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게 살고 싶다
참 여러 가지 이유가 혼재된 것 같다. 첫 번째는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자기 발견'이라는 키워드에 끌렸지 않았나 싶다. 나는 나를 알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인생의 방향성에 대하여 작은 용기라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지,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지, 의미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고민이 많았다.
이진선 님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구상하게 된 자기 발견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한 철학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전에는 어떻게 의미 있게 살 수 있을지 방법만 생각했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회사에서 기획을 하면 How와 What보다 Why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었는데 정작 내 인생에 대해서는 Why가 아닌 How를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내 삶에 대하여 Why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을 쓰기만 한다고 해서 철학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는 정말 변하고 싶다는 진심과 노력이 중요하다. 혼자서는 계속 미루고 실패했던 삶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풀어보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예시 질문들을 읽어보고 도무지 깊이 있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신청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간 미루고 미뤘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미루면 평생 미루기만 하는 인생을 살 것 같아서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실패하자는 마음과 22년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기 발견 글쓰기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나만의 성장 서비스 만들기
두 번째는 성장 모델링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몇 달 전쯤 두루뭉술하지만, 목표가 생겼다. 내 계획에 따라 시간을 보내며 꾸준히 성장하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회사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일기를 썼었다. 왜 주기적으로 우울하고 무기력한지,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있음에도 왜 당장 돈을 벌 수 없는 퇴사를 꿈꾸는지. 결론은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유였다.
겉으로는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라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대로 다 바뀌어버리는 결과물을 보고 일의 의미를 종종 잃고는 했다. 일하는 로봇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도구 같기도 했다. 사실 도구가 맞았을 것이다. 그럴싸하게 회사와 직원은 성장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포장했지만 결국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 받는 관계였으니까. 오너십을 가지라길래 오너십을 가지고 디자인의 철학을 강조했더니 전환율이 중요하다며 트러블이 생겼다. 오너십을 꾹 누르고 서비스가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을 끄고 말을 하지 않았더니 트러블은 없었다.
'아, 역시 내 서비스가 아니구나'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사기를 쳐서 돈을 벌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라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중요한 정보를 숨겨서 매출을 높이는 방식으로 디자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강조하는 오너십은 회사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만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키는 대로 해야 할 때면 돈을 받고 시간을 파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마음만 먹으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였다. 야근도 없었고 재택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연차로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꼬박꼬박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올 터였다. 누군가는 정년까지 이런 삶을 반복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삶에는 육체적인 편안함과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다고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면서 의미 있는 돈을 벌고 싶었다.
이런 고민이 꼬리를 물다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답이 나왔다. 나처럼 삶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방향성을 안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세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의 철학이 들어간 나만의 서비스. 앞으로 많은 성장 프로그램들을 경험하고 회고를 통하여 나만의 성장 모델링을 설계해보고 싶다.
꾸준함의 중요성
꾸준히 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어서 30일 동안 글을 쓰는 것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되기까지도 참 오래 걸렸다) 중요한 것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진정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하튼 이전에도 꾸준해 시도해본 것들이 있었다. 그림 그리기, 영어, 중국어, 글쓰기, 하루 루틴 기록, 독서 등. 습관을 만들고 난 후에는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1. 불안함과 무기력이 덜 찾아온다. 찾아오더라도 짧게 있다 떠난다.
2. 무언가 꾸준히 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3. 마음만 먹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4. 고민할 시간에 빠르게 시도해보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걱정도 많고 내향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보다 불안과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타인과 비교하면 끝이 없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나에 비해서 다양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자신감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1일 1포스팅도 지금 100일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만약 글쓰기 습관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분명 또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고민만 하면서 미루고 미루는 삶을 살았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조금은 확신한다. 무언가 경험하기 전과 후는 분명 다를 것이다.
무기력을 벗어나는 방법
불안함에 빠져 살다
습관이 없었을 때는 하루하루 불안과 걱정 속에 살았다. 유튜브나 텔레비전, 다양한 플랫폼을 둘러보면 다들 잘하는 것 하나쯤은 있었다. 모두가 잘 사는 것 같았다. 반면 나는 잘하는 것도, 심지어 좋아하는 것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알 수 없었다. 평생 이렇게 목표도 목적도 없이 살아가면 어쩌나.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런 고민만 하며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가끔 동기부여 영상을 보며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잠깐일 뿐이었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는 않았으니 바뀌는 것은 없었다. 꾸준한 우울, 잠깐의 동기부여, 다시 우울.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한 영향력
침대에 누워 하릴없이 유튜브만 보면서 시간을 버리고 있었을 때 하나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연 님의 영상이었다.
'무기력하거나 우울할 때' 딱 내 상태였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보고 거창하지는 않아도 그냥 그림을 그려보자고 다짐했다. 삶의 목표는 없었지만 아이패드는 있었다. 그렇게 200일 가까이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 열심히 그린 날도 있었고 너무 귀찮은 날은 그저 동그라미 몇 개를 그리고 끝낸 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야근을 해도 그냥 빠르게 그리고 잤고, 술을 먹고 취한 날에도 삐뚤빼뚤 그리고 잤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물론 중간에 또 무기력이 찾아와서 루틴이 종료되었지만 이 그림그리기 챌린지를 통해서 도전에 대한 작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200일 간의 그림 기록)
처음에 비해서 더 다양한 선과 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예전에는 그림을 망치면 내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수정하거나 다시 그리면 된다고 쿨하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하루에 그림을 완성하지 않으면 잘못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선 하나만 그어도 뭐라도 했으니 잘했다고 나를 칭찬해주기도 한다. 처음 그릴 때는 내가 너무 못 그린 것 같아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창피했다.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꾸준히 올릴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포스팅을 완료했다. 그림 스타일이 발전했거나 그런 것보다 이런 실행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이 습관이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초반에 그린 그림
어느 정도 습관이 자리 잡은 후의 그림
정말 귀찮을 때 그렸던 그림
이 나름의 성공(?) 경험이 다른 습관을 만드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연 님은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그 후에 <타이탄의 도구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등 습관 형성에 좋은 책을 접하면서 한가지 생각이 확실해졌다. 무엇이 됐든 하지 않은 것 보다 하는 것이 낫다는 것. 아무런 경험도 없는 것보다는 실패 경험이라도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 따라서 어떻게 생각해도 뭐라도 꾸준히 해야 할 이유밖에 없었다. 하지 않는다고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었으니까. 뭐, 육체의 안식 정도는 있겠다.
습관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물론 이렇게 적으니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사는 사람 같은데, 전혀 아니다. 최근에는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야 꾸역꾸역 목표로 한 습관을 진행하기도 한다.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는지 후회를 반복하는 한심한 날도 많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고들 하니까. 후회하는 하루도 있겠지만 열심히 사는 하루도 있을 것이고 이런 하루들이 쌓여서 분명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습관 만들기에 중요한 것
습관은 오래,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너무 잘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완벽주의 강박이 심한 사람들은 이 부분이 힘들 수 있을 텐데, 그럴수록 더 대충하는 연습을 의식적으로라도 해보는 것이 좋다. 중국어 공부 습관을 만들기로 하면서 하루에 2~3시간씩 공부하자고 다짐했는데 당연히 못 했다. 만약 목표를 이렇게 크게 잡아버리면 못 하는 날이 많고 또 실패했다는 생각에 낙담하게 된다. 그러면 꾸준히 이어지지 못한다. 습관은 시간과 양으로 체크하지 말고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Yes or No로만 체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드물게 많이 하는 것보다 적게라도 꾸준히 오래 하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
성향상 잘하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철저한 준비가 되어야만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나도 그랬다. 이럴 때는 반대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 '못하기', '실패하기'. 빠르게 실패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글쓰기 습관 만들기의 일종이다. 나는 지금 글을 못 쓰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나도 이해가 안 되니까. 나는 오늘 목표로 한 것을 이루었다. '글 못 쓰기!'
소중한 시간과 돈과 용기를 투자해 밀도 있는 한 달을 보낸 이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 나는 그저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시간과 돈, 용기를 투자하고 있다. 돈이야 하루 일하면 벌 수 있으니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하루 벌 수 있는 돈으로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봐도 이득이 아닌가. 시간과 돈, 용기. 이 세 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흘러가면 되돌릴 수도 없고 벌 수도 없다. 흘러가면 끝인 시간을 이 자기 발견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나는 분명히 무언가를 얻어가야겠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쓴다면 시간을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앞서 이야기했듯 진지한 고민과 진정성 있는 글쓰기가 중요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깊게 생각하고 나의 성장을 위해서 여기저기 걸어가 보자.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과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보며 나의 가능성을 확장 시켜 나가보자. 꾸준히 글 쓰는 것 자체는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 진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하지만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왜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는 항상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방법만 찾지 말자.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더 본질을 알아보자.
30일간 삶과 일에 대한 답을 한 뒤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되고 싶은 모습을 적어보았다.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높아졌다.
삶의 북극성을 찾았으며, 주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년, 2년, 5년, 10년, ... 의미 있게 살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할지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었다. 장단기목표 설정을 했다.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지 않는다.
자기 발전은 기본이며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다. 스스로 성장하고 도움을 주는 삶.
불안과 우울이 찾아올 때면 방향성을 다시 잡고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다.
삶의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적고 나니 한 달 뒤의 모습이 아니라 평생 추구해야 할 모습인 것 같다. 자기 발견 글쓰기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목표로 하는 내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나를 단단히 만들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