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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n 14. 2024

팀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퇴사하겠습니다 (3)

두근두근 쿵쾅쿵쾅 덜덜덜


퇴사 의사를 밝혀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심장이 뛰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리 있게 얘기해야 내 의견이 전달될까?

글로 써봐야지 해도 도무지 갈무리가 잡히지 않았다. 


한 달의 업무가 마무리되고 소강됐던 월 말의 3시 30분.


모두가 한숨 쉬어가는 그때 쿵쾅 이는 맘을 애써 다스리며 

메신저 창을 켰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깐 회의실에서 뵐 수 있을까요?]

[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숨이 가빠오는 게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회의실로 들어갔다.


"별건 아니고요, 아니다 별거이려나. 저 이번달까지만 하려고요"


내뱉었다.


3년간 그렇게 염불을 외던 퇴사를 입 밖으로 드디어 내뱉는 순간이었다.

결심하기까지의 마음 과정을 담백하게 말씀드렸다.


'누군가는 회사 일을 회사 일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게 안 되는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이렇게 안정적이고 루틴의 반복인 일에서 안정감 보다 제가 고여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리고 전 그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요.

요 근래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에요. 

4년 해보니까 이제야 확실히 알겠어요. 저는 이 일과 맞지 않아요'


4년간 이곳에 있으면서 느꼈던 감정에 대해 말씀드렸다.

이 일을 바라봤던 나의 태도,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 지향하는 삶의 가치

교차할 수 없이 평행선으로 달리기에 여기가 끝인 것 같다는 결론.


예상과 달리 팀장님과의 퇴사 면담은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요 근래 보였던 나의 무기력함, 한계, 지침, 그런 모습들에서 예전 자신의 모습들이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더욱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 연차가 되면 으레 그렇게 되는 걸까? 어쩌면 일태기인 걸까 

잠깐 생각이 떠올랐지만 흔들릴까 싶어 서둘러 마음을 다잡았다.


업무 다이어리의 달력을 함께 보며 대략적인 날짜를 협의했다.

윗선에 보고 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면담이 마무리 됐다.


미친 듯이 떨리던 심장의 두근거림을 비웃듯

면담은 잠잠했고 그렇게 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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