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목표는 낭죽낭살
'낭죽낭살'
낭만에 죽고 낭만에 산다.
평소 좋아하는 정영한 아나운서의 브이로그를 보던 어느 날 딱 꽂힌 단어였다.
'낭만' 입안에서 굴려본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중2병, 오글거림, 갬성, 항마력 등등 다양한 단어로 폄하되고 후려쳐지던 시간, 감정들.
표현하고 싶어도 드러내고 싶어도 '아 오글거리나?' '너무 SNS감성인가?' 싶어서
조용히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혼자만의 일기장에 꾸깃꾸깃 쓰던 날들까지.
평소라면 지나쳤을법한 단어에 꽂힌 건 아마, 두근거림, 설렘, 기대, 벅참 등의 감정을 느껴 본 지 오래라 왠지 그리웠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때부터였다. 2024년 새해 목표를 '낭죽낭살'로 잡은 게.
근데 도대체 낭만이란 뭐지? 사전에 검색해 봐도 어쩐지 와닿지 않는 정의에 스스로도 고개를 갸웃했다.
낭만, 낭만. 낭만적인 삶, 낭만적인 행동, 낭만적인 기분, 낭만적인 시간.
도대체 이 '낭만적이다'는 어떤 기분인 걸까.
쌀쌀하고 시렸던 겨울바람이 어느새 조금씩 따듯해지고
캄캄했던 아침 출근길 끝에 어느새 동이 터올라 붉게 물든 순간을 마주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 계절의 변화를 온전하게 느끼는 것. 그것도 낭만이지 않을까?
봄엔 살랑이는 바람에 울렁거리는 마음을 벚꽃잎에 띄어 보내고
여름엔 무더운 햇볕 아래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땀을 식혀보고
가을엔 새파랗게 높은 하늘 아래 트렌치코트자락을 휘날려보고
겨울엔 차게 서린 공기에 시린 코끝 위로 붕어빵 냄새를 킁킁 거리는 것.
사계절의 변화를 온전하게 느끼고 계절감을 충분히 느끼는 것.
그거 또한 낭만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작년 내 버석버석한 일 년 중 낭만적인 순간은 '하지에 낮술 하기'였다.
365일 중 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에 낮술을 하면 일 년 중 가장 오래 긴 낮을 즐기며
술을 마실 수 있다.
(이건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 중 '제철음식 챙겨 먹기' 내용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받았던 부분이다)
그래서 정말 작년 하지에 친구와 오후 반차를 맞춰내고 둘이 봉골레에 와인을 각 1병씩 마셨다.
내 낭만을 실현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하지엔 낮술 하기. 올해도 실현해야지, 다짐하며 만나는 이들에게 열심히 홍보 중이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날, 어디 한 번 질리도록 길게 취해보자고 말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계절감을 온몸으로 느낄 것.
내가 정의한 나의 낭만의 기록들을 하나둘씩 써보고자 한다.
일단, 이번 봄의 낭만은 4대 궁 모두 격파하기로 정했다.
여름과 가을, 계절의 낭만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일상 속 낭만적 순간들 역시 써가야지.
손이 시린 겨울이 오면, 일 년간 어떤 낭만에 죽고 어떤 낭만에 살았는지
회고하기 위해 나의 낭만적 순간 기록을 시작하고자 한다.
나의 낭죽낭살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