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니까 더 울거에용
10번째 면접도, 11번째 면접도 떨어졌다.
하루만에 두 곳에서 불합격을 받다니.
'뭐 어쩔 수 없지'
의 마음으로 임하기에 하루의 두 곳 탈락은 꽤나 상처가 컸다.
그도 그럴것이 10번째 면접본 곳은 정말 아주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대한 조사를 낱낱히 하고, 제출했던 서류 문장 하나하나 보며 준비했다.
예상질문과 내가 매번 답하기 어려워 하는 질문들을 따로 추려 GPT와 같이 답을 만들어갔다.
스토리라인과 맥락적 이해를 덧붙히면서 오래오래 준비했다.
준비했던 나의 마음과 진심이 컸던 만큼
'불합격'이 준 실망의 낙차가 매우 컸다.
아무렇지 않은 척,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눈에 눈물이 퐁 고였다.
스타벅스 2층 가운데 자리한 큰 테이블에 앉아 나는 조용히 휴지로 눈을 꾹 눌렀다.
하지만 울컥하며 차오르는 서러움, 힘듦은 도무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조용히 바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구석에 앉았다.
눈에 눈물이 자꾸 고였고 나는 몰래 휴지로 훔쳐냈.
연락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불합격 소식을 전하며 서러워서 혼자 카페에서 울었다고 했더니
바로 위로와 토닥이는 말들이 날아왔다.
'바람쐬러 한강가자'며 약속을 잡아주는 친구도 있었고
'왜 널 안뽑지!? 진짜 이상하네' 하면서 자존감을 올려주는 친구도 있었다.
엄마에겐 10번째 떨어졌고 이 과정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냥, 동네에서 알바하면서 배우고 싶은 걸 배워서 프리랜서의 길로 돌아서고자 한다고.
엄마는 알바하며 지내도 괜찮다고 답장했다.
그 말들이,
한강, 자존감 지킴이, 괜찮아 그런 단어들이 속수무책으로 날 덮쳤고
약해진 나는 이미 젖은 휴지에 빈 공간을 찾아 다시 눈을 꾹 눌렀다.
터벅터벅 여름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습한 마음에 바람이 드나들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집에 도착해서는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꼭꼭 씹어먹었다.
하루의 울적함을 물로 씻어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샤워를 했다.
다이어리를 피고 앉아 '지친다, 그만하고 싶어. 포기할래.' 라는 문장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마음을 비틀어 감사일기도 썼다.
자기 전 스스로를 위한 위로의 마음으로 '위키드 더빙'을 틀었다.
아리아나 그란데에 정선아의 목소리가 입혀진 걸 무감하게 바라봤다.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창을 끄고 유튜브로 넘어갔다
근데 거짓말처럼 알고리즘에
[울고 싶을 때 듣기 좋은 위로 찬양 16곡]이 떴다.
그래서 그냥 틀었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울컥 비집어 오른 설움이 귓바퀴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 나 울고 싶었구나.
나는 이 때다 싶어 가사가 푹푹 박혔던 노래를 한곡 반복으로 해놓았고
그렇게 한시간을 내리 울었다.
계속해서 나를 자책하는 일도, 내가 내린 선택이 '틀렸나?'하는 의심을 던지는 일도
사실 그냥 나는 '쓸모 없는 사람'이 아닐까?
'영영 이 시스템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의문과 질문을 던져
내 존재를 뒤흔드는것까지.
하나같이 날카롭게 나를 찔렀다. 정말 많이 아프고 아팠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의 낙차도 커서 한없이 고꾸라진 내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자'를 외치면서 일상의 면면에서 '행운'과 '행복'을 발견하면서
'좋은 날이 올거야!'했던 일들이 하나같이 바보 같았다.
천장이 무너지면 모든게 끝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씩씩하게 하루를 잘 살았지만
씩씩했던 마음 이면에 남겨졌던 존재의 불안함은 생각보다 컸다.
나는 그걸 몰랐을 뿐이었다.
그저 하루하루 보내는 일상의 달콤함에 취해
차곡차곡 조용히 쌓여가던 부채감이 가득한 마음의 무게를 볼 줄 몰랐다.
불 꺼진 방안에서 코를 팽팽 풀었다.
벽에 기대 앉아 흐느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목을 타고 흘렀다.
"아 ... 힘들어... 진짜 너무 지친다... 그만할래..."
눈물을 뚝뚝 떨구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그렇게 말했다.
나는 정말이지 이 거절들이 지겨웠고 아팠고 쓰라렸다.
무엇보다 내 존재를 자꾸 의심하는 순간들이 쌓이는게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팠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은은한 탈진감과 묘한 이완이 느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풀어진 기분.
손 하나 까딱할 힘 없이 고요해지는 마음들.
나라는 사람이 유리병으로 만들어졌다면
흐르는 물로 내부를 싹싹 씻어 공병이 된 느낌
사람이 빈 공간이 될 수 있구나.
생경하고 묘했다.
그렇게 한바탕 울곤나니 50군데의 지원, 11번의 면접, 0번의 합격이라는 결과가
그저 '과거'에만 존재했다.
이미 지나버린 과정, 시간, 마음, 노력이었다.
어른은 울면 안된다고 배웠다.
멋진 어른은 우는게 아니라 묵묵히 꾹 참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라고.
근데, 울고 웃는거에 어른, 아이 나뉠 이유가 있나?
어른도 슬플 수 있잖아.
어른도 아프잖아.
어른도 힘들잖아.
어른도 사람이잖아.
울면서 털어낸 뒤에야 텅 빈 마음이 보였다.
그 마음엔 '뭔가를 해야해!' '이뤄내야해!' '증명해야해!' 같은 명제보다
'배고프다' 같은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마음에 애써 뭘 억지로 채워넣지 않았다.
어쩌면 무조건 꼭꼭 채워넣어야 한다는 것도
'어른'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었을지도 모르거든
다음날인 오늘
일어나서 밥을 먹고 개 산책을 다녀오고 사전 투표를 하고 세탁소에가서 옷을 맡기며
텅 빈 마음에 오늘 해야 할 조용한 일상들만을 담았다.
비워진 마음을 억지로 채우지 않기로 했다.
모처럼 생긴 공병같은 마음에 강제적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비워진채로 좀 지내보고자 한다.
왜냐면
한 껏 울어서 일어날 힘이 아직 없거든요
일어날 힘이 생기면
그 때 일어나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