서 내러티브가 있는 브랜드이면서 콘텐츠 역량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뉴스레터만큼 마케팅과 브랜딩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툴은 없어요. 콘텐츠 역량만 가지고 있다면, 뉴스레터는 최고의 D2C(Directo to customer) 툴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안타깝게도 이 둘을 동시에 가진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뿐이죠.
그리고 사람들 중에는 뉴스레터를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 포맷'으로 보거나, 혹은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런 주장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에요. 제 생각에는 뉴스레터는 그냥 커뮤니케이션 툴이고, '콘텐츠+커뮤니케이션 툴'일 때 뉴스레터는 가장 매력적인 것 같고요.
그래서 더 날카롭고 효율적인 툴이 되는 것이,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쓰는 툴이 되는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인지 뉴스레터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 걸 볼 때면 약간 올드한 느낌이 들어요.
무튼 농담처럼 콘텐츠 툴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미 콘텐츠 툴을 만드는 회사가 꽤나 유망했던 핀테크 회사보다 더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네요.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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