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백만송이의 장미를 품길
손절 당했다.
꽤 아팠다. 예상했던 결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긴 평가서, 통지서, 판결문은
아주 많이 아팠고 상처가 컸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반박 하고 싶었다.
상대가 이걸 들을 마음이 있을까?
없을 것 같았다.
말은 얹어봤자 상대는 자기 변명으로 치부하려나
그냥 얘기 잘 들었고, 네 마음 알았고
친구해줘서 고마웠고 잘지내 그게 내 전부였다.
악의로 똘똘뭉친, 만약 목적이 상처를 주는 거였다면
정확히 타겟에 들어간 말을 나는 아주 오래도록 씹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나 대신 욕했고 화내줬다.
당사자에겐 말하지 않았던 마음들을 알아서였을까.
각자만의 방식대로 보내주는 위로가
지나치게 따뜻해서 나는 펑펑 울고 싶었다.
긴 글을 받고 나는 자기 검열을 했다.
내가 그렇게 무례했나
내가 그렇게 이기적이고 쓰레기같은 인성을 지녔던가
백만송이의 장미를 한아름 받아도
그 사이에 꽂힌 하나의 칼날만을 기억하는 게 사람인가보다
심장이 쿵쾅쿵쾅 했어
생각보다 꽤 아팠어 라는 말에 친구는
'널 사랑해주는 사람이 더 많은거 알지?' 라고 했다.
그 말이 지나치게 따뜻해서
나는 또 울고 싶었다.
나는 정말 너희의 사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냐고
감히 묻고 싶었다.
이게 바로 자업자득인가
카르마인가
별의 별 생각이 다들었다.
어차피 끝날 인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자꾸 상대방을 이해해보려는 내 노력이 안쓰러웠다.
내게 백만송이 장미를 안겨주는 이들은 뒤로 하고
칼날을 꽂은 이 만을 바라봤다.
미움은 이리도 쉽게 받으면서
사랑은 왜이리 어렵게 받는 지
누군가 내게 마음을 보여준다면
그걸 오해하지 않고 감사히 받고 싶다.
품에 안겨진 백만송이의 장미 내음을 한껏 맡고 싶다.
사랑을 받을 줄 알고 싶다.