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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Oct 05. 2021

오징어 게임의 승리일까, 넷플릭스의 승리일까?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할 질문인지도 모른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트위터에서 오징어 게임을 다룬 벌쳐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사란도스에게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의 놀라울 만한 글로벌 흥행을 두고,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로지 이 흥행을 오징어 게임의 콘텐츠적 속성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에 대해선 다소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다. 


"콘텐츠가 좋아서 글로벌리 성공한 것이지"라고 생각하면 모든 걸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때로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는 여러 다양한 맥락들이 존재할 수 있다. 기생충, 미나리, 그리고 K-팝 가수들의 글로벌 선전으로 인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가 전반적으로 올라간 덕분일 수도 있고,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이나 홍보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설 정도로 오징어 게임의 홍보와 프로모션에 적극적이었는데,



이 말을 뒤집고 약간의 곡해를 더 하면, 넷플릭스가 제대로 밀었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1위를 할 수 있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봐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1등을 한 것인지, 아니면 넷플릭스가 알고리듬을 통해 의도적으로 오징어 게임을 밀어서 1등으로 만들고, 그 후에 다양한 마케팅적 시도를 더해서 지금 눈덩이를 굴리고 있는지는 오직 넷플릭스만이 아는 내용이니까.


물론 너무 음모론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저변도 더욱 넓어질 테니까. 넷플릭스 또한 재미를 많이 봤으니 당분간은 더욱더 한국 콘텐츠를 밀 것이고, 오징어 게임 뒤로 공개될 한국 콘텐츠들도 기대되는 작품들도 많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징어 게임 이후에 펼쳐질 상황들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판의 주도권을 누가 쥐게 될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거나 섬뜩한 지점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창작자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주지만, 창작 이후의 모든 권한을 가져간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제작 만큼이나 중요한,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하고 마케팅할지에 대한 의사 결정의 대부분이 넷플릭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 가치도 대부분 넷플릭스로 수렴되며, 콘텐츠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이익도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디즈니만 해도 스트리밍 송출과 관련해 배우들이 소송을 걸 수 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가져가는 넷플릭스에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나 정확하게 제프 베조스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사란도스의 비즈니스 전략을 칭찬했다. 지금 이 상황은 오징어 게임의 승리일까, 넷플릭스의 승리일까? 아니면 모두의 승리일까? 


지금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이 문제가 앞으로 펼쳐질 OTT 시대에 생각해봐야 할 질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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