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속 숨겨둔 산타양말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즐기기

by 블레어

크리스마스이브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는 어땠더라? 고개가 갸웃.

아마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메신저로 동료와 오만 얘기를 쏟아내고 퇴근길 인사가 '메리 크리스마스'였던 것 같다. 추워진 날씨에 코트를 여미며 총총 발을 옮겼을 거고 버스를 타고 무표정한 얼굴로 스크롤을 하며 그 어떤 낭만도 설렘도 없이 그저 월이 12월이라 특별한 것뿐인 24일을 보냈을 것이다.


올해의 크리스마스이브 역시 대단한 일은 없었다.

이불속에서 꿈지럭 대다 겨우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나섰다. 생각보다 공복 운동이 잘 맞아 뿌듯하다. 하지만 다이어트의 완성은 식단 이래지. 내가 그렇게 잘 먹나? 고민하며 헬스장으로 향했다. 새카만 양말에 새카만 운동복을 입고 러닝머신 위에서 45분.

깨끗하게 씻고 나와 '순두부찌개 먹고 싶다'를 생각하며 쓱 양말을 꺼냈다.


일 년에 딱 한 번 신을 수 있는 나의 산타 양말.

크리스마스이브니까 꺼내둔 나의 산타 양말.


살 때는 '꺄 크리스마스니까 하나 사야지!' 하고 샀는데

막상 신고 다니자니 강렬한 산타의 존재감 때문에 신지 못했다.

색감은 말도 못 하지. 진정 산타레드가 있다면 이런 색상일까 싶은.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고

일 년에 딱 한 번 신을 수 있는 양말이니까

개운하게 씻고 산타양말을 신었다.

발 끝에서 알록달록 새빨간 산타와 눈이 마주친다.

이게 뭐라고 발걸음이 팔랑팔랑.


아무도 모르겠지

내 나이 서른 하나, 현재 직업 퇴사 후 휴직 중.

요새 근황? 운동하고 토익스피킹 공부하고 가끔 읽고 자주 쓰기

오늘의 비밀? 청바지 속 새빨간 산타레드의 양말을 신었고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것, 그리고 나 혼자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이브 자축 파티 양말 ver


이 모든 게 혼자 웃겨서 킥킥 웃음이 났다.

나만 아는 나의 비밀

바람이 세게 불어 바지가 펄럭거리면 청바지와 회색 운동화 사이로

보일 강렬한 산타레드까지.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니다 누가 내 발목을 보면 흠칫하다가도 '뭐야 저 사람' 할 것 같은 양말.


이런 소소한 행복과 낭만으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았다.

크리스마스 혹은 성탄절.

단어와 특유의 분위기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날이 또 있을까?

반짝반짝한 실외전경과 단순히 크리스마스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들뜨는 기분까지. 팔랑팔랑 이는 마음을 양말에 담았다.

나 혼자 소소하게 보내는 조용한 크리스마스이브.


낭만을 더하되 과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동시에 타인의 기념일을 보며 비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각자만의 이야기가 있는 날이지 않겠는가

이야기가 없다면 어떠한가, 그저 일상을 하루 무사히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평온한 하루였다'라는 평서문으로 완성되는 이야기인데.


올해 나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일 년 만에 산타양말을 꺼내 신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당일이다.

내일은 초록색의 트리양말을 꺼내 신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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