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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09. 2024

퇴사하고 뭐 하면서 지내?

5. 생일을 맞아 강릉으로 도망쳤어(1)

28살 생일엔 이별을 겪었다.

장기연애의 끝이 생일날 이루어질 줄이야.

배신감 분노에 점철된 채 축하를 축하로 받지 못했던 날


29살 생일엔 트레바리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다음주가 내 생일이야 축하해 줘!' 장난식으로 건넨 말이었는데

가족 모임을 바꾼 사람, 회사 반차를 내고 온 사람 등 개인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자리해 줬고 다 같이 짠, 잊지 못할 생일이었다.

20대 마지막 생일, 기깔나게 보내겠다며 정말 한 달 내내 사람들을 만났고 축하를 받고 맛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다.


30살 생일엔 '모르는 사람들이랑 한 번 보내볼까?' 생각했다.

마침 인스타에서 자주 눈여겨보던 커뮤니티의 모임이 열렸다.

날짜도 딱 내 생일! '저 오늘 생일이에요! 축하해 주세요!'라고

당당하고 뻔뻔하게 말했다. 정말 초면인 분들께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돌아온 31살 생일.

'올해 생일엔 다른 지역에서 보내볼까?'

직장인 시절 가려다 못 간 동해바다를 생일기념으로 가볼까  생각했다. 사실 올해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여름에 동해바다' 보기가 있었으니까. 겸사겸사 이뤄볼까.


출발하기 전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을 엄청했다.

생일 당일에 일정이 없었고 뚜렷한 계획도 없었다.

돈을 아끼려면 아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백수신분에 여행은 좀

꺼려진다. 수입원이 없다는 게 이렇게나 사람을 작아지게 한다.


갈까 말까 고민만 하던 어느 밤,

방에서 혼자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냅다 숙소와 기차를 예약했다.

세상에 한 달 전이 아니라! 일주일 전에 예약하다니

나 제법 "P"스럽잖아?

나의 즉흥에 제법 뿌듯해했는데 정작 찐 P인 친구들에게 저항받았다.

진짜 P는 전날, 혹은 당일에 예약한다면서 ^ㅡ^


당일에 떠나는 여행 낭만 넘치네

올해 한번 해봐야지 소소한 버킷리스트를 추가했다.


생일을 끼고 일정은 총 3박 4일

KTX-이음을 타고 떠나는 강릉

숙소는 1인실

바다 근처로 숙소를 잡고 싶었지만 혼자 있을 시간이 지독하게 필요했으므로 바다를 포기하고 강릉역 근처로 숙소를 잡았다.

원래 6월에 가려했던 여행이었기에 이미 네이버 지도엔

가고 싶은 곳 저장이 꽤 되어 있던 상태였다.

3일 치의 일정은 짜지 않고 대충 참고할 목적으로만 내버려두었다.


수목금토도 아니고 월화수목이라니

전날 짐을 미리 챙겼는데 아침에 결국 다시 챙겼다.

혼자 일어나 요거트볼을 해 먹고 "다녀올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나의 생일맞이 혼자 강릉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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