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닿고 싶은 세계에 대하여

01. '그럴 수 있지' 가 되는 세계

by 블레어


ChatGPT Image 2026년 1월 2일 오후 10_29_02.png

공동 연차로 대부분이 쉬었고 일부가 출근했던 영하 12도의 금요일.

출근을 했다.


'열심히 일 안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며 설렁설렁 일을 하던 오전 10시,

고객사에서 메일이 왔다.


"뭐래는거야."

비웃듯 혼잣말을 하고 이것 저것 확인을 하는데


"어.......?"


망했다. 그것도 아주 대차게.

연초에 친 사고라기엔 꽤나 큰 사고였다.



내가 아는 선에서 해결하느라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휴무인 선임님께 카톡을 보냈다가 기어코 실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구구절절 사정을 말씀드리고 실장님이 전달해주신 해결 방법을 고객사에 전달했다.


핑퐁핑퐁 전화와 메일이 오갔다.


12번의 통화가 오간 끝에 대형사고는 수습이 됐다.

8시 10분 쯤 찍었던 출근은 7시 43분이 되서야 퇴근을 찍을 수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2호선을 타고 집에 가는 오늘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그럴 수 있지'

가 나는 안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사고를 쳤지만 해결 했고 모두가 오케이인 결과를 얻었다.


5개월동안 버릇처럼 하던 일에 발견된 갑작스러운 실수

그 마저도 오늘 발견된게 천만다행이었던 커다란 실수

모두가 도와주고 해결해준 덕분에 끝내 마무리 된 오늘의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오는 길 내내 계속해서 자책하고 곱씹고 후회했다.


'그래도 해결했으니 된 거 아냐?' 라고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손종원 쉐프의 '당황스러워하는 게 역할이 아니라 해결하는 게 역할이다' 라는 영상을 보아도


나는 나의 실수를 용납할 수가 없다.

내가 놓친 이것들이 만들어낸 나비효과를 용납할 수 없다.


12월에 너무 바빴어서, 를 탓하다가도


'근데 결국 니가 놓친거잖아'로 귀결되는 자책의 종결


도대체 '그럴 수도 있지'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왜 내 삶에서 내 행동에서 '그럴 수도 있지'가 안되는 걸까?



새해 목표를 세우기 전이다.

1월 1일 일기는 가뿐히 넘겼고 1월 2일 일기로 스타트를 끊는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새해 목표를 야무지게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이어트, 연애, 돈모으기, 이직, 부업 등 여러가지 목표를 마구마구 생각하다가

오늘 하루의 끝 한가지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지'의 세계에서 살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세계에 살기 위해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배우기.


웃긴 건, 오늘 사고를 완벽하게 수습한 나를 나는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럴 수도 있지'를 배우는 것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2026년의 첫 번째 실수는 이미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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