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5)
잠깐 시간 되면 회의실에서 보자는 메신저가 왔다.
[넵 지금 가겠습니다]
부랴부랴 자리를 정리하고 회의실에 들어갔다.
드디어, 보스몹(?) 대표님과의 면담이 시작됐다.
이 회사에 들어와 면접 보던 날이 종종 기억난다.
맨 마지막 대표님의 질문은 "뽑아야 할 이유에 대해 얘기해 봐라"였다.
면접은 꽤나 긴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마지막 질문에 나는 거만하게 앞으로 내세웠던 몸을 뒤로 젖혔다.
'저는 일을 잘합니다. 그게 절 뽑아야 할 이유고, 절 뽑지 않으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내 말에 호탕하게 대표님이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패기였는진 몰라도 꽤나 되바라진 지원자였다.
그렇게 나는 합격 소식을 들었고 '역시 취업은 얼레벌레 되는구나' 끄덕이며 직장인의 길에 다시 들어섰다.
장난으로라도, 혹은 농담으로라도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말라던 전 사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나는 장난으로라도 퇴사하고 싶단 얘기를 회사에서 꺼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나의 퇴사 얘기는 임원진들에게 의외의 소식이었던 것 같다.
음, 계획대로군.
어떤 계기와 어떤 이유로 퇴사를 생각하게 됐냐고 대표님이 물으셨다.
동시에 아무런 계획 없이 나가는 건 사회에 던져지는 것이므로 인생 선배로서 만류해야 한다면
만류할 것이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동시에 솔직한 말로 나는 네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얘기까지.
꽤 긴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읽고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유일하게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일이라고.
그래서 그 일이라면 제가 평생을 질리더라도 다시 돌아와 스스로 할 것 같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다.
그러자 수입원에 대한 질문이 왔다.
좋아하는 일 만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연한 고민이고 당연한 질문이다.
이후 안정적이고 반복된 일에서 오는 권태기에 대해 논하시며
어느 회사, 어느 직무를 하더라도 익숙해지면 일의 반복이 또 이어진다고 하셨다.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다.
우당탕탕 적응기간이 끝나면 분명 익숙해질 테고, 익숙함에 의해 능숙해지면
금세 또 권태로워질 수 있으니까.
가만히 앉아 "네" 대답을 하며 ㅎㅅㅎ 웃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인생에 있어 큰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일들
입학, 졸업, 취업 등을 나는 단 한 번도 부모님과 상의한 적 없었다.
좋게 말하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의젓한 어른 같은 딸
나쁘게 말하면 고집세고 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통보하는 독단적인 딸
그런 내가, 부모 말도 잘 안 듣는데 다른 어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지.
깊게 고민하며 스스로와 마주해 질문해 보라는 추가적인 조언과 함께 1차 면담이 마무리 됐다.
솔직한 말로 붙잡고 싶으며 붙잡는 중이다라는 말까지.
그 말에 ㅎㅅㅎ 네~ 하고 나왔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