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FT OF SOMI [소명사담]
안녕하세요. 소명씨입니다.
재밌는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래 전 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책을 참 좋아하는 저는 감히 이걸 내가 해도 될까 고민을 한참 했습니다. 구독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늘 마음에 품고 상상만 하다가 실현을 한다고 하니까 꿈만 같습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글재주가 부족한 거 같고, 책을 좋아하지만, 저의 두서없는 글에 누군가의 발언과 평가로 상처를 입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저의 소중한 글이 누군가의 삶에서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한다면, 저는 그저 기쁠 거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여러분에게 전달될 페이퍼는 10부입니다. 답장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긴 답장, 짧은 답장, 사진 영상 답장은 모두 환영입니다. 구독하시는 모든 분에게 늘 항상 감사한 일이 가득하길 응원하겠습니다.
저의 기억 주머니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은 향기와 관련된 추억을 회상하는 것입니다. 향기뿐만 아니라, 어느 날 들었던 음악도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소스가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마다 듣던 모닝콜 음악이 카페의 BGM으로 들릴 때면 순간 짜증이 확 밀려오기도 합니다. 반면, 좋아했던 그와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들었던 음악은 한없이 달콤하고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음악은 탄식과 감동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향기도 마찬가지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체가 됩니다.
케라시스 샴푸향의 대한 기록 1.
20살이 되던 해,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가운데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갖춰야 할 것이 참 많았습니다. 새로운 침구와 세면도구, 그리고 화장을 할 나이가 되었다며 엄마가 처음 사준 화장품들, 노트북과 새 옷까지 준비해야 했습니다.
저의 첫 자취 생활은 고시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약 여섯 달 정도 거주했는데, 돌이켜보면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남녀 공용 고시원이었고, 샤워실 문이 잠기지 않는 등 불안한 점이 많았습니다. 식비를 아껴보겠다는 마음에 점심 도시락을 직접 싸 다녔던 기억도 납니다.
20살 첫 여름방학에는 할 일이 없어 학교에서 진행하는 봉제 스쿨에 참여했습니다. 봉제를 배우며 ‘뭐라도 만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이지요. 주말에는 주로 서점과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그 시절 저의 놀이터였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서 어디를 가도 눈이 즐거웠습니다.
그 시절 저의 화두는 ‘세상을 구별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 고민이었지요. 그저 나답게 사는 것이 세상에 섞여 사는 것이고, 나와 세상을 영화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서울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타지 생활에서 느끼는 주눅감과 모멸감이 자주 저를 짓눌렀습니다. 이 감정들이 묘하게 섞인 기억의 향은 당시 오랫동안 사용했던 케라시스 샴푸의 향기입니다. 그 향을 어디선가 맡게 되면 생각이 많아지고, 다른 것들은 잊은 채 저 자신에게만 몰두하며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반갑지 않은 향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말론 향수에 대한 기억기록 2.
유럽을 홀로 여행했을 때 많이 사용했던 향수가 있었습니다. 여행 내내 조말론 향수를 부지런히 뿌렸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 그때 사용했던 향수를 뿌려보니, 그 시절의 분위기가 저를 다시 유럽으로 데려가는 듯했습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내려야 했는데 잠들어서 내릴 역을 놓쳤던 기억, 에펠탑에서 마실 맥주와 와인을 사면서 병따개를 챙기지 않아 돈을 주고 오프너를 빌렸던 기억이 납니다. 더위에 지쳐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호스트의 종교 의식 소리에 놀라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갔던 일도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와 새벽에 숙소 근처 놀이터에서 맥주와 라면을 먹었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서울에 돌아와 그때 사용했던 향수를 뿌려보니, 그 시절의 분위기가 저를 다시 유럽으로 데려가는 듯했습니다. 괜히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그 향기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마치 초식동물이 되새김질하듯 지난 일들을 곱씹게 했습니다.
향기는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을 기억하게 하고, 추억의 장소로 다시 데려다 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약하고 불안했던 순간들, 혹은 날씨 좋은 선선한 날의 평온함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기억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제는 사진이든, 영상이든, 답장 해주셔도 좋아요)
오늘의 음악 : https://youtu.be/7o2aHHilImM Homesick · Kings Of Convenience
오늘의 영상 : https://youtu.be/ra2CFO1sMZ8 색_네개의 욕망 : BLUE - 구원의 기도 (이거 꼭 보세요!!! 제 인생 다큐멘터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