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뭐 하면서 지내?
이걸 올려서 무얼 하나
아침에 일어나 단백질쉐이크 한 잔과 간단한 탄수화물을 먹는다.
씻고 가방을 챙기고 헬스장에 간다. 웨이트 30분+유산소 45분.
샤워까지 끝마치고 나와 근처 스타벅스로 향한다.
열심히 프리퀀시를 모으겠다며, 음료 한 잔 시켜놓고 유튜브와 챗 GPT를 켜서 오픽 공부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낙서를 하거나 책을 읽고, 다시 또 오픽공부를 하고. 그러다 엄마 퇴근 시간 맞춰 스윽 엄마 차를 타고 귀가하는 일상의 반복.
오픽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받았다. 캡처 이미지 비율은 70%는 1;1, 30%는 3:4. 게시글은 너무 본격적이니까 24시간 안에 사라지는 인스타 스토리로 업로드. 괜히 문구를 고민한다.
공부하다 말고 챗 GPT를 활용해 오픽을 준비하는 내가 제법 멋진 것 같아서 찰칵, 오늘도 열심히 운동한 내가 기특해서 찰칵, 그렇게 인스타 어플을 키고 스토리 +를 눌러 업로드.
를 하지 않는다.
이걸 올려서 무얼 하나, 내가 왜 자꾸 이렇게 뭔가 보여주는데 집중하지. 나 관종인가. 뭐 사실 그런 욕구를 잘 활용한 게 SNS이긴 해. 생각하며 뒤로 가기를 누른다.
물론 연말분위기가 낭낭한 요즘, 송년회 때 찍은 몇 가지 사진은 업로드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에 저장하며 나만의 기록으로 모아둔다. 언젠가 싹 정리할 앨범 대신 온라인에 만든 앨범이자 일기장인 셈이다. 다만 이전만큼 일상 하나하나를 보여주듯 올리는 걸 안 하게 됐다.
SNS을 한 달간 끊어보고 사니 참 쓸데없이 알게 되는 타인의 삶이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새삼 체감했다.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 얼마나 사람을 저열하고 비참하게 만드는지까지.
혼자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 날들이 있다. 그럴 땐 손바닥만 한 노트를 꺼내 오만 잡소리와 개소리를 쓴다. 진짜 낙서로 가득한 이야기들. 한껏 쓰고 나면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대체 무슨 이야기, 무슨 말, 어떤 반응을 받고 싶길래 사진을 올리고 문구를 심각하게 고민하는지 , 그런 내 모습에 내가 질렸다.
그렇게 까지 올려야 하는 거면 이건 그냥 나의 결핍이겠지 혹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인정욕구겠지 생각한다. 그래 올리지 말자.
그러다 보니 확실히 뭔가 좀 클린 해진 기분이 든다.
보여주기용 책을 미친 듯이 읽었을 땐 내용이 금세 휘발됐는데
정말 꽂히는 책을 읽고 '보여주기 위해' 멋들어진 글을 쓰는 게 아닌
짧게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특히 뭔가를 이루고자 할 땐 더더욱 다짐을 새기지 않는다.
이룰 거면 조용히 행동하고 이루는 게 낫거든. 온 동네방네 할 것처럼 굴어놓고, 어느 날 누군가 ' 아 인스타로 봤어 그거 잘하고 있어?' 이렇게 물어보면 얼버무리고 못한 (사실은 안 한) 이유에 대해 '애써 설명하려는' 내가 정말 못나보였으니깐.
누군가는 다짐을 동네방네 말하고 다니면 '쪽팔려서'라도 한다는데
그러기엔 나의 다짐은 꽤나 작고 소박했으며 어떤 부분에서 나는 '입으로만' 한다고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어유, 잔뜩 어렸던 나
12월의 기록 삼아 오픽 공부 중이다로 끝내고 성적은 혼자만 알기.
토익스피킹 가격에 눈이 휘동 그래졌다가 조용히 접수하고 공부하기,
이름이 어려운 두꺼운 사회과학 책 대신 마음을 몰랑하게 해주는 소설책을 읽으며 찌르르 마음이 꽂힌 문장에 인덱스를 붙이기,
누군가를 붙잡고 내 얘기를 갑자기 와르르 쏟아내고 싶은 날엔 낙서노트와 일기장을 꺼내 다시 들춰보면 '미쳤나 봐 아오' 소리가 절로 나올 이야기들을 마구마구 써 내려가기
친구가 좋아 내가 해준 것들에 대해 '이걸 봐!'라고 과시하기보다
둘만의 이야기로 남기기, 대신 그 이야기를 일기장에 옮겨 적어 내 감정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떨 때 행복감을 느끼나 생각하기 등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행동하기를 서서히 멈췄다.
확실히 내가 나에게 깔끔해진 기분이다.
동시에 상대방에게도. 더 이상 '설명하려고 들지 않는다'
대신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차분히 대화한다.'
혼자 이뤄낸 성취가 기특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어떤 '아쉬움'을 곱씹으며 그렇게 아쉬우면 다시 해보는 게 낫겠지?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안되더라도 '쪽팔릴 일이'없는 게 가장 베스트긴 하지. 말하지 않았으니 아무도 모르니까.
앞서 얘기했듯 그렇다고 해서 지난날을 뒤엎고 싶다거나 그때의 나를 때려주고 싶진 않다. 이것도 다 해봤으니 알게 된 사실이니까.
아 그래서 어른들이 '할 만큼 해봐'라고 하는 건가
종종 어른들이 전해주는 삶의 진리들을 몸으로 체감한다.
현생을 살기로 했으니, 가상세계에 쓰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을 삭제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아가는 거지 뭐.
휴, 자기 전에 인스타그램 보는 게 습관이니까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두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