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어릴 때,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우주의 비밀을 캐내는 탐험가가 되고 싶었다. 내 상상 속 모습은 몸이 커갈수록 작아져만 갔다. 현실을 마주하고, 내 역량을 마주하면서 내 안의 빛은 그 밝기를 잃어갔다. 바다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기엔 상상 속 모습은 항상 멀기만 했다. 그 속에서 마주한건 이상이 되지 못해서 남긴 자책이었고, 현실의 벽 앞에 놓인 쓰러져간 우상이었다.
현실에 그냥 헤딩을 하면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많은 것이 생각의 함정이었고, 나는 이상, 그 편린을 훔쳐보고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나의 착각이었음을.
우리는 때로 자신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것도, 일하면서 결정한 모든 사안들도, 일을 진행하면서 말한 내용들 까지도. 하지만 이것들이 모두 착각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제까지 일들이 왜 내 맘대로 안 풀리는지 그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착각은 왜 일어나는가? 착각은 우리가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늘 낮에 보았던 뉴스가 진짜 그렇게 일어나는지 실제 사실과 무관하게 우리는 모른 채로 믿고 본다. 뉴스의 발신자를 믿어서, 그 내용까지 믿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장 가벼운 착각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도 내가 확인한 일과 내가 진행하고 있는 계획의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나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일까? 내가 생각한 나의 주도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는가? 솔직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나도 주변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온전히 나를 컨트롤하기 힘들 때가 많다. 친구가 부른 약속에 마지못해 가면서 나의 일을 미룬다거나, 중요한 일이 있는데 잠시 쉰다고 하고 미디어에 빠지는 등 우리는 주변 영향에 쉽게 영향을 받아왔다. 즉, 쉽게 우리의 주도권은 빼앗긴다. 그것을 되찾기까지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든다.
가볍게는 친구랑 먹고 싶은 것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다가 다른 친구의 의견을 따른다거나, 크게는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했다거나가 이런 일들이다. 내 계획을 내가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는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내가 모든 일을 컨트롤한다는 착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생각은 멀고, 몸은 가깝다. 오늘 나는 내가 계획한 운동과 복습, 할 일을 완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완수할 수 없었다. 금세 생각이 바뀌어, '오늘은 힘든데 쉬자' 같은 생각이 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그나마의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해도 조금은 해낼 수 있게 된 것도, 착각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이상은 주변의 도움, 시대, 운이 맞아야 한다.
여기서 오는 결론은 생각보다 허무하다. 김연아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그냥 하는 거지
스트레칭을 무슨 생각하면서 하냐고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되돌아온 현답이었다. 우리는 걱정에 지레 겁을 먹고, 하지도 않고 닥쳐올 미래를 과장한다. 근데 생각보다 현실에서는 해보면 별거 아닌 일들이 정말 많다. 내 첫 영상 편집이 그러했고, 브런치 북 시작도 그러했다. 일단 해보면, 별거 아니다. 그런 '생각'이다. 진짜 그렇다.
그렇다고 행동 주의자가 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현명한 선택을 내리고, 믿어 의심치 않고,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착각을 직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비로소 우주는 우리를 도운다. 낙관주의라고 부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면 정말 그렇게 된다. 반대로 낙관적으로 본다면 또한 그렇게 된다. 세상은 내가 보기 나름이다.
미국의 유명한 신경과학자 앤드류 후버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내면이다. 다루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착각의 동물이다. 오늘도 착각을 했을 수 있다. 가족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연인이 기분 나빠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사실 확인을 하면 된다.
착각을 하지 않는 것, 세상을 실제와 가장 유사하게 보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착각을 버릴 수 있다. 불교의 중요한 교리 중 하나인 '공'에 대한 것도 세상을 실제와 가장 유사하게 보는 것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 지혜에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지혜를 진정으로 얻기 위해서 우리는 머리를 깎거나, 108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나의 착각을 마음속 깊이 인정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다가선다면 진정 그렇게 될 것이다. 정말 그렇다.
그러기 위해서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에 나온 내용을 알아보려고 한다.
일본의 야구 선수이자, 전설적인 선수라고 칭해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조차, 자신의 힘의 밖의 것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이용하고자 했다. 그중 긍정적 사고는 내면의 힘이 곧 운을 끌어들임을 이 선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을 잘 대해주는 것, 지나간 곳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지만 결국 돌아오는 부메랑 같은 것, 즉 자신의 힘 밖의 것임을 이 선수는 인정하고 이마저도 고칠 수 있다면 고치려고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했다.
자신의 힘 밖의 것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대하는 것을 통해서 그는 전무후무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착각을 벗어던지고, 삶을 직구로 세상을 향해서 꽂아 넣을 때 비로소 바라는 것이 이뤄질 것이다.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의 핵심 구절이 있다.
생생하게 꿈꾼다면 이루어진다고, 그 과정을 믿음으로 해낸다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R = VD(Realization = Vivid Dream)라고 말이다.
착각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우주가 도와준다고 믿어라.
그렇게 믿는다면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