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won Jan 01. 2022

삼프로TV의 대선 후보 대담 콘텐츠를 봤다

버티컬 분야에서 콘텐츠의 퀄리티는 창작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삼프로TV의 대선 후보 대담 콘텐츠를 봤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봤다라기보다는 들었다. 


업로드된 날 산책하면서 듣다가 틈틈 화면을 봤는데.. 이 콘텐츠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견해를 내비치지만, 개인적으로는 콘텐츠 퀄리티 측면에서 근래에 본 콘텐츠 중 역대급이었다. 늘 선거 시즌이 되면 ‘경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과연 지금까지 이 정도의 깊이로 후보들의 경제에 대한 생각을 담았던 콘텐츠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흔히 유튜브 선거라고 해서, 수많은 정치인들이 여러 유튜브 채널에 등장했지만, 삼프로TV의 이번 콘텐츠만큼 경제에 대해 다양하면서도 차분하게 후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콘텐츠는 없었다.


이는 대담자인 삼프로들의 역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여러 경제 이슈를 다루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진행이 특히 좋았다. 후보들의 의견을 차분히 경청하면서도 전체적인 진행에서의 주도권은 삼프로가 가져가는 섬세한 구성은 누군가에는 사소해보일 수 있으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편안함과 함께 다소간의 품격마저 느껴졌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지상파 혹은 다른 채널에서 과연 이 정도의 뎁스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고. 물론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삼프로들이 만들어내는 이런 케미와 호흡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삼프로들이 각기 여러 필드에서 쌓아온 내공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고. 


특히나 삼프로들에게 라디오 등 오디오 기반의 콘텐츠를 꾸준히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확실한 강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었다면, 소위 말하는 야마를 뽑기 위한 질문들 위주로 던졌을 테니까.


경청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의 진행은 오디오 기반의 인터뷰 콘텐츠에서는 굉장히 당연한 전개 방식이지만, 이게 경제라는 버티컬한 주제와 대선 후보라는 점이 결합되면서 뭔가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과 오디오여서 좀 더 명확하게 전달되는 느낌도 있었고. 그리고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스킬인데.. 그걸 해내는 모습도 놀라웠다.


만약 전문 유튜브 채널이 아니라, 공중파였으면 한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여러 주제를 한정된 시간 안에 다루려고 하거나, 예능의 방식으로 후보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동안 그래왔고.


그런 점에서, 삼프로TV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의 이런 관성에도 경종을 울리는 콘텐츠를 만든 셈. 


마지막으로, 삼프로TV의 대선 콘텐츠가 흥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큰 틀에서의 영향력은 매체의 파워나 역사에서 근간하겠지만, 적어도 버티컬 분야에서 콘텐츠의 퀄리티는 창작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이번 대선 후보와의 대담을 통해 경제의 모든 분야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투자 기반의 경제 영역에서 이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역량은 삼프로TV가 현재 국내 원탑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 자체로 무한한 리스펙.

매거진의 이전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