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도시를 그리는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쿠비쉬

[미술 작가 산책] 듣지 못했던 세계를 듣다.

by 소미씨

전기 소음을 예술로 바꾸는 사람

어느 날, 도시의 소음을 예술로 듣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독일 출신의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쿠비쉬(Christina Kubisch)는 우리가 ‘소음’이라 치부하고 무심코 지나치는 소리들을 예술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전자기 유도라는 기술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전자파의 소리를 포착하고, 그 사운드를 우리가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Electrical Walks〉 시리즈는 관람객이 특별 제작된 헤드폰을 착용하고 도시를 걷는 퍼포먼스형 설치작품입니다. 지하철 개찰구, ATM기, 조명 기기, 와이파이 신호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지만 듣지 못했던 수많은 전자기 장치들이 마치 악기처럼 고유의 소리를 냅니다. 그렇게 일상은 그녀의 손에서 낯설고 기묘한 소리로 변주됩니다.

크리스티나 쿠비쉬의 시선 — "예술은 감각을 깨우는 일"

쿠비쉬는 처음부터 소리 작업을 하려던 예술가는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고, 조각과 회화를 배우며 예술 전반에 대한 감각을 넓혔습니다. 그러던 중, 시각과 청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욕망이 그녀를 ‘소리’라는 재료로 이끌었습니다. 그녀에게 소리는 단순한 음향이 아닙니다. 소리는 공간을 이해하는 또 다른 언어이며, 감각을 깨우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업은 관람객의 참여를 필요로 합니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도시를 걷고, 귀를 기울이며 익숙한 도시를 낯선 청각적 경험으로 다시 만나는 방식입니다.


“내 작업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 유튜브 영상:

Christina Kubisch: Discovering New Sounds

Electrical Walks - Christina Kubisch

Magnetic Attacks: Forty Years of Electromagnetic Investigations



전선 속 구름, 보이지 않는 소리

쿠비쉬의 또 다른 설치작품〈Cloud〉는 수천 피트의 붉은 전선으로 만들어진 구름 형태의 조형물입니다. 관람객은 헤드폰을 통해 작품 내부의 여러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선 감각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보이지 않던 세계, 들리지 않던 주파수들이 예술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녀의 작업을 통해 ‘소리’라는 감각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깊은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소리는 공간을 따라 흐르고, 감정을 흔들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를 잠시나마 보여줍니다.



우리는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가?

우리가 ‘듣는다’고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듣고 있는 것일까요? 크리스티나 쿠비쉬의 작업은 ‘들은 적 없었던 소리’의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
그것들을 예술로 만들고, 그것을 ‘듣게’ 만드는 일. 그녀의 예술은 소리라는 감각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마주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주 작고 조용한 아름다움을 다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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